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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갈등의 진짜 문제 “꼭 부수고 싸워야만 혁신하나요”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라③]
규제 통한 입법 만능주의로는 갈등 억제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구태·적폐 낙인찍기 대신 기존 레거시 사업과의 소통 늘려야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산업 간의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인다.[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 vs 택시업계’ ‘로톡 vs 변협’ ‘야놀자 vs 숙박업계’ ‘강남언니 vs 의협’ ‘삼쩜삼 vs 한국세무사고시회’ ‘빅밸류 vs 감정평가사협회’…. 플랫폼 사업자와 관련된 갈등이 재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갈등을 벌이는 업종을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호출료 인상으로 점화한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와의 분쟁은 택시기사들의 ‘릴레이 1인 시위’로 이어졌고, 고소·고발의 홍역을 앓는 플랫폼도 있다.  
 
갈등 양상은 제각각이지만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 가지다. 플랫폼 사업자가 기존 시장의 생태계를 유린하고 있다는 거다. 아예 시장 점유율을 두고 다투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이익 분배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례도 있다. 함께 성장하다가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성 확보에 나서면서 급작스레 수수료율과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면 여기에 반발하는 식이다.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플랫폼 산업은 변곡점을 앞두게 됐다. 정부와 국회가 전상법(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 온플법(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에의 공정화에 관한 법) 등을 발의하면서 ‘규제 메스’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타다금지법’ 업계 갈등 해결 못해  

시장에선 이 같은 규제가 혁신 산업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타다금지법’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거다. 타다는 법적 논쟁에 휘말린 끝에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출시 1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부동산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이분법적으로 규제냐 아니냐를 따질 일이 아니다”면서 “애초에 누구에게나 이로운 법을 찾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어느 한쪽에 쏠린 법을 내놓는 것도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갈등을 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입법 만능주의는 해법이 되기 힘들다. 법을 통해 갈등 요인이 말끔히 해결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타다금지법으로 타다는 멈췄지만, 모빌리티 업계의 갈등을 해결하진 못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이 갈등을 빚는 현상은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플랫폼업계 측의 주장대로 갈등을 시장에만 맡기는 일은 무책임하다. 신산업이 출현하면 한편에서는 피해를 보는 사업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카카오는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으로 무장해 시장을 외부로 넓혀가며 기존 사업자를 몰아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생계가 걸려있는 문제다 보니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정부 역시 “플랫폼 사업자의 과점체제로 갈 우려가 큰 데도 문제의식 없이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산자위 소속의 한 여당위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한 행위를 둘러싼 제보를 많이 받고 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단체를 가장 자주 접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편익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이들의 목소리를 마냥 외면할 순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가 효능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장 자율에도 맡길 수 없다면 플랫폼 갈등은 난제로 남겨둬야만 하는 걸까. 이는 심각한 문제다. 신기술을 소화할 시장이나 법적인 규제,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 등 주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이 앞으로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낼 공산이 커서다.  
 

기존 산업과 협업 택하는 스타트업 눈길

하지만 스타트업 일부에선 “발전적 해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기존 업계와 협업하는 성장 전략을 선택하는 스타트업도 분명히 있어서다. 가령 택시 호출 플랫폼 ‘아이엠택시’를 운영 중인 진모빌리티는 자사 드라이버를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처우 불만을 없앴다. B2B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의 저항 없이 사업을 전개하는 한 식품업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CEO는 “스타트업이 기존 레거시 사업자를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태도”라면서 “기존 사업자는 구태, 스스로는 혁신으로 나누고 우리의 방법론이 옳으니 따라오라는 태도를 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은데, 이럴 경우엔 어떤 정책을 꺼내도 기존 사업자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 역시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닌 시장을 활성화시켜 파이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필해야 한다”면서 “이익 배분 문제도 기존 사업자와 머리를 맞대고 자주 소통하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보단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꼭 부수고 싸워야만 혁신인 건 아닌 셈이다. 자신만 혁신이고 나머진 구태라는 프레임이나 밥그릇 챙기기 싸움은 여론의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결국 이 난제를 풀기 위해선 플랫폼과 기존 사업자 모두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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