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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판결로 체면 구긴 금감원, 금융사와 '갑을관계' 변화 기류

손태승 회장 승소로 '무리한 제재' 비난 커져
신임 정은보 원장도 '금융사와의 소통' 강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인해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7일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앞에서 손 회장 측 박재우 변호사가 선고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려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우리금융 손을 들어주면서 금감원의 스탠스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금까지 금감원과 금융사 간 관계가 철저한 '갑을 관계'였다면, 앞으로는 '협력 관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은행업계 "금감원 패소, 이미 예견된 결과" 

3일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1심 소송의 결과만 두고 본다면 금감원의 중징계가 지나쳤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금감원이 무리하게 금융사 CEO 제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금감원과 업계 간 소통 부재가 지속될 경우 불필요한 갈등과 불요불급한 비용만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손 회장이 제기한 파생결합증권(DLF) 불완전판매 관련 금감원 제재 불복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놨다. 지난해 초 금감원은 우리은행장을 지낸 손 회장과 정채봉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에게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부과했다. 
 
법원은 이와 관련해 내부통제 부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융사 임직원에 대해 제재할 만한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금감원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적용될 법리를 오해하여 그 근거 법령이 허용하는 제재 사유의 범위를 벗어나게끔 처분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적법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금감원)로서는 근거법령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처분사유를 구성해 원고(손 회장 등)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당초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손 회장에 대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며 그 근거로 ▲상품선정위원회 생략 기준 미비 ▲판매 후 위험관리,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기준 미비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 ▲적합성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 ▲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 점검체계 미비 등 5가지를 들었다.  
 
하지만 법원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 위반으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하여 제재 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운영 상 문제점을 위반한 것을 두고 금감원이 처분 사유를 잘못 구성했다는 판단이다.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 금융감독원]
 

정은보 "금감원 본분은 금융사 규제 아닌 관리감독 지원"

이번 소송건을 두고 업계에서는 금감원과 금융사간 관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직적 갑을 관계보다는 수평적 협력 관계로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감원의 경우 소송의 발단이 된 '사모펀드 사태'의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반성보다는 CEO 제재 등 금융사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제재를 가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의 관리감독 스탠스는 금융사들의 자율적 개선보다는 적대적 관점에서의 징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며 "이런 이유로 금융사들 역시 금감원의 관리감독 권한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를테면 금융위원회 결정만 남겨 놓은 제재 건이 있을 경우 피감기관인 금융사와의 소통을 생략하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장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조차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업계 시각을 의식한 듯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사에서 "금융감독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을 늘 새겨달라"며 과도한 감독 체계에 대한 변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손 회장 판결이 다른 금융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받은 금융사들이 줄줄이 행정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은행업계에선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받은 상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현재 손 회장과 같은 이유로 금감원과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판단기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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