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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 만들듯 착한 마음 만드는 기부 문화 만들 것”

[인터뷰] 이승환 돌고도네이션 이사장
투명성·지속가능성·맞춤형 기부 서비스 구축
10월 10일 ‘2022 서울워크’ 참가비 전액 기부

 
 
이승환 돌고도네이션 이사장. [신인섭 기자]
하려니 망설이게 되고 안 하려니 찜찜하다. 맡기 자니 적합한 곳에 제대로 사용할까 의심부터 들고, 직접 하자니 어디서 어떻게 할지 몰라 힘만 든다. 비록 내가 자발적으로 낸 것이지만 내 바람대로 온전히 쓰일지 불안하기만 하다. 기부금 얘기다.  
 
기부는 누구든 알지만 잘 모르는, 범용적이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겉으로는 착하다고 여기지만 속으로는 불신이 팽배한 이중적 시선을 받고 있다. 그래서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대상으로 여긴다. 이런 취급을 받는 주 원인 중 하나로 불투명한 기부금 사용에서 비롯된 불신을 꼽을 수 있다.  
 
이렇게 난맥투성이인 국내 기부 문화를 바꿔보겠다며 뛰어든 신생 기업이 있다. 디자이너㈜는 ‘사회적협동조합 돌고도네이션’을 세워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기부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최근 시동을 걸었다. 기부 문화를 혁신해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이를 이끌고 있는 이승환 돌고도네이션 이사장(33·디자이너㈜ CEO)을 9월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부? 창업 아이디어나 혁신 대상으로 삼기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주제다. 게다가 단계상 투자금 확보에 매달리게 되는 초창기 스타트업에겐 버거운 분야다. 흔히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처럼 재력 먼저 쌓고 착한 일은 나중에 하자며 후순위로 미뤄두는 의제를 돌고도네이션은 선순위로 선택했다.  
 
왜죠? 물음에 이 이사장은 경제적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으로 꼽았다.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경제적 가치 창출과 선순환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자 돌고도네이션 설립의 철학이다.  
 
그게 가능할까? 그는 무료문자·무료송금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를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한 해법에 수요가 몰리면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파생되고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면서 하나의 경제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빗대어 돌고도네이션의 과제와 목표를 꺼내 보였다. “지금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에요. 즉, 건강하고 투명한 기부 문화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먼저 해결한다면 이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통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체계도 함께 형성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회적 책무 우대 받는 기업 문화 확산에 앞장”

이를 구현하려면 함께할 동료들부터 포섭이 필요하다. 이런 그의 비전에 공감하는 동료가 있었을까? 이 궁금증에 이 이사장은 요즘 젊은층을 대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 출생)의 특장점과 오늘날 사회의 가치관 변화로 답변했다.  
 
“제품을 고를 때 품질도 중요한 기준이지만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은 그 기업의 사회적·윤리적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게다가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비도덕적인 기업의 제품이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듯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중요해진 시대가 됐어요. 이런 가치관과 변화에 공감하는 분들이 아직 부족하고 알려지지 않은 돌고도네이션을 찾아와 동료로 합류하고 있습니다.”
 
이 이사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파타고니아를 꼽았다. 파타고니아는 등산화·배낭·의류 등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본 쉬나드가 자신의 암벽 등산 취미를 활용해 창업했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농으로 옷을 만들고 매출의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협력업체·소비자와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다.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는 파타고니아 광고가 대표적이다.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기술이어도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환경 파괴가 발생한다 그러니 신중히 생각해 구입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다.  
 
파타고니아 이야기는 이 이사장이 기부 문화 혁신에 뛰어드는 동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처음 창업에 나섰을 때 유동인구가 몰리는 유행을 쫓아 분위기 좋은 까페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운영에 들어갔지만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나 발전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을 계속 떨칠 수 없었다.  
 
“내가 좋아하지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제 가치관과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게 됐죠. 객관식 선택지처럼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니 기부가 남더라구요. 이는 ‘운동으로 건강한 심신을 만들어 나가듯 착한 마음을 만들어나가는 지속성을 갖추면 일회성에 그치는 기존의 기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나는 돈을 잘 못 벌어도 돈을 명예롭게 쓰는 법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자신감과도 맞닿았죠.”
  
이승환 돌고도네이션 이사장. [신인섭 기자]
 

“기부자·수혜자 간극 메우고 운영체계 투명화”

그는 생각이 정리되자 플랫폼 서비스 주제를 기부로 전환했다. 기부금 운영과 관리에 대한 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인 사회적협동조합 돌고도네이션을 설립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돌고래를 심볼로 삼았다. 돌고래의 사회적·협동적 특성, 돌고도네이션의 음성, 기부 문화의 선순환 구축 등을 반영해 한 쌍의 돌고래가 돌고 도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4년여전 맹아원 지원을 시작으로 내딛기 시작한 돌고도네이션의 발걸음은 지역사회시설·시민사회단체 등으로 보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돌고도네이션의 수혜자는 취약계층 개인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기부가 필요한 사회복지시설·복지사업단체 등도 해당한다. 수혜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널리 알리고 기부자가 도움을 제공하면 연결시켜준다. 심지어 플랫폼 이용자가 ‘응원하기’만 눌러도 돌고도네이션이 대신 후원해준다.  
 
그러다보니 플랫폼엔 수혜자들의 사연이 다양하다. 여름철 취약계층 선풍기 지원에서부터 습기 찬 집의 도배·장판 교체,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의 사연, 무료급식소의 쌀 지원, 지역아동센터·보육원·빈곤가정 아동들에 대한 생필품·학용품 제공 등 다채롭다. ‘취약계층에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주자’는 돌고도네이션의 철학엔 쌀은 생명과도 같은 기부물품이다.    
 
돌고도네이션은 단순히 기부금을 모금·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혜자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널리 알리고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다리가 되고 있다. 돌고도네이션은 이와 함께 기업들의 각종 사회공헌·공유가치창조(CSR·CSV) 활동에 동참해 확산시키는 역할도 한다. 기부금 사용내역은 플랫폼에 공개해 자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돌고도네이션은 그 일환으로 걷기 행사도 마련했다. 10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여는 ‘2022 서울워크’다. 참가자들은 5㎞ 걷기에 참여하고 돌고도네이션은 참가비 전액을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행사다.  
 
“기부자가 주고 싶은 것과 수혜자가 필요로 하는 것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묘한 간극이 있죠. 기부자의 목적도 반영해야겠지만 수혜자의 필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요. 결국 누구를 위한 기부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 간극을 메우고 지속성을 보완해 투명하고 건강한 기부문화를 만드는 것이 돌고도네이션의 지상 과제입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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