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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 뺨 맞는 전 세계 금융시장과 투자 안목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인플레이션 압력 킹달러 지속 장기화
주식시장 먹구름 쉽게 걷히지 않을듯
변동성 커진 주식에 대한 대응 고민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한 트레이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자산시장의 모습은 마치 1999년 닷컴 버블 당시를 떠올릴 정도로 묻지마 투자로 가득 차 있었다. 거품에 대한 경계론이 자주 등장했는데 그중 버핏의 친구 찰리 멍거는 자산 인플레가 20년 전 닷컴 버블보다 더 심하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로 속절 없이 무너진 투자자들이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 홈페이지만 자주 찾았더라도 생각을 바꾸었을지 모르겠다.  
 
그는 이미 작년에도 미국 증시 기준 CAPE(CAPE·Cyclically-Adjusted Price Earnings Ratio) 지수는 2000년 닷컴 버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이미 오래전에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고까지 지적했다. CAPE 지수는 실러 교수가 창안했는데 물가를 반영한 S&P 500지수와 주당 순이익의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이다. 이 지수가 1929년 대공황 수준을 넘어간 상황으로 이미 버블 영역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고 경계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한 자산시장 상승이 버블에 대한 경계론을 묻어 버렸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하나로 연결된 초기 시점에 닷컴 버블이 생겼다. 집 한 채 갖게 해주겠다는 정부의 관용이 황당한 파생금융 상품으로 번져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팬데믹이 몰고 간 유동성 장세는 죽었다고 생각했던 인플레이션의 망령을 부활시켰다. 미 중앙은행은 경제가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요한 게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고 물가 안정까지 모든 방향에서 시장에 많은 변동성을 보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억울하다. 기축통화라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나라의 결정에 많은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어왔다. 미국이 금리를 0.75%p 올린 날 많은 나라는 자본유출과 자국 물가상승이 두려워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기축통화라는 무기가 있어 돈을 마음대로 찍고 무역수지 적자도 재정수지 적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트레핀의 딜레마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행 국제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1950년대 수년간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자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미국이 경상흑자로 돌아서면 누가 국제 유동성을 공급할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었다.  
 

대외 의존 높은 한국, 세계경제 변화에 민감

당시 예일대 교수였던 로버트 트리핀은 "미국이 경상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유동성을 흡수하고 금리를 신나게 올리는 미국 앞에서 유로화도 파운드화도 자존심을 잃고 있다. 이 상황에서 경기침체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굳건했던 파운드화는 완전히 맛이 갔다. 9월 23일 영국 정부가 50년 만에 최대 폭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었는데 시장에서는 파운드화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영국 정부는 감세를 통해 경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물가 상승세가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했다. 소득세율 인하로 감세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9월 25일 영국 콰텡 재무부 장관이 추가 감세 입장을 밝히자 파운드화 가치는 더 떨어졌다. 어느듯 세계는 세계화의 피해에 노출된 듯하다. 그래서 이제 각국은 분절된 세계화로 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세계질서에 눈치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대외의존도가 낮다. 이 판국에 일본과 중국은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도 하지 않고 있다. 낮은 대외 무역의존도의 일본과 우리의 높은 대외의존도 비중에서 환율의 과도한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더 심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로 채권시장의 버블은 무척이나 심했었다. 실러 교수는 부동산보다도 주식 시장보다도 버블이 심한 곳으로 채권시장을 지목했다. 마침내 인플레이션으로 채권 버블이 가장 앞서 터졌다. 채권에 사형선고를 내린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제 주식 시장이 붕괴하자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의 매력을 정상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서 가져가면 만기가 긴 장기채일수록 수익은 커진다.  
 
게다가 경기가 침체된다면 금리인상으로 채권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매매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국채수익률이 다음 주에도 올라갈지, 다음 달에도 올라갈지, 내년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사서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에게는 채권투자에 뛰어드는 좋은 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 가격이 2년 반 최저 수준이다. 금은 인플레이션을 헤징하는 상품이지만 금가격은 달러화의 초강세에 맥을 못추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달러화의 강세가 파괴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 통상 달러화로 거래된다.  
 
미국 달러화와 경제 그래프. [로이터=연합뉴스]
 

변동성 많은 주식보다 수익률 높은 채권 매력적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나타내면 금의 체감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금리 상승과 국채 금리 상승, 강달러 국면 속 금 가격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진정된다면 금 가격도 다시 채굴비용, 역대 고점 등을 감안하여 부활할 수 있다. 모든 자산은 그 방향성이 서로 상이하기에 불황과 다음 사이클에 맞는 자산 배분을 하기에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시작되었고 킹달러가 지속되고 있지만 당분간 그 현상은 더 갈 수 있기에 주식시장의 먹구름이 쉽사리 걷히지 않을 수 있다. 조정의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데이터에 의존할 경우 미국의 물가는 내려갈 것이고 미국 중앙은행의 점도표상 2024년도 예상 기준금리는 2023년도보다 낮아질 것이다. 2023년도까지 동결할 것이라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면 금리는 2023년 하반기즈음에는 하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미 경기침체를 반영한 것인지 유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 무역수지의 개선 가능성이 보이고 주가가 경기를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란 주장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좀 더 확인하고 주식을 사도 늦지 않은 듯하다. 높은 수익률을 주는 채권의 매력이 변동성 있는 주식보다 좋아 보인다. 반도체 가격 추세부터 기업의 영업이익까지 주식시장에는 점검할 요인들이 너무 많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금융시장에 언제 맑은 기운이 돌지 모르나 희망을 잃지 말자.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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