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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자가 더 이타적?…암호화폐 시장의 거센 '기부 바람'

암호화폐, 글로벌 자선단체 유입 가속화…포더리움, 출시 두 달만에 기부금 3억원↑
동물 보호 위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눈길…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도 기부 행렬 동참

 
 
레서판다는 야생 개체 수가 25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다. 레서판다 어스(REDPANDA) 프로젝트는 암호화폐를 통해 레서판다의 구조와 복지에 기부한다. [왕준열PD]
'냉혈한의 심장도 녹인다'는 레서판다는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동물이지만, 개체 수가 야생에 2500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은 현재 레서판다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은 약 4만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멸종 위기 동물이 가상자산(암호화폐)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해외에서 암호화폐 플랫폼이 동물 복지를 비롯한 다양한 기부 영역에서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자선 활동 시장에서도 암호화폐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신용카드보다 ‘50배’ 많은 비트코인 기부금…"MZ세대 주도"

미국 기부금 관리 플랫폼 엔기븐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통한 기부금이 신용카드로 들어온 액수보다 50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기부금 관리 플랫폼 '엔기븐'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통한 기부금 규모가 다른 방식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기븐이 자선 모금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신용카드를 사용한 평균 기부금액은 150달러(약 17만6670원)지만, 가상화폐를 이용한 기부금은 평균 7500달러(약 882만7500원)로 50배 가량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노키드헝그리도 기부금 관리 온라인 플랫폼인 더기빙블록과 제휴를 통해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게 했다. 피델리티 자선기금은 올 한해(1~11월) 1억5000만 달러(약 1766억7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암호화폐로 받았다. 이는 지난해 기부된 암호화폐 2800만 달러(약 329억8120만원)보다 435% 증가한 규모다.
 
암호화폐 교육 매체 알렉산드리아는 이처럼 암호화폐 기부가 크게 성장하는 현상을 두고 “MZ(밀레니얼+Z)세대가 디지털 이타주의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아르테미스 전략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투자자가 일반 투자자보다 기부에 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암호화폐 보유자의 45%가 자선단체에 1000달러 이상 기부했지만, 암호화폐를 소유하지 않은 투자자는 33%에 그쳤다.
 

위기 동물 구호 활동에 쓰이는 암호화폐 ‘거래 수수료’

암호화폐 기부 대상은 비단 인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국제동물구조(IAR)는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라이트코인 등 140개 이상 다양한 암호화폐로 기부를 허락하고 있다. 한발 나아가 몇몇 자선단체는 독자적으로 암호화폐 플랫폼을 만들어 동물 자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8일 오후 3시 포더리움(PAWTH) 기부금 현황. [사진 Pawthereum]
포더리움(PAWTH)은 동물 보호소와 복지 지원에 중점을 둔 커뮤니티 기반 이더리움 프로젝트다. 지난 10월 출시된 포더리움은 사전 모금에서만 7만 달러(약 8234만8000원)를 모아 눈길을 끌었다. 8일 오후 3시 기준 포더리움은 동물 자선단체와 보호소에 총 27만9000달러(약 3억2816만원)을 기부했다. 지난달 포더리움은 스코틀랜드의 반려동물 보호소인 에든버러 도그앤캣홈에 26 이더리움(약 1억4048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포더리움이 발행하는 PAWTH 토큰은 거래될 때마다 거래 수수료 4%가 부과된다. 거래 수수료의 절반은 자선기금으로 가고, 나머지 절반은 토큰 보유자들이 공유한다. 새로운 기부를 촉진하면서 약간의 소득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암호화폐 투자자의 프로젝트 참여 유인을 높인다. 포더리움 개발자들은 거래 수수료 중 일부도 받지 않고 있다.
 
레서판다 어스는 2021년 레서판다의 날(9월 18일)을 기념해 3000달러(약 352만9200원)를 모금했다. [사진 RedPanda Earth Token 트위터]
레서판다 어스(REDPANDA)는 레서판다를 비롯한 멸종 위기종을 구하고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 프로젝트다. 레서판다 어스는 2021년 레서판다의 날(9월 18일)을 기념해 3000달러(약 352만9200원)를 모금했다.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제휴해 세계 각지에 나무 1000만 그루를 심기도 했다.
 
REDPANDA 토큰도 포더리움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기반으로 생성됐으며, 거래 수수료가 레서판다의 복지를 지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현재 약 9700명의 보유자가 있으며, 시가총액은 약 81억6855만원이다.
 

국내서도 암호화폐 기부 ‘꿈틀’…피어테크·코빗, 2억6000만원 기부

지난 4월 20일 전달식 행사가 끝난 후 오세진 코빗 대표(왼쪽)와 김윤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병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코빗]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암호화폐 기부 분위기가 움트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1억6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 59개를 기부한 바 있다.  
 
이 이더리움은 코빗 NFT(대체불가능토큰)을 판매해 얻은 수익이었다. 국내 첫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거래에 대한 작명권을 총 2개의 NFT로 제작해 경매에 붙인 것이 각각 24 이더리움(당시 약 6500만원), 35 이더리움(당시 약 9500만원)에 판매됐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피어테크도 앞서 4월 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을 법정 기부금 단체에 기부한 첫 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공동모금회는 비트코인을 원화로 환전해 보육 시설 아이들의 교육에 지원했다.
 
다만 아직 기부 영역이 해외처럼 학교 건립, 동물 복지 등 다양하지 않은 데다가 국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기부라는 개념 자체를 생소해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자선단체들이 협력해 기부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인지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코빗 관계자는 “올해는 정부 규제에 맞는 거래소 시스템 정비에 쏟는 시간이 많았다”며 “내년에는 NFT 경매 외에도 다양한 경로의 암호화폐 기부 활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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