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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원하는데…의료계 '실손 간소화' 반대 총력전 왜?

'실손 간소화' 법안 통과 가능성↑…대응TF 구성한 의료계
"보험사가 만든 악법" 주장…소비자 위한 대안 필요하다 지적도

 
 
[연합뉴스]
의료계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필사의 각오로 (법안 통과를)반드시 막아 낼 것”이라며 조직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최근 실손보험금 청구 편의성을 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 서류 제출에 대해 보험소비자의 피로도가 커지는 만큼 의료계가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TF 만들어 실손 간소화 필사 저지"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28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대응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은 기존 의협 특별위원회인 ‘민간보험대책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관련 문제를 대응해왔다.  
 
의료계가 TF까지 구성해 반대하고 있는 법안은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보험계약자가 요청할 경우 요양기관(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을 의무화하고, 해당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하는 내용을 담았다. 말하자면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면 자동으로 관련 서류가 보험사에 전송되고 심평원이 중간에서 이 업무를 위탁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핵심 골자인 법안이다.
 
현재 실손보험은 국민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건강보험과 달리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지금은 보험소비자가 진료를 받은 의료기관에서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 보험사가 추가 보완서류를 요구할 때는 의료기관에 재방문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진행되면 보험소비자는 따로 서류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 보험사-심평원-의료기관에서 내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업무가 자동 진행된다. 
 
이에 보험업계를 비롯해, 소비자들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요청이 이어졌고 새 정부 들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새 정부 출범 전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선정한 14개 생활밀착형 과제 중 국민 정책참여 조사에서 우선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의료계는 보다 긴밀한 대처를 위해 전담 TF를 만들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근 의협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대응TF 위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과 관련해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제점을 적극 피력해왔다”며 “보험사만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협 TF는 8월 중 1차 회의를 개최하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의 키를 쥔 정무위 위원들에게 어필할 대안 마련이 1차 회의의 중점사항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무작정 반대 아닌 실질적 대안 필요’ 지적 

의협은 ▶보험사를 위해 요양기관에 보험금 청구 서류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하도록 강제하는 부당한 규제 및 행정부담 문제 ▶개인정보인 환자진료정보의 유출 개연성이 높은 점 ▶보험사가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골라서 가입시키는 역선택 소지가 큰 점 ▶보험사를 위해 공적기관인 심평원의 설립취지와 맞지 않는 업무 위탁 등을 법안 반대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의료계 반대 이유에 대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 심평원 등이 병원이 책정한 비급여 가격에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병원들이 자신들의 비급여 가격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덕분에 그동안 병원들이 많은 돈을 번 것은 사실”이라며 “서류 전송 부담을 왜 의료계에 떠넘기냐는 얘기가 있는데 실손으로 돈은 벌고 업무부담은 전혀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보험소비자들이 청구 간편성만을 생각하고 이 제도를 받아들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환자데이터를 축적하게 되면서 소액보험금은 지급돼도 환자 병력을 이유로 정작 고액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소탐대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실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0년 이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보험소비자들의 서류 제출 피로감은 여전한 실정이다.
 
올 2월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중복응답)에 따르면 보험소비자가 경험한 ‘보험금 신청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 1위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제출서류 발급’(56.8%)이었다. ‘보험금 청구 및 지급 과정 중 발생한 문제’ 1위는 ‘보완서류 제출 요청’(43.6%)이 차지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조사 결과와 관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보험금 신청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과거에도 보험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시 서류제출 문제를 애로사항으로 꼽아왔다. 이에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무조건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실질적인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환자가 서류제출이 불편하다는 데도 의료계는 자신들의 비급여 가격 통제권을 잃을까봐 13년째 귀를 닫고 무작정 반대만 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보험사는 나쁘다’가 아니라 의료계가 내놓는 ‘해결책’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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