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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광풍과 분양가 규제가 탄생시킨 ‘로또 청약’

[2021 산업계 리뷰-부동산 시장]
서울 아파트 연간 청약 경쟁률 세 자릿수, 2000년 이후 처음
공급과잉, 규모, 입지, 가격 등에 따라 분양 시장도 양극화 조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로또보다 청약.’ 2022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와 분양가 차이가 벌어지면서 내집마련이 꿈인 서민들은 청약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수억원의 시세 차익에 청약 당첨은 곧 로또라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이에 서울, 지방할 것 없이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수십·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이 일반화돼 버렸다. 연말 들어 청약시장이 주춤한 모습이지만 막판까지 옥석을 가리는 청약통장 눈치게임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2021년 상반기 125.2대 1에서 하반기 231.3대 1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서울 아파트 연간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부동산R114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였던 2020년(88.3 대 1) 기록도 단숨에 넘어섰다. 전국으로 봤을 때도 청약 열기가 하반기에 더욱 고조됐다. 전국의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2021년 상반기 18.6 대 1에서 하반기 23.2 대 1로 늘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0개 시도의 경쟁률이 하반기 들어 더 높아졌다. 부산은 같은 기간 28.1 대 1에서 49.6 대 1로, 강원도는 4.4 대 1에서 24.5 대1로, 경상남도는 9.3 대 1에서 29.8 대 1로 높아졌다. 확연한 감소세를 보인 곳은 대구(7.2대 1→2.6 대 1)와 전라북도(22.83 대 1→10.3 대 1), 제주도(14 대 1→3.5 대 1) 정도다.  
 

공급 부족한 서울 중심 로또 청약 광풍  

부동산 시장에서는 기존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는 청약시장에 수요자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21년 서울은 신규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 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아파트 분양물량(일반분양 기준)은 총 3275가구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6334가구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분양가 문제 등으로 다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들의 분양 일정이 밀렸기 때문이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일반분양 803가구), 송파구 잠실진주(일반분양 819가구) 등은 분양가 산정 문제로 분양이 2022년으로 대거 연기됐다. 서울 분양 물량이 줄어들자 1순위 청양통장도 대거 몰렸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62.9대 1로 지난해(89.8대 1)의 약 2배 수준을 기록했다.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이 몰린 추첨 물량 경쟁도 치열했다. 2021년 서울과 경기지역 추첨 물량(1만879가구)에는 청약자 118만2732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08.7대 1를 넘어섰다.  
 
가점이 낮은 이들에게는 인기지역 추첨 물량 당첨 역시 로또 청약이나 다름없다. 지난 5월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최고 경쟁률은 추첨제 물량이 있는 전용 102㎡A에서 나왔다. 이 평형은 71가구 모집에 10만7508명이 몰려 네 자릿수인 15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뜨거운 청약 열기 속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거주의무 강화 등으로 청약시장이 무주택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입지나 분양가 등에 따라 경쟁이 치열하거나 미달되는 곳이 생겨나는 등 온도차가 생겨나서다. 또한 금융당국의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단기 조정인지 추세 하락인지를 판별하는 수요자들의 심리 싸움도 계속 되고 있다.  
 
실제 2021년 청약 열기 속에서 미분양 물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은 1만 4075가구로 전월(1만3842가구) 대비 1.7% 증가했다. 특히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인천 서구와 미추홀구는 연초까지 만해도 미분양 물량이 ‘제로’였지만, 9월에 접어들어 각각 238가구·107가구가 미분양 물량으로 나왔다.  
 

인기지역부터 비인기지역까지 분양 양극화  

세종시는 5년6개월 만에 미분양 물량이 나왔다. 지난 10월 세종시 미분양 주택은 129가구로 조사됐다. 2016년 4월(3가구) 이후 처음이다. 미분양 물량 규모는 2015년 1월 나온 295가구 이후 6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확대에 따른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대구시가 대표적이다. 대구는 이달 들어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 5곳 중 4곳이 미달됐다. 지난달 16일까지 청약접수를 진행한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1순위 759가구 모집에 221명이 신청해 대구 지역 중 미달이 가장 많았다. ‘두류 중흥S-클래스 센텀포레’는 245가구 모집에 118명만 청약을 신청했다. 2019년 대구에 공급된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은 1만857가구에서 올해 10월까지 2만731가구로 늘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만780가구, 3만4128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2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청약을 받은 지방의 분양 아파트 총 30개 단지 중 20개가 미달됐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 청약 마감을 하지 못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미분양 단지가 4개로 가장 많았다. 이외 ▶경남·경북·충남 3개 ▶강원·전남·전북 2개 ▶제주 1개 순이었다.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미달되는 곳이 발생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부적격 당첨 등으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지된 물량을 재공급하는 제도다. 가점이 낮은 2030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공급 과잉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대구에서는 9~11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 9곳 중 4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대구뿐 아니라 올해 청약 열기가 높았던 경기 일부지역과 규모, 입지, 가격 등에서 밀리는 서울 비인기 지역에서도 무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강화된 무순위청약 요건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무순위 청약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며 해당 아파트가 있는 시·도에 사는 무주택자만 무순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주택 공급량이 늘어난 지방에서는 해당 지역 무주택자만으로 미계약 물량을 채우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신규 청약 현장 주택은 기존 주택 대비 가격이 상당히 낮게 형성돼 당분간은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일부 지방의 경우 풍선 효과로 상승한 고가 주택에 대한 거부감과 실수요자 부족으로 당분간 미분양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기존 아파트 시장에서 매수세 관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제 분양하는 수도권 같은 경우 입지가 좋지 않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은 미분양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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