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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대행방식 정비사업, 신탁사 역할두고 '말말말'

건설업계 "시공사 선정 앞당기는 꼼수로 활용"
신탁업계 "조합 비용부담·사업기간 동시에 줄이는 감독 역할"

 
 
서울 신림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 한국토지신탁]

서울 신림1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 한국토지신탁]

신탁대행자 방식 재개발, 재건축사업에서 신탁사들의 역할을 두고 건설업계와 신탁업계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근 신탁대행자 방식 정비사업장에서 시공사 단독 입찰이 이뤄지고 사업 자금을 시공사 입찰보증금으로 조달하는 등 신탁사 역할이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신탁업계는 조합의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사업 기간을 단축시키는 감독 역할을 수행하면서 신탁 수수료 이상의 비용 감축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 대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이 서울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결과 GS건설, 현대엔지어링, DL이앤씨 컨소시엄이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추후 시공사 입찰 재공고를 실시해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GS건설 컨소시엄이 수의계약을 통해 최종 시공사로 선정된다. 신림1구역은 예상 사업비만 1조원대에 이르는 서울 서남부권 최대어라고 불렸던 사업장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단독 입찰로 유찰되면서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신탁대행자 방식을 택하면서 공사비 예가(예상 가격)만 정해져있고 콘크리트, 마감재, 샷시 크기 등 상세한 공사비 내역이 없는 입찰이었기 때문에 경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설명회를 열고 20일밖에 지나지 않았고 공사 물량이나 단가를 적용한 공사비를 산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건설사들이 도전할 수 없던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서는 조합 설립 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2010년부터 건축심의 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시공사들이 공사비 내역을 상세히 담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신탁대행자 방식 정비사업을 도입해 이 방식으로 진행하면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 입찰이 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그리고 공사비 예가 등 큰 틀만 정하고 세세한 내역이 없어도 시공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내역 없는 입찰'도 허용하고 있다.
 
또 신탁대행자 방식 정비사업의 장점으로 꼽히는 신탁사의 사업 자금 조달도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지적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신탁대행사 방식 정비사업으로 진행하는 북가좌6구역 재건축, 신림1구역 재개발 등은 신탁사 자금이 아닌 시공사의 입찰 보증금을 사업 자금으로 조달한다"며 "신림1구역은 내역 없는 입찰로 진행하면서 시공사들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기 어렵다보니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에 참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적으로 신탁대행자 방식 정비사업을 택하는 이점은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 하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탁업계는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속도를 내면서 비용도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신탁사가 수행한다고 강조한다. 신탁사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에게 유리하도록 사업을 검토하고 방향을 가리키는 '똑똑한 네비게이션'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탁사들은 서울 정비사업에서 신탁대행 방식을 적용하면 시공사들이 내역 없는 입찰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설계 중복 비용을 줄이고 사업 기간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대행자 방식 정비사업은 조합설립인가 후 바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이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설계에 들이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내역 없는 입찰을 통해 공사비 예가를 정해두고 발주하기 때문에 공사에 들어가는 상세 내역을 최신 트렌드에 맞게 한 번에 정해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탁사가 자금을 직접 조달하지 않는 이유는 조합원들이 시공사의 '사업비 무이자 대여'라는 홍보 문구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질적으로는 공사비에 이자를 포함할 뿐 아니라 착공기준일 이후로 착공이 미뤄질 경우 실착공일까지 발생할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 인상도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신탁대행 방식 정비사업의 신탁사 사업비 대여 금리는 정비사업 기금 금리와 동일한 연 3.5% 안팎"이라며 "신탁사 입장에서도 사업비를 신탁사가 조달하는 것이 신탁 수수료와 별도로 이자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조합원의요구때문에 시공사 입찰보증금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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