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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IT 강국 도약? 지금이 골든타임”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공공 구매 증가, 산업 발전 큰 기회의 문 될 것
SaaS 수요 늘어나면 혁신 스타트업 등장 전망
필요 인력만 40만명…클라우드 전문가 더 키워야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지금이 국내 SW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신인섭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약하려던 대다수 50대 국민은 참담한 기분을 느꼈을 거다.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몇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접속장애 메시지를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는 ‘튕김 현상’을 겪기도 했다.
 
접속자가 몰릴 걸 우려한 정부는 연령별로 예약 시점을 나눴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예약 사이트의 문이 열릴 때마다 먹통이 됐다. 서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시 접속자가 많았던 게 주요 원인이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연일 최고 확진자 수를 경신하는 가운데 확실한 개선책 없이 예약을 재개한 정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어떻게 매번 사이트가 마비되는 촌극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거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예약 대란 사태를 씁쓸하게 봤다. 처음부터 예방접종시스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했다면, 불상사를 덜 겪었을 거란 판단에서다. 클라우드 환경에선 서버 인프라를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증감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이한주 대표는 최근 정부 관계자로부터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예방접종시스템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 지원이 가능하냐는 문의였다. 정부가 백신 접종 예약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소할 솔루션 중 하나로 클라우드를 눈여겨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한주 대표가 이끄는 베스핀글로벌은 차세대 유니콘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기업이다.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걸 지원한다.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 ‘옵스나우’는 베스핀글로벌의 기술 역량을 드러낸 효자상품으로 꼽힌다.  
 
이한주 대표는 책임이 막중한 대외 직책도 여럿 맡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관심이 많다. [이코노미스트]가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백신 예약 불통 이후 정부의 연락을 받았다고 들었다.
반가웠다. 정부가 같은 비극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민간 클라우드 관리 기업에 문의할 만큼 말이다. 베스핀글로벌은 대기업은 아니지만, 공공에 클라우드의 효능을 입증한 적은 있다.
 
어떻게 입증했나.
지난해 초 코로나19라는 위기가 한국 사회를 덮어버렸을 때, 교육 환경도 함께 멈췄다. 정부는 초·중·고 540만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온라인 개학을 꾀했는데, 이때 베스핀글로벌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했다. EBS의 ‘온라인 클래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 ‘디지털 교과서’, ‘위두랑’ 등이 대상이었다.  
 
확실히 정부의 온라인 개학은 눈에 띄는 사고가 없었다.  
예상 접속자 수와 동시 접속자 수를 예측해 부하를 분산했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히 대응했다. 실시간으로 확장 가능한 멀티 클라우드 구조를 구축한 덕분이다.  
 

백신 예약 대란, 만약 클라우드였다면…

클라우드가 대세이긴 한가보다. 앞으로 공공의 클라우드 활용이 늘어날 거라는데.
맞다. 현재 정부는 ‘제3차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기본 계획’을 마련 중이다. 민간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공 부문에서 쓰게 해 산업을 키우는 게 이 계획의 골자다. 가령 지난해 10.7%였던 공공의 상용 소프트웨어(SW) 구매 비율을 두배 가량 끌어올리는 식이다.
 
공공이 쓴다고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SW)를 만들면 뭐 하나. 안 써주면 말짱 꽝이다. 레퍼런스가 있어야 민간에서도 관심을 두게 된다. 미국이 이런 방식으로 시장의 절대강자가 됐다. CIA가 AWS를 쓴다는데, 누가 그 성능을 의심하겠는가.  
 
아마존 AWS, 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이 시장을 잠식했다. 과연 우리 기업에도 기회가 있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당장 AWS 같은 대형 클라우드 인프라를 따라잡긴 어렵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이들 빅테크 사이에 큰 ‘틈새’가 있다는 거다. 베스핀글로벌이 다루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대표적이다. 지금 SaaS 시장은 펄펄 끓는 용광로와도 같다.  
 
SaaS?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쉽게 말해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되는 SW’다. 필요한 SW를 돈 주고 사서 통째로 CD로 받거나 다운로드 하는 시대는 지났다. SaaS를 통하면 이젠 PC·서버 같은 물리적인 인프라 없이도 SW를 이용할 수 있다. SaaS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물리적인 간섭이 적은 만큼 특정 산업 수요에 맞춘 맞춤형 SW를 개발하기 쉽다는 점이다. 클라우드에 얹어서 팔면 판매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특히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에 더없이 좋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면, 다른 국가도 눈독을 들이고 있겠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한국이 하드웨어 강국에서 그치는 게 아닌, SW도 잘하는 진짜 IT 강국으로 도약할 시점이다. 지금 늦장을 부리면 이후엔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이한주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의 SaaS의 전성시대가 곧 올 것으로 내다봤다.[신인섭 기자]
SW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닷컴버블 때부터 했다. 그런데도 가시적인 성과는 별로 없었다.
한국은 SW 생태계가 워낙 열악했다. 공공과 대기업의 전근대적인 SW 구매 관행도 문제였다. 하지만 지나간 건 지나간 대로 잊자. 앞으론 달라질 거다.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시스템과 앱을 클라우드로 옮기려고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클라우드의 유효성을 미심쩍게 보는 시선도 있다.
SaaS가 필요한 건 재계뿐만이 아니다. 의료, 법, 금융 등 갖가지 산업에서 효율과 확장을 위해 SaaS 제품을 쓰게 될 것이다. 우리만 해도 한 건설업체와 협업해 SaaS를 제작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기반으로 한 안전 플랫폼이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도 자연스레 따라갈 텐데, 공공이 도와주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게 뻔하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상당할 거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5년간 클라우드 시장에 필요한 인력이 국내에서만 40만명은 될 거라고 본다.
 
40만명은 큰 숫자다. 클라우드가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나.
2000년 1월 1일 자정을 넘긴 시각으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당시 IT 업계는 Y2K 밀레니엄 버그로 떠들썩했다. 날짜나 시각을 다루는 과정에서 오류가 났기 때문이다. 그때 날짜 코드를 일일이 변경하는데 꽤 많은 노동력이 동원됐다. 클라우드로 디지털 전환을 꾀하려는 기업은 더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클라우드 위에 적절히 얹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당장 인재를 키우는 게 시급해 보이는데.  
청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산업에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 늘어나게 될 거다. 다만 요새 민간이고 공공이고 AI 인재 개발에 몰두하는데, AI 산업은 의외로 사람이 많이 필요한 기술이 아니다. 이제는 클라우드 인재 양성도 본격적으로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야말로 클라우드가 세상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 시장에서 새 기회를 엿보는 혁신 기업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1개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여러 기업이 뛰어드는 생태계 확보가 시급하다. 한국은 과거 제조 대기업이 하드웨어를 세계에 수출하는 나라였다. 앞으로는 SaaS 열풍을 타고 SW 강국으로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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