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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맞은 ‘울산’…‘신세계백화점’ 자리에 ‘오피스텔’ 들어서는 사연

2013년 울산 우정동 부지 555억원 매입…8년째 답보
스타필드→레지던스호텔→오피스텔, 수차례 계획변경
랜드마크 위한 특별계획구역 땅에 ‘상업시설은 고작 10%’
울산 중구 주민들‧정치권 등 지역사회 반발 거세져

 
 
울산시 중구 우정동 490 일원(빨간색 타원)에 위치한 신세계 소유 부지. 현재 신세계 부지를 제외한 인근 땅은 예정됐던 시설물 건립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사진 울산시 중구]
 
# 2013년 5월. 신세계는 울산 중구 울산혁신신도시 내 상업용지(우정동 490번지) 2만4000㎡(7260평)를 사들였다. 매입 금액은 555억원. 당시 시세보다 낮은 3.3㎡(평)당 750만원 수준이다. 신세계는 이곳에 울산 시민들을 위한 ‘울산판 센텀시티’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 대가로 저렴한 분양가는 물론 1200%에 달하는 용적률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3년간 진척 없던 사업은 2016년 2월 신세계와 울산 중구가 업무협약으로 가속도를 내는 듯 했다. 총 5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한 울산 최대 규모의 백화점 건립이 목표였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다양한 기능을 목표로 2017년 착공에 들어가 2019년 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 2021년 8월. 울산의 랜드마크 백화점이 세워져야 할 이곳은 여전히 빈 공터로 남아있다. 상업부지 중심이 덩그러니 버려진 모습이다. 신세계가 경기침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착공을 미룬 탓이다. 그 사이 백화점을 짓겠다던 계획은 ‘스타필드형 복합쇼핑몰’로 변경됐다. 49층 규모의 쇼핑센터, 완공 목표일은 다시 2025년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 역시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지난 6월 말 신세계가 다시 내놓은 계획은 백화점도 복합쇼핑몰 건립도 아니다. ‘복합상업시설’이란 이름의 ‘1440실 오피스텔 건립이다.  
 
울산 혁신도시가 시끄럽다. 신세계가 당초 백화점을 짓겠다며 사들인 부지에 오피스텔을 짓겠다고 나서면서다. 울산중구청과 주민들은 물론 백화점 건립을 보고 주변 상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을 중심으로 ‘신세계 부지 오피스텔 건립 반대’ 서명 운동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목표치인 2만명은 이미 달성했다.  
 
울산중구 측과 주민들은 신세계가 8년 전 부지를 싸게 매입하면서 체결한 협약을 무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우선순위를 정해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오피스텔 건립은)사업성을 놓고 벌인 용역 컨설팅 결과라는 입장이다.  
 

‘복합상업시설’ 짓는다더니…부동산 사업 비난  

논란의 핵심은 ‘오피스텔 개발’이다. 지난 6월 28일 신세계가 비공개로 내놓은 복합상업시설(상업+주거) 개발 방안이 사실상 분양 잇속을 챙기려는 ‘부동산사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세계가 내놓은 조감도는 복합상업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판매시설 면적이 49층 중 3개층(지하 1층~지상 2층) 뿐이다. 들어서는 쇼핑시설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키즈도서관 등이 거론된다. 이는 전체 연면적(33만6600㎡) 중 10%(3만3000㎡)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피스텔 1440실이 나머지 90% 연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울산혁신지구 발전연합회 관계자는 “신세계 부산센텀에 버금가는 복합쇼핑센터 말도 나왔던 부지였는데 현실은 오피스텔이냐”면서 “신세계의 사탕발림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익 추구를 위한 오피스텔을 짓겠다니 이는 명백한 주민 우롱”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구 측도 “신세계가 온갖 핑계로 개발 계획을 미루더니 결국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게 웬 말이냐”며 “큰 인심을 베풀 듯 새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거절하면 토지를 매각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는 어조로 일관하고 있는데 당초에 약속한 시설 입점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합상업시설이란 이름의 오피스텔 자체가 당초 취지와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 소유 부지는 기존 시가지 상권과 차별화된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땅이다. 그런 땅에 상업시설이 10%에 불과한 건물을 세우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특히 현행법상 중심상업지역에는 공동주택 허가가 불가능하다. 상업과 업무기능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지역으로, 대놓고 상업활동을 하라고 내어준 땅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계획대로 이곳에 준주택인 오피스텔 중심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는 인허가 논란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시가 특별계획 구역 지정목적과 개발방향 부합 여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종합적인 사항을 검토한 후 입안 여부를 결정하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진다. 일단 시는 주민 반발이 심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심의가 통과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이 지역주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본업이 아닌 부동산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신세계는 백화점 건립을 위해 부지를 싸게 사들이고 각종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건설의 빌리브 오피스텔?…또 바뀔 수 있어   

복합상업시설 조감도. [사진 울산시 중구]
 
업계에선 신세계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땅장사를 통한 잇속 챙기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입장에서 오피스텔은 최적의 카드라는 것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용적률이 1200%에 달하고 층수제한도 따로 없다. 이런 땅에 부동산 가치가 높은 고효율 초고층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신세계 오피스텔이 지어질 경우 업계에선 신세계건설의 대표 브랜드 ‘빌리브’가 세워질 공산이 크다고 보고있다. 이 경우 수익금 모두 신세계 몫으로 남는다는 관측이다. 이미 땅값도 많이 오른 상황이다. 555억원에 매입했지만, 현재 시가는 2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확정된 뒤 건설사가 정해지는 부분이라 신세계건설의 빌리브는 확실치 않다”면서 “(신세계가 얻은 이익에 대해선) 우리도 8년 동안 세금 내고, 관리하는 비용 등 유지비가 많이 들었고 사업 구상하는 컨설팅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 모든 걸 고려하면 차액이 크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순위에 따른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은 많이 벌어야 연간 2000억원 정도를 버는데 한 점포를 출점하기 위해선 6000억~7000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든다”며 “착공하는 데도 4~5년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하면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건립에 대해선 향후 계획이 또다시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사업성을 놓고 어떤 콘텐트가 들어가는 게 적합한지 전반적으로 컨설팅을 받는다”면서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향후 계획은 또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울산에선 향후 계획이 변경되더라도 백화점이 들어설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지방백화점 자체 사업성이 낮고 울산이 주는 메리트가 크게 없어서다. 신세계도 이런 이유로 울산 개발을 차일피일 미뤄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전에는 들어서는데…울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27일 개장한 대전 신세계 외관. [사진 신세계백화점]
 
하지만 최근 신세계가 대전에 중부권 최대 규모의 신세계엑스포점을 오픈하면서 뒷말이 더욱 무성해졌다. 대전 엑스포에는 당초 울산 주민들이 꿈꿨던 호텔과 테마파크, 아쿠아리움, 영화관, 전망대 등 등 쇼핑·문화시설이 포함됐다. 지하 5층~지상 43층의 대규모다. 울산 주민들 사이에선 ‘지역 역차별’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전은 시 차원의 공모사업으로 오픈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면서 “내부적으로 후보군 중 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전은 30년 후 건물을 기부채납해야 하고 울산은 자기 소유라는 데서 오는 차이도 있지 않겠냐”면서 “대전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투자개념으로 들어가고, 울산점은 자가이기 때문에 최대한 수익성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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