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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40세 CEO 파격 선임’…젊음이 아닌 글로벌에 방점

연공서열 여전한 재계, 최수연 CEO 내정자 ‘젊음’에 주목하지만
글로벌 사업 확장, 글로벌 신규 사업 발굴 등 글로벌 전략에 집중할 듯

 
 
네이버의 새 CEO로 낙점된 최수연 내정자는 CEO 직속 조직에서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했다.[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최근 단행한 경영진 교체를 수식하는 키워드는 ‘파격’이다. 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새 최고경영자(CEO)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엔 40대 임원은 있어도 40대 전문경영인 CEO는 없다. 시총 3위 기업이자, 국내 최고 IT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가 40세 임원을 사업을 총괄할 사령탑으로 내세운 게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때문에 최수연 내정자를 두고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임을 강조하거나, 기업 전반의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거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젊은 리더십으로 조직문화를 한층 유연하게 만들고, 속도감 있는 전략으로 네이버의 경쟁력을 키울 거란 분석이다. 젊은 창업가가 주류가 된 벤처업계와 견줘 ‘스타트업 같은 속도감’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많다.  
 
하지만 네이버의 리더십 교체 결정을 ‘젊음’에 방점을 찍고 보는 건 비약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네이버의 경영진 교체 보도자료만 해도 최수연 내정자의 출생연도를 강조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이사회가 최수연 내정자를 낙점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 회사에 대한 안팎의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장기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후보자라고 판단했다.”
 
네이버가 새 경영진에게 부여한 역할도 최수연 내정자의 연령과는 접점이 없다. 네이버는 ‘글로벌 전진기지로서의 네이버’를 강조하면서 새 경영진에게 세 가지 임무를 설명했다. ‘주요 사업이 글로벌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 ‘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장’, ‘선제적인 기술·인력 투자를 통해 글로벌로 성장해나갈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책임’ 등이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따내고, 네이버에선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해 온 최수연 내정자의 경력과 밀접한 과제다.  
 
애초에 나이와 경영 능력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논리는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연공서열을 중시한다는 한국 재계에서도 ‘3040 임원’은 꽤 흔한 일이 됐다. 40대·70년대생 임원뿐만 아니라 80년대생 임원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직원 100여 명을 거느린 중견 스타트업의 한 30대 CEO는 “회사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에 맞춰 일하다 보니 나이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다”면서 “나이가 젊다고 변화와 혁신만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경험이 중요하고 안정이 필요한 상황도 있는 만큼 그때그때 맞춰서 경영 결정을 내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따져보면 네이버의 리더십 교체는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합리적이다. 글로벌 시장과 내수 시장 중 글로벌 시장의 성장 여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웹툰·메타버스 등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린 사업 실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 거래액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월간 이용자수(MAU)도 역대 최대인 1400만명을 기록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누적 가입자 수는 2억4000만명인데, 해외 가입자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뚜렷한 내수시장은 성장에 변수가 많다. 그간 네이버 글로벌사업 지원을 총괄해온 최수연 내정자가 CEO가 되면, 네이버는 해외 시장 진출 고삐를 더욱 단단히 쥘 공산이 크다. 
 
최 내정자와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낙점된 김남선 투자 및 인수·합병(M&A) 책임리더 역시 네이버의 내수기업 탈피를 돕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글로벌 유명 투자은행에 재직한 경력이 있고, 네이버에선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주도했다. 네이버의 리더십 교체를 ‘1981년생 CEO’가 아닌 ‘글로벌화’에 더 초점을 맞춰서 봐야 하는 이유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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