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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성공? 나만의 시간표를 만들어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국내, 해외에 두루 투자해야 하락장에도 견딜 수 있어
주가 상승기에 투자하고 하락기 탈출은 실패 확률 높여

 
 
아무리 좋은 종목, 좋은 펀드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주가 하락기에 시장에서 탈출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중앙포토]
 
예전 기자 시절 투자 고수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났을 때, 무엇을 합니까?”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수가 투자 고전이나 일류 투자가들의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말을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원래 일류 투자가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엄청난 독서량이다. 
 
워런 버핏, 찰리 멍거, 존 템플턴 경,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 피터 린치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 봤을 일류 투자자들치고 읽기광이 아닌 사람이 없다. 이들은 사업 보고서, 잡지, 책 등 읽기를 통해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종목을 분석하며 투자 마인드를 관리한다. 예를 들어 워런 버핏의 경우, 하루 7~8시간을 읽는데, 시간을 쓰고, 그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지독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일류 투자가들은 ‘학습 기계’에 가깝다.  
 

주가 하락기에서 탈출하면 돈 벌 수 없어  

최근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고통스럽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돈을 잃고 마음 편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이럴 때는 어떤 사람의 책을 읽어야 할까. 이런 생각으로 서가를 기웃거리다 피터 린치의 책을 꺼내 들었다.  
 
마젤란펀드를 운용했던 투자의 대가 린치는 13년간 연평균 29.2%의 수익률을 올렸다. 13년간 그의 펀드에 돈을 맡겼다면, 27배로 불어났을 것이다(그러나 실제 이런 투자자는 한 명도 없다. 펀드 초기에는 투자자들의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건 13년 동안 단 한 해도 마이너스가 없었다는 점이다. 미국 증시 역사상 하루 하락폭이 가장 컸던 1987년 블랙 먼데이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규모도 당시 최대였다. 1990년 그가 은퇴할 때 운용자산은 무려 140억 달러(16조원)나 됐다. 매매한 종목만 해도 1500개가 넘었다고 한다. 항간에서는 린치가 매매하지 않은 주식 이름을 대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다 빠를 것이라는 얘기마저 있었다.  
 
사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 둔화 현상이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공모(公募)형 주식형 펀드가 그렇다. 돈이 들어오면 계속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규모가 작을 때는 확신이 높은 종목에 집중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종목들도 매수할 수밖에 없다. 펀드 규모와 수익률에 대한 분석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도 이런 ‘규모의 딜레마’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린치의 펀드도 전반기보다 후반기로 갈수록 수익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긴 하지만 거대 펀드를 운용하면서 계속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린치는 하락장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을까. 먼저 주가 하락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식시장 역사는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가르쳐 준다. 내려갈 땐 더 많이 내려간다. 1993년 동안 주식시장은 –10% 이상 하락이 50번. 그 50번 중 15번은 –25% 이상이었다. 주식시장은 2년마다 한 번 정도는 –10% 이상 하락한다. 주식시장은 매번 하락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주식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가 하락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하락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언제 일어나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예측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93년 동안 50번의 하락을 얼마나 예측했을까. 당신이 투자하는 것을 이해한다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이용해야 한다.”    
 
하락장에서 필요한 자세로 꼽는 것은 ‘배짱’이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가 하락 때문에 시장을 서둘러 떠나면 안 된다는 것. 아무리 좋은 종목, 좋은 펀드에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주가 하락기에 시장에서 탈출하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와 주식투자에서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배짱이다(피터 린치)”. 
 
실제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린치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 절반 정도가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린치가 은퇴 후 자신의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절반가량이 손실을 보았다. 시장이 좋을 때 투자하고, 반대로 나쁠 때는 서둘러 돈을 인출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나쁠 때 서둘러 나오고, 시장이 좋을 때 투자하면, 아무리 일류 펀드에 투자하더라도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적립식 투자도 규율에 바탕 둔 투자법   

그럼 개인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무작정 인내하면서 시련의 시기를 견뎌내야 할까. 린치의 조언을 들어 보자.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투자하면 주가가 앞으로 오를지 떨어질지 고민하느라 쓸데없이 수고할 필요가 없고, 주식을 충동적으로 샀다 충동적으로 팔아치워 손해 볼 위험도 없다.” 시장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시장에 들어갔다가 불확실해지면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 개인투자자들은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더 성과가 좋다는 얘기이다. 이 말은 다르게 표현하면, 투자 규율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이 당초 정해 놓은 규율을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지켜나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월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도 규율에 바탕을 둔 투자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산 배분도 마찬가지이다. 주식과 예금 등 다른 자산의 비율을 정해 놓고, 그 비율이 바뀌면 다시 제 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런 리밸런싱을 하기 위해서는 배짱과 침착함 그리고 강력한 규율의 실천이 필요하다. 개별 종목 투자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가령 배당주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나름의 종목 선택 기준 즉 규율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배당성향, 배당 수익률과 은행 예금이나 채권 수익률과의 비교 우위, 저평가 여부, 배당 성장 여부 등 자신만의 기준이 정확히 서야 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규율이 있어야 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자신만의 투자 규율을 가진 사람은 크게 벌지는 못하더라도 돈을 잃지는 않는 것 같다.  
 
린치를 통해 우리가 또 살펴봐야 할 것은 해외 투자 여부다. 우리나라의 국내 주식형 펀드는 70% 이상을 무조건 주식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반면 린치가 운용했던 마젤란펀드는 투자 대상과 지역에 제한이 없었다. 린치는 펀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눈을 해외로 돌리기 시작했다. 바디샵, 볼보와 같은 유럽 주식과 일본 주식에 투자했다. 만일 린치가 계속 미국 주식에만 투자했다면, 단 한 해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물론 가정에 불과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주식시장에 쓰나미가 불어 닥치면 바이 앤 홀드 전략을 쓰는 투자자들은 모두 격랑에 한 번쯤 쓸려나가기 때문이다. 린치는 종목 위주의 접근을 하는 스톡 피커(stock picker)였지만 투자 지역을 넓힘으로써 새로운 종목을 찾고 펀드 규모가 커지는 문제를 해결했던 것으로 보인다. 좋은 분산은 하락장에서 방어 기지 역할을 한다. 국내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에도 분산해 놓는 것이 하락장을 더 잘 견디고, 결국에는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길 아닐까.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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