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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들을 버티게 하는 '가치'의 힘 [최안나 비즈니스 코치]

가치의 의미…미션의 바탕,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의 방향
‘비즈니스 가치’, 창업자가 명확하게 보여줘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가 10월 12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데모데이9 딥 임팩트'를 개최했다. [김서현 기자]
“코치님, 일을 하는데 마음이 불안합니다. 이 불안한 마음을 줄이고 싶어요.”
 
스타트업 A 대표가 코칭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필자는 “눈을 잠시 감고, 지금 사업을 생각하면 마음속에 뭐가 떠오르는지 이야기해달라”라고 요청했다. A 대표는 지그시 눈을 감고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습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필자는 다시 “대표가 가려는 방향이 보이나요”라고 물었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A 대표는 “그게 잘 안 보입니다. 잘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A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그가 찾고자 하는 것은 ‘스타트업으로 세상에 주고 싶은 가치’를 찾고 싶지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이다. 답은 이미 있지만, 진짜 그 가치가 A 대표의 마음에 닿는지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필자는 A 대표와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된 계기’,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 ‘나아가고자 하는 비전’ 등을 그려보면서 그가 원하고 즐기는 일인지 함께 탐색했다.
 

가치는 보편적이지만, 회사마다 달라야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 가치는 미션과 비전을 관통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란 ‘스타트업이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 ‘스타트업으로 세상에 구현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회사는 ‘재미’일 것이고, 태양광 회사는 ‘건강한 인생을 위한 건강한 환경’, 의료기기 회사는 ‘환자의 독립성’ 등 일 것이다. 가치는 보편적이지만, 진짜 중요하고 실현하려는 가치는 회사마다 다르다.
 
가치는 스타트업이 생긴 존재적 이유인 미션의 바탕이 되고,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의 방향이다.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명확하지 않거나, 명확해도 대표가 그 가치 추구에 대해 마음이 많이 없다면 지치고 힘들게 된다. 스타트업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지지부진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에너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구성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인드 케어 B2B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B 대표는 일도 주도적으로 하고, 새벽까지 해서라도 일을 끝내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의 일은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필자에게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필자와 함께 그 일을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탐색을 시작했다. B대표는 “사람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우리의 좋은 프로그램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말을 했다. 필자는 “그 제품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울컥하면서 “저의 프로그램을 경험하면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보이네요. 이 일이 저의 진짜 소명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라고 회고했다.
 
B 대표는 자신의 사업을 설명하면서 흘린 눈물에 대해 “내가 진짜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것 마음이 있다는 걸 다시 느껴서 그렇습니다. 며칠 전 만났던 고객이 생각나네요. 그분이 정말 힘들어 보였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저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분이 떠오르며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혼란스러워하던 B 대표는 자신의 미션과 비전을 코칭 과정에서 확인했고, 다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다. 일을 시작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소명을 확인하니 동기부여가 되어 그 일을 바로 진행했다.
 
스타트업 대표는 자신을 잘 알아야 사업과 자신과의 연관성을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일의 의미는 생계, 직업, 천직(소명)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일은 무엇일까. 
 

창업가, 비즈니스 목적 알고 진행해야  

답은 각자 다르다. 어떤 대표는 이 사업으로 자신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자아실현의 채널이다. 또 다른 대표에겐 사업을 해서 성공하고 싶어서일 수 있다. 그 사업 자체가 목적일 수도, 그 사업 자체가 과정이자 수단일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 사업 자체가 꼭 대표의 소명일 필요 없다. 다만 내가 어떤 목적으로 하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명확해야 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가치다. 내 사업의 존재 이유이고 방향성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창업가는 자신과 사업을 분리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너무 겹치지는 않았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가는 스타트업에 인생을 건다. 그 인생을 건만큼 그들은 사업에도 진심이다. 그 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창업가가 추구하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스타트업의 가치는 대표 것만이 아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치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바라보는 북극성이다.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어도 북극성만 바라보면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창업가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구성원과 소통해야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열정을 보여줄 수 있다. 스타트업 구성원들과 함께 동기부여를 해야만, 힘든 상황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목표가 서쪽이라고 해서 무조건 프랑스를 가는 것만 고집할 필요 없다. 그리스, 벨기에 등으로 목표를 잡을 수도 있다. 방법적 측면에서도 비행기만 타고 가는 것이 아닌 배, 자동차, 기차 등의 옵션을 생각하며 서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방향이 있으면 목표와 방법은 유연해지고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방향인 가치가 중요하다. 창업가는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생의 가치와 내가 창업한 스타트업의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지금 창업한 스타트업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당신은 항상 가치의 렌즈를 통해 비전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점이 맞지 않을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비즈니스 임원 코치로 유명한 브루스 반 혼이 한 말이다.
 
※ 필자는 현재 스타트업의 성장을 조력하는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 외국계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일했고, MBA를 졸업하고 심리학 박사를 받았다. 저서로는 〈영어로 내생각 말하기〉, 〈스타트업 PR〉이 있다. 유튜브 ‘안나코치’를 운영 중이다.
 
 
  

최안나 비즈니스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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