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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산업계 리뷰-반도체] 파운드리는 잘나가는데…삼성 ‘시스템 1위’ 마지막 퍼즐은 ‘설계’

삼성전자 AP, 3분기 고전하며 시장 점유율 5위 머물러
“메모리로 성장한 삼성, 공정 기술과 시설투자로 시장 장악 가능한 파운드리에 집중”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내 엔지니어들의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올해 100여 곳이 넘는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 물량을 수주했다. 20조원에 달하는 미국 파운드리 제 2공장 역시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확정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성장세도 매섭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삼성의 목표 달성에 속도가 붙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남아있다.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담당하는 ‘시스템 LSI’ 사업부의 성장이다. 메모리반도체를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시설투자를 이어가며 뛰어난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 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메모리반도체에서 기술을 축적한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에서도 파운드리 등 압도적인 시설투자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설계에 쏟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설계보다는 시장 성장성이 뚜렷하고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파운드리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P 시장 점유율 5%…엑시노스 2200으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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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설계와 생산으로 분업화돼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 설계를 맡고, 생산은 파운드리 사업부가 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해서는 파운드리 시장뿐 아니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AP), 이미지센서, 차량용반도체 등 반도체 설계 시장을 잡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AP·SoC(시스템온칩)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5%로 5위에 머물렀다. 1위는 점유율 40%를 가져간 대만 미디어텍이었다. 퀄컴은 27%로 2위를 차지했고 애플은 15%로 3위였다. 삼성은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에는 엑시노스보다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 비중이 더 높다. 엑시노스보다 스냅드래곤의 성능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IM사업부는 3분기 모바일 AP 비용으로 미디어텍과 퀄컴에 4조1032억원을 지불했다.
 
삼성전자는 다른 스마트폰 AP 경쟁사와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갤럭시 S22에 탑재될 모바일 AP 엑시노스2200(가칭)에 4㎚(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200은 미국 반도체업체 AMD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2위인 AMD의 GPU를 탑재할 예정이어서 성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경쟁제품인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와 설계와 공정이 같아, GPU가 둘의 성능을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 역시 최신 ARM 아키텍처에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을 적용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한다. 
 
AP와 함께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핵심으로 꼽히는 분야는 이미지센서와 차량용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차량용반도체 개발은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전장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월에 폭스바겐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미래차 시장 변화에 맞춰 통신칩, 프로세서, 전력관리칩 등 3종 시스템반도체를 통해 첨단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 렌더링 이미지. 갤S22 울트라 모델은 일반ㆍ플러스 모델과는 달리 물방울 모양 카메라에 '엣지' 디자인을 적용하고 'S펜'을 탑재한 모습이다.[사진 렛츠고디지털]

LSI 새 수장 박용인, 이미지센서 성장 일등공신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파운드리에서 아날로그반도체까지 정통한 박용인 사장이 시스템LIS사업부를 이끈다. 박 사장은 LG반도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동부하이텍 등에서 재직했고 2014년부터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센서사업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삼성전자에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센서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그동안 이미지센서 사업을 담당하며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삼성의 자체 브랜드인 ‘아이소셀’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이미지센서 절대강자인 소니에 맞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외부 고객사를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내부 출신이 아닌 박 사장이 시스템LSI사업부장을 맡게 됐다는 분석이다. 
 
박 사장과 시스템LSI는 새로운 엑시노스를 주축으로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차량용반도체 시장을 확대해야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맡은 중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엑시노스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며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탑재 비중을 높인다면 생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가동률과 스마트폰 사업부의 원가 경쟁력까지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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