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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불똥에 중국 빅테크들 미국 증시 퇴출 위기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 지원하려는 중국에
미국 강력한 경고 메시지 직접적·비공개적 전달
바이두·엑스펑 등 중국 빅테크들 20% 안팎 하락
52주 신저가 행진에 미국 회계감사까지 거부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3월 15일 홍콩 항셍지수를 보여주는 은행의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경제에 생명선을 제공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미국이 강력한 경고장을 꺼내자 미국에 상장한 중국의 빅테크(Big Tech) 기술주들이 14일(현지 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지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기술의 미국 안보 위협 이슈 등의 여파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13개월째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CNBC·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징둥(京東) 10.5%, 알리바바 10.3%, 바이두(百度) 8.4% 각각 하락 마감했다. 이들은 연초 대비 20% 이상 급락했으며 이런 흐름으로 52주 신저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도 이들의 하락폭은 커지고 있다. 14일 홍콩 증시에선 빅테크 주들의 동향을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1.03% 하락한 3,778.6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락폭은 2020년 7월 항셍테크지수 도입 이래 가장 컸다.  
 
메이퇀 16.84%, 바이두 17.78%, 알리바바 10.90%, 엑스펑 22.20%, 징둥 14.77%, 비리비리 19.43%, 콰이서우 12.94% 텐센트 9.79%, 등이 중국의 주요 기술주들이 일제히 폭락했다. 이들의 폭락으로 항셍지수(홍콩 증시 대표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4.97% 하락해 19531.66으로 마감했다. 이날 항셍지수 하락폭은 2020년 5월 이래 가장 컸다.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 예비상장폐지 명단 거론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미국 증시에서 퇴출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8일 “바이지선저우(百濟神州) 등 5개 중국 기업이 외국회사문책법을 따르지 않았다”며 이들 종목을 예비상장폐지 명단에 올렸다.  
 
SEC가 지적하는 주요 내용은 미국 회계감독기구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회계를 직접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중국은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이 PCACB 감사에 응하는 것을 막아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20년 말 미국의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했다.  
 
미국이 이렇게 규제 강화로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뉴욕증시에서 무더기 퇴출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의 매각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빅테크 주들이 상장폐지 명단에 거론되고 있는데다 3년 연속 외국회사문책법을 어기면 퇴출될 수 있다는 규정을 의식한 투자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에 있는 텐센트 본사 앞. [AFP=연합뉴스]
 

텐센트 위챗페이 불법자금 송금 적발돼 기업 불신 초래

중국 기업들의 편법 행위도 미국 정부가 미국 상장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압박을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일탈행위를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이 눈감아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나온다.  
 
최근 위챗페이(텐센트 결제 서비스)가 도박 등 불법자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이용자와 가맹점을 확인하도록 한 규정도 어긴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말 위챗페이에 대한 정기조사에서 이를 발견해 수백억 원의 벌금을 논의 중이다라고 알려졌다.  
 
위챗페이는 앱 안에 결제 기능이 있어서 이용자는 온라인 쇼핑이나 거리 상점에서 물건 값을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위챗페이 QR코드 스캔으로 결제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위챗페이 월간 활성이용자는 12억60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던 3월 11일 뉴욕 증시 딜러들의 모습. [사진 뉴욕증권거래소]
 

우크라이나 침공한 러시아 도우려는 중국에 미국 경고

미국이 중국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배경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를 제재하려는 미국 간의 대립 확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이 유럽·일본·한국 등 동맹국들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수위를 높여가자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연대해온 중국을 통해 제재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도 미국과 유럽의 러시아 제재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중국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러시아의 자금 회피를 지원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꺼냈다.  
 
제이크 설리번은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형태로든 물질적·경제적으로 지원하려는 행위를 미국은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경제 제재를 당한 러시아의 손실을 벌충해 주는 나라가 어떤 나라든지 간에 절대 지켜보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했다”며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엔 분명한 대가가 주어질 것임을 중국에 직접적이면서 비공개로 전달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제재는 문제 해결에 유효한 절차가 된 적이 없었다”며 서방세계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 입장을 다시 밝혔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독자 제재를 하고, 확대관할법을 확대화는 데 중국은 반대한다”며 “중국은 (이에 대응해) 중국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대관할법(Long arm jurisdiction)은 미국 민사소송법상 해당 주와 관련해 비거주자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확대 적용하는 법으로, 미·중 갈등에선 미국의 법률을 적용하는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JP모건체이스는 이 같은 상황에서 14일(현지 시간) 징둥·알리바바·핀둬둬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강등했다. JP모건체이스는 “높아지는 지정학적·거시경제적 위협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 인터넷 분야에 대한 익스포저(특정 국가·기업에 연관된 금액)를 줄이는 중”이라며 “알리바바는 단기적인 투매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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