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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반대’ 소유주에 매도청구권 행사는 언제할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애매한 ‘주택법 22조 2항’ 법령해석 안 나와, 조합 설립인가 VS 행위 허가 결의로 의견 갈려

 
 
영등포구 대림동 현대3차아파트에 리모델링 설명회 현수막과 리모델링 반대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민보름 기자]
 
최근 준공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안전진단 통과가 쉽지 않고 사업 진행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이 가능한 리모델링 사업이 최근 들어 대안으로 떠올랐는데요. 특히 용적률 등을 고려할 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충분한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1기 신도시 단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한 대수선 또는, 각 세대의 주거전용면적 증축·세대수를 증가시키는 증축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합니다(주택법 제2조 25호).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일부의 동만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데 본 글에서는 주택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먼저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택단지 전체의 구분소유자와 의결권 각 3분의 2 이상의 결의 및 각 동 구분소유자와 의결권의 각 과반수의 결의를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주택법 제11조 제3항). 그리고 이렇게 조합이 설립된 이후 실제로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하려면 리모델링 설계의 개요, 공사비, 조합원의 비용분담 명세가 적혀 있는 결의서에 주택단지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75퍼센트 이상 동의와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0퍼센트 이상 동의를 받아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추가로 받아야 합니다(주택법 제66조 제1항, 주택법 시행령 제75조 및 별표 4). 즉 조합을 설립할 때와 실제로 리모델링 사업 진행 허가를 받기 위한 법적 기준이 다릅니다.
 
그런데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리모델링 사업에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들이 소수라면 그들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현행 주택법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경우 리모델링에 동의하지 않는 구분소유자에 대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리모델링 주택조합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업 추진에 동의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인 자들의 부동산에 대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은 매도청구의 방식으로, 공익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재개발 사업은 수용 방식으로 취득하게 돼 있습니다.  

특히 리모델링에 대해 주택법 제22조 제2항은 “제66조 제2항에 따른 리모델링의 허가를 신청하기 위한 동의율을 확보한 경우 리모델링 결의를 한 리모델링 주택조합은 그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하여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리모델링 허가 신청을 위해 주택단지 전체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75퍼센트 이상의 동의와 각 동별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50퍼센트 이상의 동의를 받은 리모델링 주택조합이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이는 앞서 조합 설립 시 필요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3분의 2 이상보다 상향된 비율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시에도 결의가 필요하고 조합 설립 후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기 위해서도 각각 ‘결의’가 필요한데요. 위 주택법 제22조 제2항을 보면 매도청구권 행사의 상대방인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에서 말하는 ‘리모델링 결의’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에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만 받으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리모델링 행위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것인지 그 해석을 두고 의견이 나뉩니다.
 
실제로 일부 하급심 판결은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결의만 거쳤어도 적법하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으나, 조합설립을 위한 결의만으로는 부족하며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위한 결의를 거쳐야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 결의가 있으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매도청구권 행사의 주체가 리모델링 주택조합인 이상 조합설립인가 후에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주택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웁니다.
 
반면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은 이후에야 매도청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측에서는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 후 행위 허가를 받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그 과정에서 총공사비와 조합원의 비용 분담 내역 등 리모델링 사업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할 때만이 아니라 행위 허가를 신청할 때에도 공동주택의 구분소유자들로 하여금 결의서에 나와 있는 정보들을 토대로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함께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부동산을 매도하고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어느 정도 리모델링 사업의 내용이 구체화 된 시점, 즉 리모델링 행위 허가 이후에 리모델링 주택조합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지만 2022년 6월 기준으로 리모델링 주택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가 언제부터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무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한 보완이나 대법원의 명확한 법령 해석이 필요한 부분인데, 현재 대법원에서 관련 쟁점을 심리 중이라고 하니 그 결론에 따라 리모델링 주택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 가능 시점이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으로서는 판결의 내용을 잘 살펴보고 매도청구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필자는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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