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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은 집사지 마라고 경고했는데... [빚내서 집 사라 시즌2 ①]

6·21 부동산 대책, 임대인·다주택자 등에 유리
"치솟은 집값 부담을 젊은 세대에 전가"
박근혜 정부의 "집사라" 회유 때는 집값 쌀 때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지난 6월 21일 나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긴축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석유·원자재·곡물 등 가격 급등으로 국내외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국민을 위해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 사이 주택가격 급등에 대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탄생한 정부라 국민적 공감대를 충족할 만한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발표된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 무주택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나 투기성 투자자, 일시적 2주택자와 다주택자 그리고 성인 자녀를 가진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임차인들 간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임대인·다주택자·갭투자자 등에 유리한 대책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과 부동산시장 정상화 과제’라는 이번 대책의 제목을 보면 임차인을 위한 정책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내용을 끝까지 분석해 보면 임차인보다는 투자자와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임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부 스스로 대책 본문에서 시장 상황을 “2022년 상반기 부동산매매시장은 하향 안정세, 일부 국지적 불안도 둔화되며 완화 중”으로 분석해 판단했고 “전·월세 시장은 하향 안정세 지속.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월세 증가”, “월세시장은 전세시장에 후행 특성이 있으므로 월세도 상승폭 둔화” 등 결론적으로 임차인 우위 시장 지속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국지적 불안과 단기 리스크 상존”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리스크 선제 대응’이라는 명분으로 세 가지 주요 대책을 발표했다. 임차인 부담 경감이란 명제 아래 ‘상생 임대인 제도’ ‘갱신만료 임차인 전세대출 강화’ ‘세액공제 및 소득공제’ 등이다.
 
이 중 상생 임대인 제도는 임차인을 위한 것이 아닌 임대인에게 과다한 혜택을 주는 대책이다. 가령 전셋값 5억원인 주택이 갱신만료 이후 시세가 6억원으로 오르면 임차인은 1억원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을 지게 된다. 2년간 5% 전세금리로 산정 시 1000만원의 자본유출이 발생한다. 임대료 5% 인상 시에는 2500만원에 대한 이자 부담은 125만원이다. 이를 공제하면 이번 대책으로 875만원가량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임대인의 경우를 보자. 5% 내 인상 시 2년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서 현재 상태에서 연장 계약 시 거주하지 않아도 향후 매도 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투기를 보호하고 조장하는 정책이다. 
 
앞의 전세물건이 2년 전 매매가격이 7억원이고, 현재 매매가격은 9억5000만~10억원이라고 보면(서울의 경우) 최소 2억5000만원에 대한 차익 실현이 생기고 양도세(공제항목 미산입 시)는 차액 3억원 이하 구간에 해당해 7560만원(38%+1940만원)가량의 양도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5% 이내 갱신을 하게 되면 이 7560만원이라는 세금을 하나도 안 내는 되는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10배에 가까운 혜택을 보는 셈이다.
 

투기에 악용될 수 있는 무주택 생애최초 대출 

더 심각한 대책은 ‘빚내서 집사라’고 젊은이들을 부추기는 것이다. 정부는 무주택 생애 최초 구매 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80%를 소득에 상관없이 대출해주기로 했다. 10억원짜리 주택을 2억원만 있으면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문제는 투기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부 투기세력들은 상생 임대인 제도를 들먹이며 사회 초년생들에게 집을 사라고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살지 않더라도 전세를 끼고 매입하고 2022년 7월에 세를 놓게 되면, 2024년 7월경에 갱신 때 상생 임대인을 활용해 양도세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유혹할 것이다. 아니면 들어와 살아도 된다고 유혹하며 투자를 권유할 것이다. 사회 경험이 적은 젊은 세대들은 쉽게 이러한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무주택 20·30세대가 현재 폭등한 주택가격을 부담하고 매입할 경우 세 가지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주택가격의 유지, 상승, 하락의 세 가지 경우인데 차례로 살펴보자. 주택가격이 유지될 경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향후 현재 이자의 2배를 부담하게 되므로 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250만호 공급 로드맵에 따라 가격이 더 저렴한 주택을 살 기회도 놓치게 된다. 실익이 없는 것이고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두 번째 상승할 경우 현재 시장 상황을 볼 때 상승의 폭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향후 공급대책 물량이 나오게 되면 하락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또 과다한 대출로 인해 향후 원리금 상환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하락할 경우 20·30세대는 과도한 대출로 파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주택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본인 재산은 없어지고 대출 원금만 남게 되면서 대출이자와 원금 상환에 시달릴 것이다. 
 
여기에 만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연말에는 현재보다 2배 이상으로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물질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가중될 것이다. 연체 3개월을 넘게 되면 경매로 귀결될 것이고, 이는 바로 20·30세대의 파산을 의미한다.
 
상생 임대인 제도 시행 기간이 2024년 12월 31일까지다. 향후 최소 6개월~1년간 현시점에 무주택 갭투자를 조장하고 일시적 2주택자의 투기행위를 조장할 것은 뻔한 일이다. 한마디로 고금리 시대로 접어드는 시기에 정부는 청년세대와 무주택자들에게 급등한 주택을 떠안고 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는 매물을 이 시기에 팔라는 면죄부를 제공했다.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정할 때에는 가격 조정 후에, 그리고 부담 가능한 가격 수준에 이르렀을 때 대출 지원을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꼭짓점에 다다른 집값 부담을 과다한 대출 권유로 젊은이에게 전가하는 것은 그 의도와 진정성이 의심되는 나쁜 정책이다. 파월 연준 의장의 “집사지 마라”라는 말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슬픈 현실이다. 모쪼록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국민만을 바라보고 공정과 상식을 지키길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 때도 집을 사라고 회유했지만, 그때는 집값이 쌀 때였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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