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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아지매 ‘패피 감성’ 깨웠다”…‘패션앱’ 켜는 4050 ‘큰손’

4050세대 온라인 쇼핑 큰 손 등극
퀸잇·푸미·포스티 등 중년 패션앱 인기
글씨는 두 배로, 제품은 하나씩만 노출
직관적 UI 구성부터 라이브 채널 운영도

 
 
MZ세대의 전유물로 알려진 패션 플랫폼 시장에 중년을 타깃으로 한 패션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중장년층 여성 패션 블로거로 활동하는 해외 인플루언서 모습. [사진 화면캡쳐]
 
#. 큼지막한 글씨와 사진, 직관적으로 표시된 가격과 할인율까지. 무신사나 에이블리, 지그재그와 같은 패션앱 화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모바일 화면에서 최소 4개의 제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존의 패션앱들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큰 모델 사진으로 제품 하나를 자세히 구경할 수 있다. 회원가입도 복잡한 인증 절차 없이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4050세대가 새로운 ‘큰 손’으로 거듭나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제품을 구매했던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프라인 쇼핑을 꺼리게 되면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는 중장년층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1 한국 소비자생활지표’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40대가 91.1%, 50대가 79.2%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20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도 50대 인터넷 쇼핑 이용자는 2019년 44.1%에서 2020년 60.2%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60대 이용자도 20.8%에서 31.4%로 증가했다. 
 

4050 여성부터 남성까지 겨냥…무신사도 뛰어든다

 
무신사는 한 화면에 여러가지 제품이 한 번에 노출되도록 페이지를 설정한 반면 퀸잇은 글씨 크기와 사진을 두 배로 키워 한 화면에 더 적은 제품이 노출되도록 앱을 구성했다. [사진 화면캡쳐]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4050세대를 겨냥한 패션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퀸잇, 푸미, 포스티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2020년, 2021년에 출시된 플랫폼으로 패션업계가 온라인 쇼핑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중장년 소비자를 겨냥했다.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대표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도 올해 상반기 중 3545세대를 아우르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만큼 성장성이 있는 시장이라는 방증이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많은 중장년 소비자층을 끌어모으고 있는 곳은 ‘퀸잇’이다. 현재 기준 퀸잇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70만건으로 출시 1년 6개월 만에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퀸잇은 론칭 10개월 만에 소프트뱅크와 카카오, 끌림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165억원의 투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퀸잇 관계자에 따르면 2021년 1월 대비 12월 거래액이 20배 가량 늘면서 4050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퀸잇의 주요 입점 브랜드로는 조이너스, 올리비아로렌, 나이스클랍, 지센 등이 있다. 이들은 한 때 백화점에 자리했었던 인기 브랜드였지만 명품 브랜드가 유치되며 설 자리가 사라졌던 브랜드이기도 하다. 퀸잇은 이러한 토종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현재 이 브랜드들은 중년여성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내고 있다.  
 
퀸잇을 시작으로 온라인 중년 패션시장이 주목 받자 2030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지난해 7월 4050세대를 겨냥한 ‘포스티’를 출시했다. 포스티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티에 입점된 브랜드 수는 약 200여개, 누적 다운로드 수는 약 20만건이다. 포스티에는 올리비아로렌·온앤온·엘칸토 등의 패션 브랜드 외에도 아웃도어·골프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입점돼있다. 포스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패션 카테고리에서 4050 여성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해 앱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푸미는 정기적으로 ‘나는 푸미모델이다’라는 이름의 중년모델 콘테스트도 개최하며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 푸미]
 
모라니크는 출시 1년만에 카카오 판매 채널을 통해 10만 구독자를 확보했고 600%가 넘는 매출성장을 이뤄냈다고 알려졌다. 이플루비라는 브랜드로 시작한 푸미는 5060 패션시장에 집중했다. 푸미는 플랫폼 내 커뮤니티 서비스를 구축해 고객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고, 정기적으로 ‘나는 푸미모델이다’라는 이름의 중년모델 콘테스트도 개최하며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050 남성 고객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도 있다. 국내 온라인 판매 대행사인 스탁컴퍼니가 운영하는 자사몰 ‘아이스탁몰’은 지난해 기준 회원 80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400여개의 브랜드가 입점, 15만여개의 판매 상품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골프웨어와 남성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4050 남성들의 무신사’로 불린다. 아이스탁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거래액이 연평균 48% 증가했고 오는 2023년까지 1000억원 거래액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성보단 ‘직관성’ 살려 앱 디자인…라이브 방송도 

 
4050 패션앱은 유튜브를 즐겨 보는 중년 소비자들의 특징을 반영해 플랫폼 내에 패션채널을 운영해 패션 콘텐츠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사진 화면캡쳐]
 
4050 패션 플랫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년층을 고려한 UI(사용자 환경)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앱 화면의 글씨나 사진 크기, 카테고리 구성 등이 이에 포함된다. 퀸잇의 경우 앱 상에서 보이는 글자 크기를 두 배로 늘렸고, 복잡한 회원가입 절차도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도록 간단하게 설계했다. 제품도 한 화면에 한 두 가지만 노출되도록 해 큰 모델 사진과 굵직한 글씨로 가격을 기재했다. 2030 패션 플랫폼이 감성에 중점을 두고 앱을 꾸몄다면, 4050은 ‘직관성’에 초점을 맞춰 앱을 디자인했다.  
 
또한 유튜브를 즐겨 보는 중년 소비자들의 특징을 반영해 플랫폼 내에 패션채널을 운영해 패션 콘텐트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퀸잇은 ‘퀸잇TV’를 운영 중이며 푸미는 앱 내에 ‘라이브’ 탭에서 시니어 모델이 자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설명해주는 라이브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4050 패션앱들이 제품 판매와 더불어 영상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4050 온라인 패션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카테고리의 온라인 침투율이 높아지며 2030세대 뿐 아니라 4050세대까지도 패션에 대한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구매력을 갖춘 4050 소비자층이 더욱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리비아로렌 등 가두점 위주로 운영되는 많은 중장년 패션 브랜드들이 변화하는 쇼핑 트렌드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패션앱에 입점하는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중장년층을 겨냥한 브랜드의 경우 패션앱에 들어갔을 때 3040세대까지 소비자층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브랜드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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