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주가 243%나 올랐다는데…개미가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법
상장주식처럼 곧바로, 한 주 매매도 가능
유력 벤처캐피털 투자 이력 있는지 살펴야
지난해 증권거래소만큼이나 장외시장도 뜨거웠다. 기술로 무장한 혁신기업에 투자자가 몰렸다. 한 해 동안 많게는 200% 넘게 주가가 오른 곳도 있었다.
장외시장은 오랜 시간 개미 투자자가 넘보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비상장기업 주식은 거래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을 찾아야 하고, 사람을 찾아도 원하는 거래량과 가격을 맞추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엔 비상장주식으로 수익을 냈다는 개미 투자자가 늘고 있다. 비상장주식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처럼 언제든지 여윳돈만큼 비상장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이다. 2020년 금융위원회가 이들 업체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길이 열렸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아도 비상장주식 거래를 중개할 수 있도록 해줬다. 막대한 자기자본을 갖추지 않아도 중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20년 11월 문을 연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서 만들었다. 다음 달인 12월엔 스타트업 피에스엑스에서 서울거래 비상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서비스 모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비상장주식 기준가, 실제 주가와 다를 수도
계좌를 만들고 나면 본격적으로 비상장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주식 시세를 보고 몇 주를 어느 가격에 거래하고 싶다는 글을 올리면 매수·매도 리스트에 올라간다. 가격과 수량만 택하면 자동으로 글이 완성된다. 종목 게시판에 일일이 글을 써서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했던 것보다 편해졌다.
물론 가격과 수량을 정해 올렸어도 상대방에서 조정을 요구해올 수 있다. 거래가 이뤄지려면 양쪽 모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가대로 거래가 체결되는 상장주식과는 다르다. 협상을 잘하면 좀 더 유리하게 거래할 수 있지만,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장주식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울거래 비상장은 ‘바로체결’ 기능을 도입했다. 협상하지 않고 처음 올린 조건대로 거래하겠다는 표시다. 예를 들어 바로체결이 표시된 매도 글을 누르면, 자동으로 결제까지 끝난다. 매도 글을 올린 사람이 계약 내용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다.
바로체결은 주식 시세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다. 비상장주식은 호가대로 거래가 체결되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시세를 알기 어렵다. 이들 서비스가 주식 시세를 ‘주가’가 아니라 ‘기준가’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가 아니라 추정한 가격이란 뜻이다.
이런 점을 악용해 시세를 조작하는 경우도 있다. 작전세력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주식을 사고팔아 시세를 띄우는 것이다. 기존 서비스에선 전날 체결된 가격의 평균(거래량을 반영한 가중평균)으로 기준가를 정하기 때문에 조작하기 쉬웠다. 비상장주식 투자가 위험하단 인식도 여기서 나왔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바로체결을 활용해 조작 가능성을 줄였다. 전날 거래가격의 평균을 구하는 것까지는 같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 평균가격을 두고 어떤 바로체결 매물의 가격보다 낮은가를 확인한다. 바로체결 가격이 실제 공급·수요와 가장 가깝다고 봤기 때문이다.
계단식으로 오르는 가격, 장기 투자해야
서울거래 비상장 관계자는 “주요 벤처캐피털이 어느 기업에 투자하느냐를 보라”고 조언했다.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결정할 땐 밖에서 볼 수 없는 내부 정보까지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또 비상장주식은 단기 매매보다는 1~2년 기간을 두고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트업은 보통 1~2년 간격으로 투자 라운드를 여는데, 이때 인정받는 기업 가치에 따라 시세가 크게 오른다는 것이다. 앞서 관계자는 “스타트업 기준가가 계단식으로 오르는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Ⅱ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은 숙박·여가 플랫폼기업 야놀자는 지난해 서울거래 비상장에 등록된 기업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243.74%)을 기록했다. 지난해 투자 라운드에서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컬리(243.73%)와 오아시스(140.75%)가 뒤를 이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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