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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K백신 개발 속도 빨라져…성공으로 이어질지 미지수

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 백신 임상 3상 진입 예정…내년 초 상용화까지
식약처 우리 백신 프로젝트 가이드라인 개정…비교임상 가능해져
한미약품·에스티팜·GC녹십자 주축, 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개발 박차

SK바이오사이언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 3상 돌입을 목전에 둔 기업까지 나왔다. 치료제 개발 상황과 견줘보면 너무 더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딴판이다.  
 
K백신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곧 임상 3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14일 국제보건협력전략 온라인 세미나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합성 항원방식)이 곧 임상 3상에 진입하며 내년 초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GBP510’와 ‘NBP2001’ 두 백신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관련업계는 임상 3상에 곧 진입할 백신으로 GBP510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1·2상을 동시에 진행한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우선 제출해서다. 물론 회사 측은 아직 1상만 진행한 또 다른 후보물질인 NBP2001의 임상 데이터가 나오면 두 물질 중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의 임상 3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임상 3상 돌입 시기는 먼저 IND 승인이 필요하다”며 “목표는 7월 안에 돌입하는 건데 상황에 따라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교임상, 백신 개발 가속화 방안으로 떠올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백신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비교임상을 고려하고 있다. 비교임상은 이미 허가된 백신과 성능을 비교해 신규 백신이 기존 백신보다 효과가 같거나 그 이상이면 허가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수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피험자 수와 위약 대조군 모집 없이도 임상 3상이 가능하다. 임상 3상 때 드는 대규모 임상 비용도 절약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 대부분이 비교임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일부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비교임상 대조군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제품을 택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IND 신청서에 대조백신으로 AZ를 내긴 했다”면서 “하지만 임상 3상 진입 시점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어떤 백신과 비교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예방의학 전문의)은 “비교임상은 기존에 유효성이 알려진 백신과 비교해 간접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위약대조 임상시험보다 필요한 연구대상 수가 적다”며 “위약군이 없기 때문에 백신이 있는 상황에서 가짜 약을 사용한다는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백신 임상승인 현황 [자료 식품의약품 안전처]
식약처도 국내 백신 개발사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6월 30일 국산 백신 후보물질을 국내·외에서 허가받은 다른 플랫폼의 백신과 비교해 임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한 우리 백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이로써 아직 개발되지 않은 플랫폼을 활용한 백신 개발도 가능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출시된 적 없는 DNA 백신 플랫폼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진원생명과학과 제넥신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는 노바백스 백신(합성성항원 방식), 셀리드는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바이러스 벡터 방식)과 개발 플랫폼이 같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진원생명과학 측은 “3상 비교임상을 AZ백신을 비교임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Z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이지만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플랫폼이 달라도 상관없이 비교임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DNA백신 후보물질 'GLS-5310'의 피내 주사 접종과 비강 내 스프레이 투여를 병용하는 임상 1상 시험계획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7월 27일 밝혔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12월 식약처에서 피내 접종용 GLS-5310의 임상 1상과 2a상을 동시에 허가받은 뒤 개발해왔다. 회사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고, 접종자 91.1%가 T세포 면역반응을 보였다.  
 
반면 제넥신은 비교임상 대신 일반적인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넥신은 현재 인도네시아 칼베 파르마와 공동으로 현지에서 글로벌 임상을 추진 중이다. 제넥신은 7월 초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에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GX-19N)의 임상 2·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이 글로벌 임상 2·3상 승인을 받은 최초 사례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에서 5000명, 다른 국가에서 5000명을 모집해 총 1만명을 대상으로 다국가 임상 3상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GX-19N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임상 규모를 3만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 인구 규모와 최근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세 빨라져 임상 대상자 모집과 연구가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회사 셀리드는 상용화된 백신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임상 3상을 하기 위해 얀센 백신을 확보 중이다. 회사 측은 기존 임상 결과 분석과 함께 개량 후보물질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 오는 9월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셀리드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 중인 ‘AdCLD-CoV19-1’에 대한 임상시험 계획 변경에 대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7월 25일 밝혔다. 기존에 진행해온 임상 2a상에 개량된 백신 후보물질을 시험하는 임상 1상이 추가됐다. 이 회사는 생산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약물 전달에 쓰이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개량했다.
 
 

변이바이러스 대응·대규모 임상 진행 난제 해결돼야  

 
개발사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변이바이러스 대응도 고심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비임상 지원사업에서 신규 항원조성을 통한 변이 대응 업그레이드 백신 후보인 유바이오로직스의 ‘유코백-19-SA(가칭)’을 선정했다.  
 
6월 29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 출범식'에서 주요참석자들이 협약서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밖에 ‘토종’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곳도 있다. 한미약품, 에스티팜, GC녹십자가 주축이 되고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지원하는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K-mRNA 컨소시엄)’이 출범한 상태다. 또한 다른 개발사 간의 mRNA 컨소시엄도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개발사들의 이 같은 노력은 해외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만으로는 국내 백신 수급의 안정화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선도적인 위치를 점해 국산 백신 개발이 한발 늦은 것도 사실이다. 임상 시험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막대한 비용,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난제도 계속되고 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바이러스 확산세에 이제는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까지 예고되고 있다. 따라서 '백신 주권 확보'는 긴 레이스에 올라탔고, 꼭 완수해야 할 ‘사명’이 됐다.   
 
백신 개발 업계 관계자는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비교임상의 가이드라인이나 3상 진입시 선구매 같은 개발사들의 요구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미국은 수십조원을 투자해 모더나, 화이자 같은 새로운 플랫폼 백신을 시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는데, 우리 정부 지원도 더 전폭적으로 더 확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물론 백신 개발의 결과가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임상 갔을 때 임상 환자 모집과 비용이 난제다”며 “대형 펀드 조성이나 선지급 등을 통해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백신 개발을 그간 시도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기회에 자체 기술을 확립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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