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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세포치료제 기업의 잇단 ‘CDMO’ 참전… “장기적 사업모델 되긴 어려워”

GC셀, 헬릭스미스 등 CDMO 진출, 단기적 매출 창출에 의미
유전자‧세포치료제도 결국 대형화‧자동화 불가피… 전문 CDMO 기업들 주도권 경쟁 중

경기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셀센터. [사진 녹십자셀]
유전자치료제와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던 신약개발기업들이 앞다퉈 유전자‧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유전자‧세포치료제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는 가운데, 신약 개발로 기술과 노하우를 갖춘 기업들이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이런 CDMO 사업 진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일각에선 CDMO 사업 진출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GC녹십자그룹의 계열사인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은 지난 13일 임시주총을 열고 합병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세포치료제 연구개발기업인 녹십자랩셀과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녹십자셀이 합쳐져 오는 11월 GC셀이 출범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경영효율화 및 사업시너지에 방점이 찍혀있는데, 바이오업계는 새 법인이 영위할 세포치료제 CDMO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두고 “세포치료제 CDMO사업부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긍정적”이라며 “세포치료제 CDMO사업 확대로 새로운 밸류에이션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은 녹십자셀이 이미 영위해왔다. 녹십자셀의 주력사업은 세포치료제인 이뮨셀엘씨지만 국내 최대규모의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인 셀센터를 지난해 GMP 허가를 받고 CMO 사업을 영위해왔다. 녹십자셀의 세포치료제 CMO사업은 아직 매출 규모는 미미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CMO 매출은 36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6월에만 3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합병을 통해 녹십자랩셀의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능력이 더해지면 CDMO로 사업영역을 확대, 더 가파른 성장이 가능하단 게 업계의 시각이다.
헬릭스미스가 지난 13일 유전자·세포치료제 전문 공장 ‘CGT Plant’의 준공을 기념하여 현판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유승신 대표이사, 박원호 사장, 배경동 생산본부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헬릭스미스]
 
같은 날 유전자치료제 전문기업 헬릭스미스는 유전자‧세포치료제의 전문적 생산을 위한 CGT플랜트의 준공식을 열고 유전자‧세포치료제 분야 CDMO 사업에 진출을 공식화했다. 헬릭스미스 측은 “국내외 유전자·세포치료제 임상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며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는 최근 연구개발이 활발한 분야로 유망한 신약이 기대되는 반면 국내에 특화된 시설과 전문적 노하우를 지난 CDMO 업체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차바이오텍이 세포치료제 분야의 CDMO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연제약은 최근 충주에 공장을 준공하고 유전자치료제 CDMO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업계가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사업에 나서는 건 성장하는 사업에서 새 수익모델을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은 기존 활성화된 항체의약품 시장보다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 유전자‧세포치료제가 기존의 의약품에 비해 표적 정확성이 높아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현재의 의약품으로 완치가 힘든 질환이나 만성질환 등에 유전자‧세포 치료제가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대부분의 연구가 생산시설이 없는 바이오벤처에서 진행되는 만큼, CDMO에 대한 수요도 많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반(Frost&Sullivan)에 따르면, 유전자·세포치료제 CDMO 시장은 2019년 15억2460만 달러에서 연평균 31% 성장해 2026년 101억134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자‧세포치료제 신약개발기업들의 CDMO 진출은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유전자‧세포치료제의 공장 설비를 만들어, 수익성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CDMO 사업을 가동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 신약개발에 투입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유전자‧세포 치료제 개발기업들이 CDMO에 진출하는 것은 지어진 공장 설비를 조기 가동해 수익을 내기 위한 방안”이라며 “장기적이거나 주력 사업모델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직 세포‧유전자치료제 시장이 개화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임상개발 단계인 바이오벤처의 수요가 많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져 상업화 생산이 중심이 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은 지속 커지지만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프로스트&설리반은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의 성장률은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CDMO 전문기업들이 전문화에 나서며 신약개발 업체들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실제 항체치료제 CDMO에서 높은 역량을 가진 글로벌 CDMO 회사들은 유전자‧세포 치료제 CDMO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위스 론자는 2017년 네덜란드 세포치료제 CDMO 기업 파마셀을 인수했고, 미국 카탈란트는 2019년 유전자치료제 CDMO업체 파라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인 마스터셀글로벌을 인수하기도 했다.  
 
SK 팜테코가 인수한 프랑스 유전자 및 세포치료제 CMO 전문업체 이포스케시의 생산시설 모습. [사진 이포스케시]
해외 기업뿐만이 아니다. 바이오 사업 육성에 나선 SK그룹도 최근 SK팜테코를 통해 프랑스 유전자‧세포치료제 C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이포스케시 공장 증설에도 돌입했다. 세계 최대 항체치료제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세포치료제 분야 진출을 이미 예고한 상태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올해 1월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세포치료제 CDMO 사업 진출을 공언했고, 최근 삼성그룹이 발표한 투자·고용과 상생 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 CDMO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 신약개발 기업들의 CDMO 사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결국 상업화를 위한 생산을 위해선 대량생산과 자동화가 가능한 방향으로 위탁생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은 이미 대량생산, 자동화 방향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기업의 유전자‧세포 치료제에 대한 기술 유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세포치료제를 상용화하는 글로벌 빅파마는 자체 생산체계를 만들 가능성도 크다. 킴리아 등 세포치료제의 상용화에 나선 노바티스는 2019년 프랑스 세포치료제 CDMO 업체인 셀 포 큐어(Cell for Cure)를 인수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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