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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할 때…제약·바이오 기업 파이프라인 줄인다

지놈앤컴퍼니, 고형암 임상 종료…“위암·담도암 대상 임상 2상에 집중”
기업들 성공 가능성 큰 파이프라인 위주로 조정, 연구개발 효율성 높여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급변하는 국내외 신약 개발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기존 파이프라인을 정비하고,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개수를 줄이거나 연구개발을 중단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는 등 신약 개발 환경이 변화한 만큼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후기 임상에 진입하게 되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자금 조달 리스크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골라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사 지놈앤컴퍼니는 전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후보물질 GEN-001의 임상 일부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고형암과 위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GEN-001의 임상 시험을 진행해왔다. 이중 고형암 대상 임상 1b상을 종료하고, 위암과 담도암 대상 임상 2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서영진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암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점을 고려해 해당 임상은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임상 중단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결정은 빠르게 변화하는 신약 개발 환경에서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수많은 신약 후보물질 중 실제 신약이 되는 약물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핵심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해 잔가지를 치겠다는 구상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미국에서 임상 1상에 진입한 후 최종 허가까지 얻은 신약 후보물질은 2019년을 기준으로 전체의 7.6%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2015년 24.5%에 도달한 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많은 약물이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됐고, 임상 환경도 환자를 중심으로 개선되는 등 연구개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한 데 따른 것이다.
 
지놈앤컴퍼니에 따르면 이 회사와 함께 GEN-001의 바벤시오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인 독일 머크도 이번 결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해외 기업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파이프라인의 임상은 빠르게 종료할 뿐만 아니라, 출시한 신약의 판매가 저조하거나 경쟁 약물에 뒤처지면 마케팅을 바로 중단한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 이전과 인수합병(M&A) 등으로 여러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한 뒤 초기 임상 단계에서 신약이 될만한 약물을 빠르게 걸러내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파이프라인을 정리해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메드팩토 항암제 백토서팁 임상 일부 중단 

‘선택과 집중’을 위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을 조기 종료한 기업은 지놈앤컴퍼니뿐만 아니다. 메드팩토는 항암제로 개발해온 백토서팁의 임상 일부를 올해 5월 중단했다. 대장암과 췌장암, 골육종암 등 빠른 시일 내 임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메드팩토가 중단한 파이프라인은 데스모이드 종양을 대상으로 한 벡토서팁의 국내 임상 2상이다. 메드팩토는 파이프라인을 정비한 후, 현재 미국 머크(MSD),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와 백토서팁의 병용 요법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MSD와 함께 진행 중인 백토서팁의 대장암 대상 병용 임상은 내년 중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업 효율화를 위해 신약 후보물질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임상을 중단한 기업들도 많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후 빠르게 변화하는 연구개발 현장에 발맞춰 파이프라인 축소를 고려하는 기업들도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이렇다 할 돌파구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핵심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는 모습은 효율적이라고 본다”며 “인력을 줄이거나 전임상을 하지 않는 등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다.
 
국내 임상연구기관 관계자는 “신약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성공 확률이 낮은 파이프라인을 미리 중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개별 파이프라인에 투입하는 비용도 (해외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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