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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배꼽티 딸은 크롭티...돌고 도는 패션 유행

90년대 가수 룰라, 미투, 하이디, 박기영 등 배꼽티 즐겨
자신만의 멋과 개성 중시하는 MZ세대 사로잡아 유행
재킷, 셔츠, 점퍼 등 다양한 종류 상의가 크롭 기장으로 출시
"과거 유행 패션이 아닌 본인들이 재해석한 또다른 패션 트렌드"

 
 
배꼽티를 입은 90년대 당시의 룰라의 채리나, 미투, 하이디, 박기영 [중앙포토]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배꼽티를 입은 여성이 90년대 TV 뉴스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이 인터뷰는 한때 인터넷을 떠돌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개성 표현과 존중을 중시하던 90년대. ‘X세대’라고 칭해지던 당시 젊은이들은 패션으로 반항과 개성을 표현했다. 그중 하나가 ‘배꼽티’다.
 
상의 길이가 짧아 배꼽이 보이는 티를 배꼽티라고 한다. 90년대 당시 바지는 골반 즈음에 걸쳐서 배꼽이 보이게끔 입고 다녔다. ‘배꼽찌’라고 하여 귀걸이처럼 배에 구멍을 뚫어 장식하기도 했다. 90년대 당시 배꼽티를 즐겨 입던 박수희씨(45)씨는 “그땐 볼륨 있는 몸매보다 마른 몸매가 유행이었다. 가는 허리를 강조하고자 배꼽티를 즐겨 입었던 것 같다”며 “젊었을 당시 마른 몸을 드러내고 싶기도 했고, 아무래도 옷 매장에서 많이 팔다 보니 많이 사 입게 됐다”고 말했다.  
 
1996년 압구정동 패션거리 선포식
  
당시 연예인 사진을 통해 배꼽티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에 활동하던 가수 룰라, 미투, 하이디, 박기영의 당시 활동사진에는 다들 배꼽티를 입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996년에 열린 압구정동 패션거리 선포식에서 한 모델은 배꼽티와 치마 투피스 패션으로 런웨이를 했다.
  
지난해에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큰 인기를 끌었던 그룹 싹쓰리. 싹쓰리의 린다G(이효리)는 90년대 모습을 보다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배꼽티 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싹쓰리의 이효리는 크롭 패션으로 90년대 느낌을 재현했다. [사진 중앙포토]
 
그렇게 유행하던 배꼽티가 ‘크롭티’로 돌아왔다. 크롭티는 배꼽티를 다르게 부르는 말로, 'cropped' 즉 잘린 티를 말한다. 자신만의 멋과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사로잡아 유행을 이끌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크롭티 #크롭탑을 키워드로 한 게시물 수가 24만개를 넘는다.  
 
크롭티를 즐겨 입는 20대 손지형씨는 “상체에 살이 없는 체형이다. 자신 있는 부분을 드러냄과 동시에 날씬해 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여 여름에 크롭티를 즐겨 입는다”고 밝혔다. 대학생 김민주씨는 “키가 작은 편인데 크롭티에 하이웨이스트 하의를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고 작은 키를 커버할 수 있다”며 “크롭티는 티를 바지에 넣을 필요가 없어 굉장히 편하다. 청바지, 와이드팬츠, 치마 등 다양한 옷들과 코디해서 자주 입는다”고 말했다.  
 
올여름 스튜디오 톰보이에서 출시한 크롭 후드티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90년대는 티에 한해서 크롭이 유행했다면 요즘에는 티 뿐만 아니라 재킷, 셔츠, 점퍼 등 다양한 종류의 상의들이 크롭 기장으로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브플먼트’는 올여름 제품의 90%를 짧은 허리 기장으로 출시했다. 스튜디오 톰보이의 크롭반팔 후드티셔츠, 레터링 반팔 티셔츠들은 80% 이상의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한양대학교 의류학과 재학생 이모씨는 “요즘 유행하는 크롭티는 90년대에 비해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가 많은 것 같다. 90년대 배꼽티 유행과 다른 점은 이런 다양한 시도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의류브랜드 '럭키슈에뜨'에서도 올여름 크롭티 제품을 많이 출시했다 [사진 중앙포토]
 
이번 크롭티의 유행에는 와이드팬츠와 하이웨이스트 팬츠도 함께 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여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은 크롭티와 와이드팬츠 조합이다. 최윤정 목포대학교 패션의류학과 교수는 “MZ세대에게 크롭티와 와이드팬츠의 조합은 이전에 유행했던 제품들의 불편함에 대한 대안이면서, 건강한 몸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상의 장점을 가진 새로운 자극물로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블랙핑크의 제니는 크롭티를 즐겨 입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사진 제니 SNS]
 
일명 ‘레트로 패션’이라고 하여 과거에 인기 있던 패션이 주기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부츠컷 바지, 청재킷, 곱창 머리끈 등 복고 느낌의 패션 아이템들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번엔 배꼽티, 크롭티가 유행으로 돌아왔다.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재학생 최모씨는 “패션은 20년을 주기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며 “어떤 유행이 돌아오면 그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재해석되어 돌아오는 거 같다. 크롭탑도 기존의 배꼽티가 아니라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원하는 기장과 마감을 선택할 수 있게, 선택의 폭이 넓혀져 유행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크롭티 열풍에 대해 최교수는 “MZ세대에게 크롭티는 과거 유행했던 어른들의 패션이 아니라 본인들이 받아들이고 재해석한 또다른 패션 트렌드로봐야 할 것 같다”며 “90년대 패션 이미지를 공유하는 SNS 계정이라든지, 90년대식 옷 입기 챌린지 등을 보면 MZ세대에게 90년대 패션은 신선한 자극물이면서 그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의 일환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현정 인턴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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