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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 무조건 산다고 줄섰다…전기차시대 주목받는 ‘이 차’

[시승기] 캐딜락 첫 번째 순수전기차 ‘리릭(LYRIQ)’
한국인 디자이너 거친 아메리칸 럭셔리 SUV

 
 
캐딜락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 리릭 쇼카의 실내. 양산차와 쇼카의 싱크로율은 99%라고 한다. [이지완 기자]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임에도 계약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한 수입차 딜러에게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흔히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중요 자산이라고 한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값을 지불해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자산을 아무런 정보 없이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디자인, 첨단 기술 등 소비자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아메리칸 럭셔리를 지향하며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브랜드. 제너럴 모터스(GM)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이다. 이 브랜드는 내년(2023년) 한국 시장에 첫 번째 순수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북미에서 사전계약을 시작하자 5분 만에 ‘완판’됐다는 ‘리릭(LYRIQ)’. 사전계약을 시작한 것이 아님에도 한국에서 이미 난리가 났다.
 
캐딜락의 첫 번째 전기차 리릭. [사진 GM]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제너럴 모터스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GM Milford Proving Ground)에서 캐딜락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BEV) ‘리릭’을 만났다. 국내 소비자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이 차를 왜 그렇게 원하는 것일까. 그 마음을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자인 하나로 마음을 뒤흔들었다. 리릭의 외관은 캐딜락의 특징인 수직형 램프 디자인이 그대로 이어진다. 전기차 시대에 들어서면서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캐딜락은 달랐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는 전기차는 전면부가 다소 밋밋하다.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주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캐딜락은 생각을 달리했다. 리릭의 그릴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전기차와 확실히 다르다. 얇은 헤드램프와 시동을 걸면 순차적으로 점멸되는 램프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리릭의 외관을 디자인했다는 한국인 디자이너 길보빈 씨는 “전면 디자인이 비슷해지는 요즘 어떻게 해야 프리미엄한 느낌을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리릭은 뒤로 갈수록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을 갖는다. 크로스오버(CUV)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GM의 생각은 달랐다. GM 측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불러주길 원했다. 후면부에도 전면에서 봤던 얇은 헤드램프가 이어진다. 램프가 날렵해질수록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술적으로 구현이 쉽지 않은 것인데, 캐딜락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후면에서도 ‘ㄴ’자 형태의 수직 램프를 볼 수 있다. 시대가 변해도 브랜드 고유의 요소를 잃지 않으려는 캐딜락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캐딜락의 첫 번째 순수전기차 리릭이 내년 국내 출시된다. 사진은 캐딜락 쇼카 실내. [이지완 기자]
실내 역시 예사롭지 않다. 먼저 운전자에게 차량의 모든 정보를 제공해주는 33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참 좋았다.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현대차 등으로 인해 익숙해진 컬럼식 기어는 리릭의 고급스러움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 여기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GM의 경영 방침을 엿볼 수 있었다. 리릭의 기어는 타 브랜드와 달리 운전자 쪽으로 한 차례 당긴 뒤 조작해야 한다.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현지에서 만난 GM 관계자는 “안전을 고려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릭의 크기는 전장 4996mm, 전폭 1977mm, 전고 1623mm, 휠베이스 3094mm다. 대형SUV와 중형SUV의 중간 단계 정도다. 준대형SUV라고 부르면 적절할 것 같다. 거주성은 우수한 편이다. 174cm 성인 남성이 1, 2열에서 활동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2열의 경우 낮은 루프 라인으로 좁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헤드룸(머리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플랫폼은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 개발한 ‘얼티엄’을 기반으로 한다. 12개 모듈로 구성된 100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2.5t(톤)에 달하는 공차중량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0㎏·m(싱글모터 기준)의 힘을 낸다. 여기에 보다 강력한 성능(500마력)을 지원하는 듀얼 모터 모델도 존재한다고 한다.
캐딜락 첫 번째 순수전기차 리릭의 주행 모습. [사진 GM]
 
2t이 넘는 무게지만 전기차답게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시승 중 비가 내려 길이 미끄러웠음에도 제동 능력과 곡선 구간에서의 움직임이 제법 괜찮았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방향을 바꾸자 잠시 차가 쓰러질 것 같았는데, 끝내 중심을 잃지 않았다.
 
아직 국내 인증을 받기 전이라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리릭은 완충 시 최대 483㎞(자체 측정 기준)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한국 인증 시에는 300㎞ 후반에서 400㎞ 초반 정도의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전에 대한 불편함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0kW 고속 충전 지원으로 10분에 약 13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북미 기준으로 7800만원부터 시작한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현 상황과 국내 수입 시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면 국내 판매 가격은 9000만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승이라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느꼈다. 독보적인 외관 및 실내 디자인은 국내외 소비자들이 이 차를 왜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밀포드(미국)=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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