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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조선업계, 후판 가격 놓고 줄다리기

요동치는 철광석 값에 “유지” vs “인하”

 
 
현대중공업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진 한국조선해양]
국내 철강‧조선업계가 상반기 조선용 후판(이하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철강업계에선 올해 대대적인 후판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말부터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업계는 지난해 톤당 200달러를 넘어선 철광석 가격을 감안해 후판 가격을 대폭 올린 만큼, 올해 상반기엔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철강‧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 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1년에 2번 진행된다. 통상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조직 내 인사이동, 설 연휴 등을 감안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상반기 협상은 2월 말이나 3월 초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늦어도 3월 초에는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광석 값 놓고…조선 “하향 안정” vs 철강 “최근 급등”

후판 가격 협상을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는 철광석 가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톤당 9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던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기준)은 이후 꾸준히 올라 1월 31일 톤당 141.7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철광석 가격이 톤당 87.20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폭이다. 1월 31일 철광석 가격은 연초와 비교해도 15.34% 올랐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에선 지난해 말부터 철광석 가격이 또 다시 급등하고 있어 후판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철광석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하반기 수준의 후판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철강업계의 시각”이라며 “실제 조선업계에서도 철광석 가격 인상 등을 감안해 소폭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조선업계에선 최근 철광석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1년 새 가격 흐름을 보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라는 지적이 많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광석 가격이 오름세인 것은 맞지만, 톤당 200달러 이상까지 올랐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향 안정세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철강업계가 지난해 철광석 급등을 무기로 후판 가격을 대대적으로 인상한 만큼, 올해엔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강‧조선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에 걸쳐 후판 가격을 톤당 50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최대 실적” vs “대규모 수주”

조선업계 입장에선 후판 가격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비용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에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후판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수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先)반영하면서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사손실충당금 규모는 한국조선해양 8960억원, 대우조선 8000억원, 삼성중공업 3720억원 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 사업이 철강사 전체 수익을 좌지우지하지 않지만, 조선사는 후판 가격 인상에 직격탄을 맞는 구조”라며 “철강업계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만큼, 올해엔 조선업계 생존을 위해 대승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 급등뿐 아니라 연초부터 조 단위 수주를 이어가는 조선업계 호황을 고려하면 생존을 위한 가격 인하 요구는 과도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수 년간 조선업 생존을 위한 대승적 관점에서 후판 가격을 동결해왔다”며 “연초부터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조선업계가 생존을 위해 후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월 한 달 동안 약 4조2000억원, 대우조선은 약 3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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