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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종목에 기웃거리지 말아라 [이상건 투자 마인드 리셋]

지인 정보에 휘둘린 투자는 승률, 배당률 높일 수 없어
겉핥기식 정보로 투자하다간 투자금 날릴 가능성 높다

 
 
자신도 잘 모르는 종목에 투자할 경우 승률과 배당률이 낮아질 수 있다. [중앙포토]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승률과 배당률을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를 하나의 게임으로 본다면, 승률은 무조건은 51%가 넘어야 한다. 50%의 승률은 본전을 의미한다. 투자에서는 항상 수수료나 세금과 같은 비용이 따르므로 본전은 곧 손실을 의미한다. 배당률은 수익의 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주식 10개 종목에 100만원씩 고르게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9개 종목은 동일하게 10%씩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9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그런데 한 종목은 운 좋게 200%가 올라서 200만원의 수익이 났다. 각각의 종목을 한 번의 베팅 기회라고 생각해 보자. 10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10번의 베팅 기회가 있었다는 뜻이다.  
 
10번의 베팅에서 9번은 실패로 끝났지만 한 번은 크게 성공했다. 경마와 같은 도박 게임에 빗대어 얘기하면, 배당률이 매우 높은 경주마를 잘 맞춘 것이다. 때로는 실패 횟수가 많더라도 한두 번의 큰 성공이 투자 수익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법이다. 결국 투자라는 게임은 승률과 배당률을 높일수록 그 배당금이 많아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승률과 배당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투자에서는 모든 게임을 다 잘할 필요가 없다. 승률과 배당률이 모두 높은 종목이나 분야를 선택하면 된다. 투자는 올림픽 게임이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할 수도 있고, 내일 못하면 내년에 할 수도 있다. 정해진 시간도, 정해진 상대도 없다. 경기장도 사라지지 않는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률과 배당률이 모두 높은 종목 선택해야

상대방 선수도 없고 경기장은 영원히 존재하며 게임 출전 여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투자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승률과 배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바로 ‘내가 유리한 게임만 하면 된다’. 불리한 게임은 피하고, 유리한 게임만 하면 승률과 배당률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유리한 게임을 하려면, 당연한 얘기지만 남보다 더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잘 모르고 잘할 수 없는 분야는 피하라는 얘기이다.  
 
주식으로 예를 들면 모든 주식을 다 잘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모든 주식을 다 알 수도 없는 일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는 2448개나 된다(6월 11일 기준). 어느 세월에 이 종목들을 다 들여다본단 말인가. 풀타임 전문투자자들이라도 모든 종목을 분석할 수 없고, 실제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나 방법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된다. 가령 필자의 후배는 대부분 대형주 위주로 투자한다. 소형주 투자는 한 번 잘못 판단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투자자는 성장하는 소형주를 선호한다. 미래에 대형주에 될 수 있는 될성부른 떡잎을 찾는 게 자신에게는 맞는다는 것이다. 잘 아는 업종이 있으면 거기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다. 굳이 잘 모르는 업종을 기웃거리는 것보다 몇몇 업종이나 분야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 있으면, 투자를 잘하는 사람에 맡기는 방법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 투자자가 한 명 있는데 바로 로버트 하일 브라운이다. 그는 가치투자의 창시자이자 현대적 증권 분석의 방법론을 정립한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았다. 그레이엄은 당시에 직원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일 브라운은 그레이엄 밑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독립적인 분석가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그레이엄-뉴먼 투자조합에서 일하던 워런 버핏, 월터 슐로스 등과 교류할 수 있었고,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훌륭하게 관리했지만 결국 자신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게 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투자가 아니라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맡기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이게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성’을 선호하는 존재하기 때문에 옆에 아무리 뛰어난 투자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투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주변을 돌아보라. 자신보다 뛰어난 투자 실력을 갖춘 사람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의 판단을 믿다가 실패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진심어린 투자 조언에 귀를 막고, 소음에 가까운 정보에 휘둘려 잘못된 투자 판단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하일 브라운은 그러나 이들과 달랐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레이엄이 은퇴하자 워런 버핏은 뉴욕을 떠나 고향 오마하로 돌아가 투자조합을 설립했다. 하일 브라운은 버핏이 투자조합을 설립한 지 1년 뒤에 오마하로 가서 버핏에게 투자했다. 저가주 사냥꾼으로 그레이엄식 투자를 계승했던 월터 슐로스의 투자조합에도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젊은 펀드매니저들을 찾아서 그들에게 돈을 맡겼다. 하일 브라운은 직접 투자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통찰력을 주식이 아닌 사람에게 발휘한 매우 뛰어난 투자자였다.  
 

많이 알면 알수록 안전마진 높아져  

좀 거창하지만, 투자를 철학에 비유하자면 ‘인식론’과 비슷한 듯하다. 철학은 크게 존재를 탐구하는 존재론, 세상과 가치를 묻는 가치론, 그리고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인식론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투자가 인식론과 비슷한 것은 ‘바라보는 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같은 주식을 놓고도 누구는 고평가됐다고 하고, 다른 이는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다. 기업의 성장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시장 전망도 다르다. 주식시장이란 독립적 객체를 놓고 강세론과 약세론이 대립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가급적 투자 대상을 깊이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완벽한 분석과 전망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안전마진이란 개념을 고안한 것도 철저히 분석했음에도 실수나 실패를 하는 경우가 투자에서는 일상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안전마진이 충분하면 설사 잘못된 분석을 해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그레이엄의 생각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안전마진에 대해서도 일류 투자자들도 저마다 생각의 편차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또렷한 공통점이 있다. 많이 알면 알수록 안전마진은 높아진다. 그래야 나름의 기준을 갖고, 나름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자신이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승률과 배당률은 절대 높일 수 없다. 그래도 높일 수 있었다면, 그건 실력이 아니라 운이다. 안타깝게도 그런 운은 오래 가지 못하지만 말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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