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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공주택사업 분양가·분담금 공개하니 주민들 ‘눈총’만

서울 증산4구역에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2차 설명회
LH “3.3㎡당 2257만원, 전용 84㎡ 7억3070만원” 제시
주민들 “추정 분담금 과소 평가, 이주·대출 대책도 미흡”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8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1호 예정지로 꼽히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을 대상으로 유튜브 중개를 통해 첫 2차 주민설명회를 열고, 추정 분양가과 분담금 등을 공개했다. 이 설명회는 댓글을 달 수 없도록 유튜브 채팅창을 차단해 주민들이 통보식 진행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사진 은평구청 유튜브 캡처]
 
2·4 주택공급대책의 핵심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금액산정 구조가 베일을 벗었다. 정부가 용적률 혜택과 추정분담금·분양가 등을 처음 공개했다. 하지만 산정 근거가 부족하고 대출 지원, 이주 대책 등 후보지 주민들의 궁금증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LH “가구당 분담금 9000만원 정도”라 했지만 실제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8일 2차 설명회 첫 자리인 ‘증산4구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온라인 주민설명회’를 열고 사업 계획과 향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증산4구역은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로 2·4 대책이 발표된 뒤, 지난 3월 1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이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1호 예정지구로 지정이 유력한 곳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전인재 국토교통부 도심주택총괄과장, 서울 은평구청·LH 관계자 등 4명, 주민대표 3명이 참석했다. 다른 주민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설명회를 지켜봤다. 지난 1차 설명회는 용적률·분담금 등 사업 정보가 부족해 주민들이 사업에 찬성 또는 반대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설명회에서 LH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추정 분양가를 3.3㎡당 2257만원으로 제시, 일반 분양가격이 전용 59㎡는 5억8292만원, 전용 84㎡는 7억3070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지 토지·건물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선공급 가격은 일반분양가의 85%를 적용해 전용 59㎡는 약 4억9400만원, 전용 84㎡는 약 6억2000만원으로 산출했다.    
 
평균 분담금은 1가구당 9000만원 정도다. 민간 개발 시 분담금(약 2억3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 정도 절감된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분담금이 줄어든 이유는 용적률 인센티브에 있다. 민간 개발로 추진하면 용적률 247%를 적용 받는다. 하지만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은 공공 개발이어서 종상향 등의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LH는 증산4구역 용적률이 민간 개발보다 48%포인트 높은 295%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이 구역 평균 용적률은 188%다. 이와 함께 기부채납 비율이 23%(민간 개발)에서 17%로 6%포인트 줄어들면서 대지면적이 13만㎡에서 13만8000㎡로 넓어진다. 종상향 인상과 기부채납 인하 등의 혜택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 수치는 현시점에서 추정한 값이어서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주민들 “감정가 최대, 신청평형 최소여야 분담 9000만원될 듯”

하지만 설명회를 지켜본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주민들은 “LH가 추정한 분담금이 과소하게 측정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용적률·기부채납비율 추정값과 가구수 등의 사업 계획을 포괄해 LH가 산정한 분담금 총액은 약 1665억원이다. 이를 토지 등 소유자 약 1800가구로 단순하게 나눠서 나온 숫자가 9000만원이라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소유자들이 보유한 토지·건물 등의 면적이 제각각 다른데, 마치 9000만원만 내면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LH가 이날 예시로 든 추정 분담금도 가구당 분담금 9000만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추정 분담금은 ‘토지 등 소유자 분양가’에서 ‘종전자산 추정액’을 뺀 값에서 정해진다. LH는 대지 지분이 33㎡(약 10평)인 공동주택에 사는 원주민이 전용 84㎡ 아파트를 신청할 경우, 분담금을 2억7100만원 또는 2억2000만원 정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LH가 추정한 토지 등 소유자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6억2000만원이다. 여기서 대지 지분이 10평인 공동주택에 대한 종전자산을 3억4900만원으로 예상 감정할 경우, 6억2000만원에서 3억4900만원을 뺀 금액인 2억7100만원을 원주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종전자산 감정평가액이 4억원으로 높아지면, 추정분담금이 2억2000만원(= 6억2000만원 - 4억원)으로 줄어든다고도 덧붙였다.  
 
동일한 소유자가 전용 59㎡를 신청한다면 추정 분담금은 종전자산 3억4900만원일 때 1억4500만원 또는 종전자산 4억원일 때 9400만원이다. 즉 가장 작은 전용 면적을 신청하고, 감정평가 금액이 커지는 경우에만 LH가 제시한 가구당 분담금 9000만원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정비업계가 추정하는 증산4구역의 가구당 감정평가액은 2억원 안팎이다. 이를 고려하면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분담금은 민간 개발 시 분담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을 방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를 둘러보고 개발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설명회 댓글 못 달게 차단 “통보식 일방 진행” 불만

증산4구역 주민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설명회를 지켜본 주민 A씨는 “증산 4구역 빌라의 대지 지분이 대다수가 7~8평”이라며 “대략적으로 10평으로 계산해도 2억원이 넘는데, (LH가 제시한) 평균 분담금 9000만원은 어떻게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주민들은 이주대책·대출지원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설명회에선 원주민들을 위한 중도금·잔금대출 방안 등 금융지원책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안내가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민도 있었다. 서울 강북구 후보지 주민 B씨는 “후보지 선정 이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설명이 궁금했지만, LH가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증산4구역 주택 공급 계획에 전용 84㎡ 초과 중대형 물량이 없는 점도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증산4구역에 공급할 주택은 전용면적별로 36㎡ 311가구, 51㎡ 311가구, 59㎡ 1980가구, 74㎡ 670가구, 84㎡ 840가구로 구성된다. 전체 가구 중 약 79.5%(3272가구가 84㎡ 미만 중소형 평형이다.  
 
설명회가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식으로 진행된 점도 불만을 샀다. 이날 설명회는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핵심을 공개하는 첫 2차 설명회로서 정부와 주민이 만나는 상견례와 같은 중요한 자리다. 그럼에도 LH 측은 유튜브 댓글창을 닫아 놓았다. 댓글을 통한 질의나 소통을 통해 관련 의견과 추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창을 차단한 데 대해 주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한편, 정부는 10월에 증산4구역 예정지구 지정을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에 본지구 지정을 마치고, 내년 12월에는 사업 승인, 내후년 6월에는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정지원 인턴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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