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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대주주 사익 추구 경향…쪼개기 상장은 기업가치 하락”

자본시장연구원 “상장한 모자회사 모두 기업가치 하락”
“분할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 참여 등 선택권 줘야”
거래소 “이해상충 측면에서 심사 과정 엄중하게 평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이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게 상장 기념패를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적분할 후 ‘모회사-자회사’ 동시상장 시 두 회사의 기업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9일 ‘주식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제: 물적분할과 스톡옵션을 중심으로’라는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적분할 기업에 대한 분석 결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물적분할이 활용되는 경향이 일부 존재했다”고 밝혔다.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 가치 57%에 그쳐”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기업분할 공시 482건과 기업분석보고서 633개, 그리고 모자기업 동시상장(신규상장) 788개 중 모회사가 있는 자회사 157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결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물적분할은 전체 상장 기업분할의 78%에 이른다. 물적분할은 최근 5년간 86%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재벌 기업’의 물적분할 비중은 75~77%를 유지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은 17개에 불과했지만, 상장기업의 자회사 신규상장은 전체 신규상장의 2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LG화학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물적분할 후 신규상장한 기업의 수익률은 높지 못했다. 물적분할을 공시한 뒤 10일간 누적초과수익률은 -1.81%로 인적분할 수익률(0.74%)과 2.55% 수익률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하락한 뒤 중장기적으론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남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후 두 회사의 기업가치 역시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2010∼2021년 신규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면 자회사 상장 이후 동시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자회사의 5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동시상장 자회사의 기업가치도 일반 신규상장 기업의 90% 이하로 기업가치가 낮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모든 물적분할이 부정적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 간 이해충돌이 발생할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분할공시에 구체적인 분할 목적과 향후 계획을 명시하도록 하고 필요하면 분할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 주식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위 “가이드라인 발표…추가적인 제도 마련 필요성”  

이 자리에 참석한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 의지를 다시금 확인해줬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자본연의 발표를 통해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이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그동안 당국에서도 정밀한 실증적 계량 분석이 없어 정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 발표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이어 “지난달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물적분할 등 기업 소유구조를 변경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합의안을 받도록 했다”며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상무는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의 하나로, 세계 어느 국가도 관련 규제를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만약 이를 엄격하게 규제할 경우 기업들은 해외 상장을 추진하는 등 한국시장을 떠나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 상무는 그러면서도 물적분할과 동시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거래소는 이해상충 측면에서 심사 과정을 엄중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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