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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기관 수요예측 실패, IPO 일정 미뤄지나

수요예측 경쟁률 ‘100대 1’ 예상…높은 구주매출 등 원인
2월 3~4일 예정된 일반 공모 청약 흥행 낙관 어려워져
공모가는 수요예측 결과 반영해 28일 장 마감 후 공시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제철 인천공장 부지에 조성한 이산화탄소 자원화 실증 설비.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다음 달 상장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주식 매입 의사를 밝힌 기관수가 현저히 적어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양일간 진행된 현대엔지니어링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대 1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크래프톤(234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종 공모가도 희망 범위(5만7900~7만5700원) 하단 혹은 그 이하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공모가 희망 범위 하단(5만79000원)을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예상 시총은 4조6300억원 수준이다. 모회사이자 코스피 건설 대장주인 현대건설(약 4조4900억원)과 경쟁사인 삼성엔지니어링(약 4조2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단 시장에서 평가받는 몸값(6조~10조원)엔 한참 못 미친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는 향후 진행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 흥행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중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234대 1로 저조했던 크래프톤은 일반 공모 청약에서도 5조원의 적은 증거금을 모았다. 같은 해 상장한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부진한 성적이었다. 다음달 3~4일로 예정된 현대엔지니어링의 일반 공모 청약 흥행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번 현대엔지니어링의 기관 수요예측 흥행 실패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고 분석한다. 원인으로는 기관 수요예측 악재로 꼽히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꼽힌다. 구주매출은 기업 상장 시 공모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이 경우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신규 사업에 쓰이지 않고 기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통상 공모주 투자 매력을 반감시킨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번 IPO 과정에서 공모하는 주식 물량은 1600만주다. 이 중 75%인 1200만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공모를 통해 534만1962주를 처분, 3093억~4044억원을 확보할 전망”이라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도 142만936주를 처분해 823억~1076억원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 달 상장에 앞서 블루수소·폐기물 소각과 매립장 운영 등 친환경 에너지 신사업 진출로 기업 성장성을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부진한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딛고 일반 공모 청약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본래 건설업 자체가 IPO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산업인데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사고 여파로 건설주 투자심리가 악화한 점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일반 공모 청약 일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IPO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관 수요예측에 따른 최종 공모가액을 확정한 뒤 오는 28일 장 마감 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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