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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레시피가 편의점에?"...소비자 레시피에 주목하는 유통업계

음식을 새롭게 조합해 즐기는 소비자 '모디슈머'
라면, 샌드위치, 막걸리까지...소비자 레시피 유통업계 점령해
모디슈머 제품으로 트렌드와 재미 모두 붙잡아

짜파구리는 '모디슈머' 레시피의 원조로 꼽힌다. [중앙포토]
 
#대학생 이가현(24)씨는 며칠 전 ‘투움바 컵누들’을 만들어 먹었다. 이 씨는 “최근 SNS에서 핫한 레시피로, ‘컵누들’ 제품을 우유에 끓여 치즈와 햄, 양파 등의 재료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며 “SNS에서 보고 맛있어 보이길래 따라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해당 레시피가 유명세를 타고 반응이 좋자 ‘컵누들 투움바맛’ 출시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컵누들을 우유에 끓여 부드럽게 먹는 '컵누들 투움바' 인증샷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컵누들 투움바는 '요즘 뜨는 레시피'로도 꼽힌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유통업계의 ‘모디슈머’ 마케팅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는 뜻의 ‘모디파이(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컨슈머(consumer)‘가 더해진 말로, 음식을 직접 조합해 새롭게 즐기는 소비자를 말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식을 즐기고, 이를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소비자-메이드 레시피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레시피가 식품업계에서 공식 메뉴로 채택되면서 모디슈머가 주목받고 있다.  
 

짜파구리부터 크림진짬뽕까지...모디슈머의 중심은 '라면' 

2013년부터 꾸준히 사랑받은 모디슈머 레시피 '짜파구리'는 작년에 정식 제품으로 출시됐다. [사진 농심]
 
모디슈머의 기원에는 ‘짜파구리’가 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든 ‘짜파구리’는 과거 방송프로그램 ‘아빠어디가’에서 김성주가 선보인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동네 마트에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수년이 지난 뒤 영화 ‘기생충’에도 짜파구리가 등장하며 인기를 이어갔고, 결국 농심은 ‘짜파구리’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농심은 PC방 인기메뉴로 꼽혔던 '카구리'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사진 농심]
 
농심은 최근에 ‘카구리’도 새롭게 선보였다. 이는 PC방 메뉴로 유명해진 레시피로, 너구리 라면에 카레 조각을 넣은 메뉴다. 카구리는 출시 한 달 만에 230만 개 이상 팔리며 모디슈머 레시피의 힘을 증명했다.  
 
앞서 오뚜기는 작년에 ‘크림진짬뽕’을 출시했다. ‘크뽕’은 오뚜기의 인기 상품인 ‘진짬뽕’을 우유에 끓여 꾸덕꾸덕하게 먹는 크림 짬뽕으로, 대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이다. 해당 레시피의 인기가 솟구치자 오뚜기는 ‘크림진짬뽕’을 정식 제품으로 출시했다.  
 
순두부를 넣고 끓인 '순두부 열라면'은 먹방 유튜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음식이자 자유롭게 변형 가능한 음식이 라면이다 보니 라면 관련 레시피가 다양하게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에는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끓이는 '순두부 열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생 손정은(25)씨는 "요즘에는 순두부 열라면이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기인데 이 또한 새로운 메뉴로 출시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업계와 편의점도 동참한 '모디슈머' 전략

최근 GS리테일은 서울장수와 손잡고 '막사'를 출시했다. 이는 막걸리와 사이다를 2:1로 섞어 출시된 제품이다. '막사(막걸리사이다)'는 오래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해져온 레시피로 통한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1:1 혹은 2:1로 섞어 마시면 막걸리 특유의 쓴맛을 없애고, 더 달게 먹을 수 있어 전 세대에서 인기였다. GS25 측은 ‘취하는 술’보다 ‘즐기는 술’을 선호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해당 레시피를 적극적으로 상품화하는 데 나섰다고 전했다.  
 
GS리테일과 서울장수가 손잡고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를 출시했다. [사진 GS리테일]
 
최근에 모디슈머 마케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는 과거부터 꾸준히 있던 전략이다. GS25가 2019년에 출시한 '남자친구샌드위치'와 '꿀호떡샌드위치'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떠돌던 레시피다. '남자친구샌드위치'란 전 남자친구에게 연락해서 얻어낸 샌드위치 레시피로, 한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꿀호떡샌드위치란 꿀호떡 사이에 햄과 계란을 넣어 먹는 샌드위치로, 이 또한 SNS에서 인기였던 레시피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시간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레시피가 더욱 다양해졌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 식품업계의 모디슈머 마케팅이 더 활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게다가 소비와 동시에 재미를 찾는 '펀슈머'가 늘면서 최근 모디슈머 제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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