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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양극화…‘하이엔드 브랜드’ 질주에 밀리는 ‘토종 브랜드’

한세엠케이, TBJ·앤듀 생산 중단 결정…포트폴리오 재정비
세정그룹 ‘세정과미래’, 지난해 ‘NII’ 매각
코로나19 여파로 명품시장 급성장, 트렌드 변화 이유

 
 
국내 1세대 패션기업 한세엠케이는 TBJ와 앤듀 브랜드를 정리하고 신사업을 선보일 준비를 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사진 TBJ 홈페이지 캡쳐]

국내 1세대 패션기업 한세엠케이는 TBJ와 앤듀 브랜드를 정리하고 신사업을 선보일 준비를 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사진 TBJ 홈페이지 캡쳐]

 
국내 1세대 캐주얼 브랜드 TBJ와 ANDEW(앤듀)가 생산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던 토종 브랜드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브랜드 매출이 줄어들고, 저렴한 해외 명품과 가성비를 앞세운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가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면서 패션업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패션기업 한세엠케이는 TBJ와 앤듀 브랜드를 정리하고 신사업을 선보일 준비를 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동복 전문업체 한세드림 인수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고 합병 법인을 출범해 성인복부터 아동복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종합 패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한세엠케이는 TBJ와 앤듀 외에 버커루, NBA, NBA키즈, PGA TOUR & LPGA 골프웨어 등 캐주얼 및 라이선스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국내 1세대 패션기업이다. TBJ와 앤듀 브랜드의 생산 중단은 한세엠케이의 실적 악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해 향후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세엠케이는 패션 브랜드의 매출 부진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한세엠케이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9.2% 감소한 149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TBJ 매출액은 322억4199만원으로 3년 전 592억4093만원과 비교해 46% 급감했고, 앤듀의 매출은 53% 줄었다.  
 
지난해 3월 세정그룹의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1세대 캐주얼 브랜드 ‘NII(니)’ 매각 결정을 내렸다. [사진 NII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3월 세정그룹의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1세대 캐주얼 브랜드 ‘NII(니)’ 매각 결정을 내렸다. [사진 NII 홈페이지 캡쳐]

 

TBJ·앤듀·NII까지…토종 브랜드 설 자리 사라졌다 

 
토종 패션 브랜드의 몰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세정그룹의 자회사 ‘세정과미래’는 1세대 캐주얼 브랜드 ‘NII(니)’ 매각 결정을 내렸다. 경기 불황과 전반적인 영캐주얼 패션 시장의 침체,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들이 이중 타격을 입고 있는 시장 상황 등이 매각 이유로 꼽혔다.  
 
현재 세정그룹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어덜트 패션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패션 브랜드 ‘웰메이드’와 ‘올리비아로렌’에 집중하고 데미 파인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와 캐주얼 주얼리 ‘일리앤’ 등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캐리스노트’와 남성복 본(BON), 셔츠 브랜드 예작(YEZAC) 등을 운영 중인 형지그룹의 형지I&C 의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이들 브랜드는 모두 백화점이나 아울렛, 가두점 같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운영돼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소비 행태가 변화한 점에 대응하지 못했단 평가를 받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두점 위주로 운영되는 의류 브랜드들은 대형 유통사에 입점하기보다는 대부분 동네 상권에서 운영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중장년층이 경조사에 갈 일이 줄어들고 외출을 하지 않으면서 2019년과 2020년도에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명품 급성장에 패션 시장 양극화 심화…지난해 세계 7위 차지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세계 7위를 차지했고,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58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세계 7위를 차지했고,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58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 소비 행태가 ‘해외 명품’에 집중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명품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영향으로 급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세계 7위를 차지했고,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58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 세계 명품 시장규모가 2942억 달러(약 374조원)로 전년대비 13.5% 증가하는 동안 한국의 성장률은 3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들은 토종 패션 대신 해외명품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있다. 최근 재단장한 롯데백화점 본점의 가장 큰 특징은 2, 3, 4층에 흩어져 있던 여성 캐주얼과 영 캐주얼 브랜드를 4층으로 한데 모았고, 빈자리에는 셀린느와 발렌시아가 등 여성 해외패션 브랜드들로 채워졌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명품 시장이 급성장하며 패션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패션 시장에서의 트렌드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쪽에 집중됐다가 또 최근엔 명품 쪽으로 쏠리며 변화했고,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도 해외직구나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다양해진 영향으로 토종 브랜드들을 찾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유통사들의 수수료 문제도 있는데 국내 브랜드는 30%대 후반 정도라면 명품은 한 자릿수로 토종 브랜드 대신 명품 브랜드를 채우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유통사들의 유통 수수료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국내에도 이런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의류 업종의 하반기 전망도 불확실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의류 유통에서 온라인 채널 비중 확대로 OEM 기업들의 제품 재고량이 과거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수익성이 과거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해 OEM 벤더덜의 마진이 고르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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