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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 주가 폭락…최대 57% 떨어져 [스페셜리포트 ①]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하자 모회사 주가 일제히 추락
“주주가치 훼손에 시장이 제대로 인식하고 반영한 결과”

 
 
지난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물적분할에 이은 자회사 상장 논란이 국내 증시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대주주는 신설 회사의 지배력을 온건히 유지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들은 신주 발행에 따라 주주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모회사의 지분가치도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의 주가가 두자릿수대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물적분할 관련 투자자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30만원에서 12만원대로…SK케미칼 주가 60% 하락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2년간 주요 기업의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사례를 분석한 결과, 모든 모회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종목이 SK케미칼이다. 2018년 2월 SK케미칼의 백신사업 부문 물적분할로 탄생한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는 2021년 3월 18일 상장했다. SK바사 상장 이후 SK케미칼의 주가는 처참한 수준이다. SK바사 상장일 30만1000원을 기록했던 SK케미칼의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12만8500원이다. 52주 신저가는 전거래일에 기록한 12만6500원이다. 자회사 상장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주가는 57.30% 떨어진 것이다. 현재 SK바사의 시가총액은 약 13조원, SK케미칼은 2조2000억원으로 자회사 가치가 모회사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후 모회사 SK케미칼의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SK케미칼, 바이오사이언스]
 
2020년과 2021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상장시킨 카카오의 주가도 좀처럼 맥을 못추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과 11월, 잇따라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기업공개(IPO)했고, 두 자회사의 상장일 당시 주가는 각각 14만5000원과 12만4500원이었다. 카카오의 주가는 이날 기준 8만6900원이다. 상장일 대비 각각 40.27%, 30.20% 떨어졌다(카카오게임즈 상장일 주가 비교는 지난해 4월 액면분할로 인해 제외).
 
2011년 4월, SK 생명과학사업부문의 물적분할로 설립한 SK바이오팜을 상장시킨 SK㈜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2020년 7월 2일 SK바이오팜이 상장한 후 SK㈜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 기준 21.18%(27만8500원→21만9500원) 하락했다.  
 

알짜 ‘배터리’ 떼어 낸 SK이노·LG화학 동시 하락  

SK이노베이션과 한국조선해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한 2021년 5월 11일 26만9000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 26일 23만2000원으로 13.75%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11% 하락률을 기록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시켜 만든 SK온의 IPO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SK온의 물적분할이 발표된 지난해 7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8.8%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 SK온은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추진하고 있다. SK온 측은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까지 상장을 미루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2024년 상장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9월 1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한국조선해양도 꾸준히 우하향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발표 당시 4.51%가 떨어졌던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현대중공업 상장일(2021년 9월 17일)에는 전일보다 10.97%가 빠진 10만5500원을 기록했다. 26일 종가 기준 8만800원으로 52주 신저가 8만500원에 근접한 상태다.
 

“본질은 물적분할 문제…법적 장치 만들어야”  

이처럼 물적분할을 통해 탄생한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주식가치가 하락하는 것에 대해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가치의 훼손이 발생한 것을 시장이 제대로 인식하고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회사 상장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물적분할 자체가 해당 사업을 투자 포인트로 보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 사업에 대한 주주권을 몰수하는 행위”라며 “이미 그 자체로 일반주주의 가치 훼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물적분할 후 재상장 문제의 핵심은 최대 주주의 지배권과 일반 주주 주권이 충돌한다는 것”이라면서 “최대 주주의 주식을 황금주로 만드는 데 일반 주주 자금이 이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LG화학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처럼 논란이 가중되자 정치권에서는 물적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이상훈 교수는 “주식매수청구권은 상장 전의 가격으로 보상해주는 것이라 주주 입장에선 보상액이 작고 미흡하다”면서 “신주인수권도 물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 모회사 주주 중 극히 일부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해상충과 지배주주로의 부의 이전이 문제의 본질인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주보호의무(SIS) 확립이 필요하다”며 “금융위, 공정위는 물론 법무부와의 공조를 통해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관휘 교수는 “제일 큰 문제는 이사회에서 주주에게 피해가 가는 결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린다는 점”이라며 “이사회의 ‘선관의무’ 책임을 회사를 넘어 일반주주로 확대해 일반주주의 주주권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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