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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단 카카오…투자자 마음 되돌릴수있나

카카오페이 주식 대량 매각에 놀란 카카오
'먹튀 방지 가이드라인' 부랴부랴 마련
매각 후 본사·상장사 주가 20% 넘게 하락
업계 “카카오 경영진 도덕적 해이 때문”

 
 
카카오페이 경영진 7명과 스톡옵션으로 확보한 주식을 대량 매각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오는 3월 카카오 공동대표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먹튀 논란'이 불거져 지난 10일 자진 사퇴했다. [중앙포토]
카카오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축한다. 가이드라인은 본사와 계열사 모두에 적용한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 7명은 스톡옵션으로 확보한 주식 44만주를 처분했다. 이들이 현금화한 금액은 9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류 대표는 혼자 23만주를 매각해 469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바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졌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 관련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다. 올해 카카오의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대표는 자진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카카오가 마련할 가이드라인에는 이번 사례와 같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자발적 보호예수 조항이 대표적이다. 보호예수는 주식을 대량 보유한 주주가 상장기업의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막는 장치다.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주가가 급락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나 우리사주 물량은 1년가량 보호예수로 묶이고, 스톡옵션은 주주들이 보통 2년 후 행사한다”며 “내·외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이드라인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쉽게 말해 ‘먹튀 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땅에 떨어진 카카오페이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적다. 카카오가 가이드라인을 촘촘히 짜도 그렇다. 이미 카카오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신뢰는 무너졌다. 이번 사례처럼 경영진 다수가 한꺼번에 보유 주식을 팔아치운 것은 시총 상위 기업 중 전례가 없던 일이다.
 
당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카카오가 그룹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에 대한 보호예수 조항이 없어도 다른 상장사 경영진은 이처럼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일이 없다”며 “기업의 미래와 이미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불행과 불운이 겹쳐 발생한 사고도, 시스템의 문제도 아닌 순전히 카카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카카오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10일 카카오 관련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논란이 된 카카오페이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3.26% 하락했고, 모회사 격인 카카오 역시 주가가 같은 기간 3.4% 내렸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도 주가가 각각 7.09%, 0.13% 하락했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카카오의 계획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의 대응이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서 그렇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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