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兆단위 기업도 상장 문턱 못넘어…구주매출, 오버행이 발목

[깐깐해진 투심에 허들 높아진 IPO①]
시몬느‧SM상선, 구주매출 비중 높아 기관 수요예측 흥행 실패
내년 IPO 20곳 예정…증시 부진과 업황이 상장 발목 잡을 수도

 
 
◇ 스페셜리포트  
① 兆단위 기업도 상장 문턱 못넘어…구주매출 오버행이 발목
② “커피값은 벌 줄 알았는데”…공모주 투자한 개미들 울상
 
11월 코스닥시장 입성을 예고했던 SM상선이 지난 3일 상장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SM상선은 희망 공모가를 1만8000~2만5000원(예상 시가총액 1조5230억~2조1153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난 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여가 저조해 원하는 공모가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10월 21일엔 예상 시총이 1조원대로 전망되던 명품 핸드백 전문 제조업체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시몬느)이 상장을 포기했다.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 코치 등 미국 대중적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기업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막상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흥행엔 실패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조(兆) 단위 기업의 연이은 상장 철회는 상반기 대어급 상장이 이어졌던 때와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이들의 잇따른 상장 실패 배경엔 상장 후 주가 하락 요인이 되는 구주매출(대주주 등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과 오버행(주식시장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물량) 이슈가 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연말 IPO 대어로 꼽혔던 두 기업을 기관으로부터 외면받게 했다.
 

시몬느, SM상선의 구주매출 각각 80%, 50% 

공모주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을 보여주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상장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관 경쟁률이 높을수록 공모가가 높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악재가 되는 구주매출은 상장시 공모 과정에서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이 경우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신규 사업에 쓰이지 않고 기존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공모자금이 회사의 신규자금으로 들어오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구주매출은 디스카운트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시몬느의 지분 30%(954만주)를 보유한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669만5000주를 구주매출 물량으로 내놨다. SM상선도 구주매출 비중이 50%다. 상장을 위해 구주매출을 취소한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28일 코스닥에 상장한 색조화장품 기업 아이패밀리SC다. 이 기업은 16.2% 비율로 구주를 내놨으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저조하자 철회했다.
 
SM상선은 오버행 이슈에도 발목 잡혔다. 시몬느와 SM상선의 상장 당일 유통 가능한 주식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의 각각 20%, 39% 수준이었다. 올해 상장한 대어급 공모주인 SK바이오사이언스(약 25%), 카카오뱅크(27%) 등에 비교하면, SM상선의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은 많은 편에 속한다. 
 
하반기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박스권 장세도 신규 기업 상장엔 장애물이다. 기업가치가 3조원대로 예상됐던 넷마블 네오가 그 예다. 넷마블 네오는 넷마블의 게임 개발 자회사로, 코스피 상장 게임사 중 시가총액 4위에 오를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며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거란 우려에 상장 심사를 철회했다. 넷마블 네오는 지난 6월 초 출시한 신작 게임 ‘제2의 나라’의 실적 결과를 반영해 내년에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계획이다. 
 
공모주 시장 분위기 악화는 이미 상장한 기업의 주가마저 흔들고 있다. 지난달 13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는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서 78.9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으로, 상장 전부터 시장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증시 부진에 따른 공모주 투심 악화에 기관 수요예측에서 낮은 경쟁률(40대 1)을 보이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보다 1만원 낮춘 2만5000원으로 정했다. 그럼에도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8.72 대 1에 그쳤다.  
 

카카오모빌리티, 티몬 등 내년 상장 재도전 

 
올해 신규 코스피 상장기업은 16곳으로 지난해(5곳)보다 3배 늘었다. 이런 공모주 열기에 상장 기업들은 공모가를 희망 상단밴드로 제시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이 ‘따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깐깐해진 투심에 상장 허들을 넘기 어려워진 지금으로선 비상장기업들의 빠른 증시 입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IPO 시장도 녹록지 않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올해 상장이 연기됐던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년 상장 재도전을 계획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상장 준비 중인 기업은 20곳 정도 된다. 서아론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 팀장은 “내년 상장 예정 기업들이 흥행하려면 업황이나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상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눈높이가 까다로워진만큼 기업의 회사 비전이나 밸류에이션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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