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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스’ 품은 현대百의 ‘묘수’…아마존 매트리스, 그 너머를 보다

현대백화점그룹 9000억 투자해 ‘지누스’ 인수
미국 내 물류대란 등으로 실적 및 주가 하락세
온라인·미국 시장 장악…중장기적 기대감 유효

 
 
글로벌 매트리스 브랜드 지누스. [사진 지누스]
현대백화점그룹이 야심차게 인수한 글로벌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가 기대 이하 성적으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9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했지만 실적 부진에 이어 주가 역시 맥을 못 추리고 있어서다. 지누스에 대한 내부적 기대가치가 높은 상황에서 실적 회복에 대한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누스 인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지누스를 인수 효과를 논하기엔 시기상조인데다 향후 충분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지누스를 인수한 것 역시 단기간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닌 장기적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 차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실적, 주가 뚝…지누스를 향한 우려

 
업계와 주식시장에서 지누스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실적 영향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지누스 연결기준 매출액을 2522억원, 영업이익 14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0.3%, 6.4% 소폭 상승한 수치지만, 증권가 컨센서스 매출 3068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을 하회하는 수치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이어 주가 역시 하락세다. 27일 종가 기준 지누스 주가는 4만6850원대로 지난 3월 최고가 8만8500원을 기록했을 때와 비교해 47%가 넘게 하락했다.
 
지누스의 수익이 악화된 데는 복합적 이유가 있지만 ‘일회성’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다시 퍼진 오미크론 여파로, 미국 내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온라인 판매 중심의 지누스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친 게 가장 컸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력이 확대됐고 해상운임 또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누스 주요 고객사인 아마존과 월마트는 미국 내 물류, 공급 교란과 인건비, 물류비 상승에 따라 지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지금까지도 미국 내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압력이 확대됐고 해상운임 또한 높은 수준을 유통사의 물류, 공급 교란 문제가 이어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지누스의 매출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킬러 브랜드 확보…단기 성과 보단 중장기적 전략 

현대백화점그룹도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그룹 역사상 최대 투자금을 투입한 인수 사업인 만큼, 내부 기대치가 큰 상황에 하락세를 다시 회복세로 올려야 하는 주요 과제도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지 35% 지분을 인수하는 데 너무 고점 매수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내놓는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리빙 브랜드 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지누스 인수가(9000억원)의 18분의1 가격이다.  
 
현대리바트가 지난 17일에 출시한 호텔식 침대 에스테틱 제품.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이 파격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단순 리빙 카테고리 확장이 아닌 ‘킬러 브랜드’ 확보 차원이 크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시장, 나아가 미국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누스는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높은 장악력을 보이는 업체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업체로 온라인 시장에서 25~32%의 높은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이커머스 전략이 온라인 매트리스 전문 기업인 지누스를 통해서 보다 구체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주로 북미 시장에서 대응을 하는 지누스의 국내 유통 채널 확대, 리바트, 엘앤씨와같은 기업들과의 협업 등도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누스 인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단기적인 실적 기대감 보다는 중장기적인 전략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와 현대백화점그룹의 생각이다. 최근 실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누스의 고객리뷰는 여전히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고 주요 시장인 미국 내 시장환경과 평판, 성장여력 등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구매력이 높은 탄탄한 소비자층을 기반으로 현재 중저가 위주의 지누스 사업 모델을 중고가 시장으로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기반의 수면시장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슬립테크(수면 기술) 전문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나 협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누스에 대한 지배력 확대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지누스의 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적게는 1만주에서 많게는 2만4000주까지 지누스 지분을 연일 매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누스 지분율은 기존 35.82%에서 36.88%로 1.06% 포인트 올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주식시장 상황 악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으며, 가성비가 높은 자사 상품의 특징을 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수 있는 기회로도 보고 있다”며 “또한 주가 부양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의 목적과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추가 지분율 확대에 대한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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