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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전자정부와 무엇이 다를까

공공 서비스, 포털 서비스에서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
“백오피스 통합하려면 수년 걸려”…장기적 로드맵 필요성 대두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차기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지난 3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TF에는 팀장을 맡은 고진 한국모바일산업협회 회장을 비롯해 23명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이 TF는 당초 10명 내외 규모로 꾸려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당선인이 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을 선언한 만큼 TF에 민간 위원 8명을 추가로 영입해 예상보다 2배 많은 인원으로 출범했다.
 
윤석열 당선인과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구상안을 그렸던 김창경 한양대 교수(과학기술정책학과)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윤석열 당선인의 1호 공약이자 당선인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영역”이라며 “구글과 아마존이 사용자에게 딱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정책 정보를 추천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는 부처마다 운영하는 정부 기관 사이트를 하나로 합치는 일이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담당자가 민원인의 자료를 수합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오피스가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공공 서비스는 국민이 사용하기 편리해 보여도 백오피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성공 여부, 부처 장벽 허물기에 달려 

김창경 교수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복잡한 연말정산을 간단하게 끝낼 수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부처 사이 소프트웨어 장벽을 허물어서 모든 행정 서비스를 간편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디지털로 여는 좋은 세상’이라는 문구 아래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을, 이듬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디지털 정부혁신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부처 단위로 서비스가 나누어져 있어 행정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기술을 공공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제도와 기반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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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정부가 구상한 디지털 정부는 윤석열 당선인이 설명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부처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를 모아 한번에 신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의 ‘원사이트 토털 서비스’와 흡사하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생애주기별 원스톱 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돌봄·교육·출산·이사 등에 필요한 행정 서비스를 하나의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는 정책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두뇌’로 사용하겠다는 AI도 공공 서비스 곳곳에 적용돼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3월 내놓은 개인 맞춤형 행정 서비스 ‘구삐’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날짜·시간 등 행정 정보를 안내한다. 네이버와 카카오톡, 토스 앱으로도 구삐 서비스를 통해 복지 혜택과 범칙금 납부 기한 등 생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내 스타트업의 블록체인과 분산형 디지털 신원증명(DID)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증명서 ‘쿠브’를 만들었다. DID 기술은 오는 7월 전국에 도입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에도 활용됐다. AI 챗봇 서비스는 복지·행정·국방 등 민원 상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사실상 기존 전자정부와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단어만 바뀌었을 뿐 ‘정부24’와 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24는 민원서류 발급과 정책 정보, 행정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통합 포털 사이트다. 지난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해 주민등록등본, 토지대장 신청과 지방세 납부 등 약 2500개 종류의 민원 신청을 받고 있다.
 
김창경 교수는 공공 서비스의 개념이 포털(portal)에서 플랫폼(platform)으로 변화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털은 주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한 발판으로 쓰이지만, 플랫폼은 서비스 안에서 여러 사람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생태계다. 김창경 교수는 “정부24는 포털이고,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구글·아마존과 같은 플랫폼 개념”이라며 “국민이 정부 사이트에서 정보만 검색하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몰랐던 서비스를 추천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경제 비전을 발표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당선인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취임 후 3년 내 만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복지·교육·국방 등 모든 분야에 AI를 도입해 AI를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두뇌로 쓰겠다고도 했다. 3년이라는 기한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창경 교수는 “3년 안으로 충분히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기술과 경험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한 두기보다 장기적 로드맵 필요하단 의견 나와  

그러나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3년 내 완전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선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백오피스를 통합하고 전국의 공공 데이터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관계자는 “껍데기만 통합 서비스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여러 부처에 흩어진 행정 데이터를 모두 종합해야 한다”며 “한정적인 분야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백오피스 업무 프로세스부터 제대로 손보려면 대통령 임기 5년으로도 부족하다”고 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과)는 “윤석열 당선인이 생각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정확히 무엇인지 손에 잡혀야 한다”며 “정책이 지속하려면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축해 실행안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다 보니 디지털 정부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충분하진 못했다”며 “마이데이터나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 부처별 사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정책이 추진됐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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