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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남기가 경고한 ‘저가주택 매집’, 경북·충남·경남에?

올해 1억원 이하 주택 거래 8만6238건
경북>충남>경남서 각각 1만건 이상 거래
공시 1억원 이하 취득세 중과 제외 악용
홍남기 “법인·외지인 매집 포착 엄중 조치”

 
 
서울의 한 빌라촌. [연합뉴스]
올해 저가주택 거래가 경북·충남·경남에서 가장 많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매매 건수가 경북·충남·경남에서만 1만건을 넘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저가 주택 거래가 유달리 두드러진 지역으로 분석됐다.  
 
이에 정부는 세금 규제를 피하려는 법인·외지인의 매집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들의 저가 주택 매집 정황을 포착했다”며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자금 조달, 거래가격 등을 검토 선별해 수사 의뢰하겠다”며 전수 조사 의지를 밝혔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 거래가 지방에서 활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칼날이 지방으로 옮겨간 투기 수요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직방과 함께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난 11월 17일까지 전국에서 1억원 이하 주택 거래는 총 8만623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 속하는 경기도를 제외한 전국 지방 7개 도와 제주도에서의 거래가 총 6만6483건(77.1%)을 차지했다. 10건의 거래 중 7~8건이 지방 광역 도에서 이뤄진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1만2182건), 충남(1만1249건), 경남(1만581건)이 올해 1억원 이하 주택 거래가 각각 1만건을 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어 전북(8975건), 충북(8889건), 강원(7799건), 전남(6585건)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1억원 이하 주택 거래에서 서울(211건), 인천(1834건), 경기(6311건) 등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9.7%(8356건)로, 세종(449건)과 지방 5대 광역시는 13.2%(1만1399건)로 파악됐다. 광주(3134건), 부산(2879건), 울산(2051건), 대전(1909건), 대구(977건) 순이다.  
 
지방에선 저가 아파트 매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기반한 직방 통계 자료에 따르면 11월 1~9일 전국 아파트 매수 실거래가 가운데 1억원 이하 비중은 34.1%로 나타났다. 올해 최고 수준이다. 지난 10월 같은 기간(19.3%)과 비교해 한달 새 15%포인트나 급증했다.  
 
지방의 1억원 이하의 저가 주택에 수요가 몰린 배경엔 여러 요인들을 꼽을 수 있다. ▶집값 급등에 떠밀려난 주택 수요가 보다 저렴한 매물로 몰려들었거나 ▶투기로 추정되는 매집 수요가 수도권 규제를 벗어나 지방으로 이동했거나 ▶관망하던 주택 수요가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매매나 갈아타기에 뛰어들었거나 ▶재개발·재건축·산업단지·교통 등 개발호재를 겨냥한 투자 등이다.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2021년 1월 1일~11월 17일 매매 조회 기준

다주택자·법인 저가 아파트 매집 정황 드러나

특히, 다주택자와 법인이 세금 규제를 피해 차익을 키울 수 있다는 이점도 저가 주택 거래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7·10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다주택자·법인이 주택을 매수하면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까지 중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빠졌다. 
 
이후 대출 규제가 더해지면서 투기 수요가 저가 아파트에 쏠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집값 상승 흐름을 탄 저가 주택은 시세차익이 커져 투자금 대비 실익을 키울 수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석은 국토부 조사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전체 거래량은 24만6000건이었다. 이 중 법인 6700여개가 2만1000건(8.7%), 외지인 5만9000여명이 8만건(32.7%)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주택자·법인이 전체 아파트 거래의 40%를 매집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법인과 외지인 등의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집중 매수 사례를 전수 조사하는 데 착수했다. 부동산 투기가 지방으로 실제 확산하고 있다고 판단해, 갭 투기 수요를 솎아내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1~9월 중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주택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하반기 들어서는 일부 법인·외지인을 중심으로 업·다운계약, 명의신탁 등을 통해 저가주택을 매집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에 대해 지난 11일부터 자금 조달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 검토 중이다. 이에 홍 부총리는 “현재 이상 거래를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며 “시장 교란 행위는 유형·빈도·파급효과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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