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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장거리 노선 도전에 ‘기대 반 우려 반’

중단거리도 어려운데…성공 가능성 희박

 
 
티웨이항공 항공기. [사진 티웨이항공]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승인 조건으로 일부 슬롯(시간당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 등을 제시하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노선 운항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공정위 조건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이 이뤄지면, 국적 LCC들도 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C들이 장거리 노선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에 도전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LCC들의 규모나 재무 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장거리 노선에 취항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티웨이항공이 쏘아 올린 ‘장거리 꿈’

12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측은 항공기 도입 결정에서 인수까지 빠르면 1년 이내에 가능하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전까지 장거리 노선 운항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측은 “향후 회수된 운수권 미행사로 인해 외국항공사들에만 이득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력을 갖춘 LCC들이 운수권과 슬롯을 배분 받아 운항한다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과거 LCC들의 중단거리 노선 진출로 항공권 가격이 저렴해진 것처럼, LCC들의 장거리 노선 운항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득일 것이란 논리다.  
 
티웨이항공은 국적 LCC 중에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장거리 노선 운항을 추진해왔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이미 2017년에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항공기 50대를 확보해 북미와 유럽에 진출하고, 운수권이 필요 없는 프랑크푸르트 지역에 운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장거리 노선 운항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던 제주항공도 장거리 노선 운항을 고려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제주항공 측은 “현재 사업 모델(중단거리)에 더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다는 입장”이라며 “항공사 통합(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운수권 배분 등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면 장거리 노선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국적 LCC들이 장거리 노선 운항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항공업계 안팎에선 LCC의 장거리 노선 운항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장거리 노선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실제 LCC들이 장거리 노선에서 글로벌 항공사들과 경쟁해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며 “장거리 노선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아시아나항공조차 장거리 노선에서 글로벌 항공사와의 경쟁이 쉽지 않았고, 중단거리 노선에선 LCC와의 경쟁에서 밀렸다”고 진단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CC들이 장거리 노선 운항의 뜻을 내비치는 것에 대해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LCC들의 규모나 재무 상태 등을 감안하면 장거리 노선 운항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며 “현재까진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LCC가 장거리 항공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사례도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항공 여객 사업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항공 화물 사업 호조는 지속될 것”이라며 “LCC들이 여객 사업을 확대할 상황이 아니라, 불황을 버텨야 하는 처지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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