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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유치 쉽지 않은데…‘우후죽순’ K-테크노밸리

‘장밋빛 전망’ 불구 공급 과잉에 대규모 공실 우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도심 집중 흐름에 역행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사진 임현동 기자]
판교 테크노밸리 성공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테크노밸리가 우후죽순 조성되고 있지만, 이들 테크노밸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인프라 조성, 기업 유치, 자족 도시 등의 명분을 내세워 들어서는 테크노밸리가 수년 내 대규모 공실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이미 과도한 공급 물량으로 기업 유치에 실패한 테크노밸리 내 공실이 넘처나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제2의 판교 되자…수도권 테크노밸리 ‘홍수’

 
테크노밸리는 미국의 첨단산업 단지인 실리콘밸리처럼 국내에 조성되는 첨단산업 복합단지를 의미한다. 경기도 성남 지역에 조성된 판교 테크노밸리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부터 카카오·넥슨·NC소프트·NHN·안랩 등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연이어 입주하면서 테크노밸리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같은 지역 내 제2‧3판교테크노밸리가 생겼거나 조성되고 있는 이유다. 
 
경기도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제1‧2 판교테크노밸리 총괄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판교 테크노밸리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입주 기업 매출만 약 109조9000원에 달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103조9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입주 기업 수는 1697개, 상시 근무하는 근로자 수는 7만1967명으로 조사됐다. 근로자 수는 올해 10월 기준으로 경기도 과천시 전체 인구(6만9910명)보다 많다.
 
문제는 판교 테크노밸리 성공 이후 테크노밸리를 표방한 개발 사업이 경기·인천권에서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양, 운정, 광명·시흥, 의왕, 일산, 동탄, 부천, 하남, 양주, 광교, 삼송, 안성, 안양 박달, 용인, 김포, 평택 진위 등 두 자리 수 단지에 테크노밸리가 조성될 계획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2021년 제3판교 테크노밸리, 일산 테크노밸리,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착공을 시작으로 2022년 경기 양주 테크노밸리, 경기 용인 플랫폼시티 등 모든 테크노밸리 공사를 조기에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 외에 조성이 예정된 테크노밸리들은 2022~2024년 착공을 시작해 3~4년 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수도권에 2023년~2026년 대규모 테크노밸리 단지들이 쏟아진다는 얘기다. 
 
테크노밸리 조성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은 고용 창출, 생산 유발 효과, 부가가치 효과 등 테크노밸리의 긍정 효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성 테크노밸리는 의료·정밀·광학기기 제조업, 전기장비 제조업 등 10개 업종을 중점 유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토대로 약 2377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약 1조2800억원 규모의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광명·시흥 테크노밸리는 약 2200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9만6497개와 생산 유발 효과 3조739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조820억원을 창출한다는 포부다. 
 

차별성 없는 단지에 공실 쏟아질까 우려 

 
그러나 부동산업계 등에선 이들 테크노밸리의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기업 유치가 불가능할 정도로 공급 물량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제1‧2 판교테크노밸리의 경우 전체 입주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7.6%(1487개)에 달한다. 판교 테크노밸리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 조성 중인 테크노밸리들의 입주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특히 첨단산업, 제조업, 정보산업, 생명공학 등 각 테크노밸리들이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기업들의 업종이 유사한 경우도 많다. 양주 테크노밸리는 4차 산업 중심지로서 첨단 제조 기반 플랫폼으로 조성되며, 광명·시흥은 소프트웨어 등 첨단 IT 분야의 연구개발(R&D) 기업을, 일산 테크노밸리는 IT 기반 콘텐트 산업, IT 융합 의료 기술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산업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홍보만 믿고 테크노밸리 내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상가 등을 계약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테크노밸리 사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두된 언텍트(비대면) 및 도심 집중화 흐름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들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현재 인천의 한 테크노밸리도 기업 유치에 실패하면서 공실이 넘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후죽순 생기는 테크노밸리는 지자체가 자신들의 업적을 남기기 위한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추세”라며 “스타트업 대표들도 테크노밸리의 임대비용이 저렴해 기업 이전을 고려하지만, 주도심과 거리가 있어 인재 이탈 가능성 때문에 테크노밸리 입주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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