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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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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금융 리터러시를 다시 생각하다

전문가 칼럼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달’을 보면 은행 직원이 고령의 VIP고객의 돈을 빼돌리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또 다른 드라마에서는 치매에 걸린 재벌회장님의 재산을 상속받으려는 자식들의 치열한 암투와 부모의 인지능력을 오히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금융범죄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 비율이 36.4%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피해액도 700억원을 넘어선다고 한다. 이게 드라마에서나 나오고 다른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당장 우리 부모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멀지 않은 미래에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고령자들이 판단력이나 대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사기의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한국 고령자의 자산 대부분은 ‘집’에 묶여 있다. 통계청의 2024년 한국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실물자산의 비중은 75%에 이른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높은 수치이다. 그런데 노인 가구의 실물자산비중은 이보다 더 높다. 그래서 고령자일수록 자산(주택 등 부동산)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Asset rich income poor)한 경우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층에 ‘어떻게 살고 있는 집을 유지하거나 처분할 것인가’ ‘살던 동네에서 조금 더 작은 집으로 옮길 수는 없을까’ ‘노후에 맞게 리모델링을 하면 어떨까’와 같은 질문들이 현실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함께 고민해줄 정책이나 전문가 조언의 창구가 많지 않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금 노인을 위한 금융정책, 특히 소유한 집과 노후에 삶을 의탁할 안전한 주거공간을 위한 ‘부동산 리터러시’가 절실해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한국의 금융정책, 어디까지 왔나한국에는 고령자 자산관리를 위한 몇 가지 제도가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연금이다. 평생 살던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받는 제도다. 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어,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고령자의 인지기능 저하에 대비한 ‘치매신탁’이나 ‘후견신탁’도 은행권에서 도입하고 있다. 평소에 미리 신탁계약을 체결해두면 본인의 판단력이 약해졌을 때도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할 수 있는 장치이다. 법원에서 지정하는 성년후견제도도 있다. 판단력이 약해진 사람을 위해 후견인을 선임해 자산을 보호하고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절차나 비용 부담으로 활성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제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당사자나 가족의 ‘선제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아직 괜찮다”라는 판단이 제도를 외면하게 만들고 그 사이 사기나 손실 위험이 커지는 구조인 것이다.미국은 이미 ‘금융 제론톨로지(Financial Gerontology)’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고령자의 금융 문제를 학문적으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연방정부 산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고령자를 위한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 사기 예방 교육 자료와 금융결정 능력 자가진단 툴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치매 초기 증상을 알아볼 수 있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메릴린치 같은 대형 금융회사는 노년학 전문가와 함께 재무상담사 교육을 진행한다. 고령자의 건강상태나 가족관계, 주거상황까지 고려한 조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호주의 경우는 금융학대(Financial Abuse)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며, 가족에 의한 착취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고령자 명의의 재산을 대리인이 자의적으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전국단위 후견인 등록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기관에는 의심거래를 일시 정지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일본 역시 초고령사회를 제일 먼저 진입한 국가로 금융기관 중심의 ‘현장 대응’과 치매 대비 신탁제도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금융청은 고령 고객 응대 시 인지기능 저하를 체크할 수 있도록 관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은행들은 치매 진단 전 신탁을 설정해 자산을 보호하는 ‘후견형 신탁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상, 보호자 개입보다는 본인의 사전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령자 대상 금융교육 보다는 금융사의 책임과 상품 설계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해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집’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령자의 자산 보호는 이제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재정 안정성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자산이 많든 적든 노후에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삶의 질과 존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무엇보다 고령자들이 가진 ‘집’이라는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공적 조언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집을 처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인지 ▲경제적 여건에 적합한 다운사이징 ▲노인요양주택이나 장기임대주택으로의 이전 ▲리모델링을 통한 생활환경 개선 ▲자녀와의 동거 계획까지 포함된 통합적인 ‘부동산 리터러시’가 필요하다.최근에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고령자들이 분담금 문제로 사업에 반대하거나 동의를 미루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추가 분담금은 은퇴 이후 고정소득이 없는 고령자에게는 매우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취지가 오히려 노인 세대에게는 불안과 소외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이런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업성은 물론 고령의 입주민 특성을 고려한 공공의 조정기능과 지원대책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은행 창구나 부동산 중개현장에서도 고령자 친화적 설명과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계약서를 무조건 ‘읽고 사인’이 아니라, 충분한 설명과 숙려 기간을 보장하고 의심스러운 금융상품이나 계약 권유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금, 우리는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교육 프로그램 마련 ▲부동산 상담 창구 개설 ▲노후자산 진단 서비스가 은행의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특별 서비스에 한정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려면 정책과 산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2025.04.19 12:01

4분 소요
향후 3년이 국내 반도체 시장 골든타임인 이유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Open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한층 더 안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 TSMC ▲AI용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한때 전통의 강자였던 인텔의 몰락과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부진은 업계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韓 반도체, 반전의 기회는 지금이다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은 한국 반도체 산업 50주년이었다. 그러나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회복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을 보면 SK하이닉스가 2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5조1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엔비디아의 공식 승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8.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말, 9년 만에 부활한 삼성 임원 교육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직접 언급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본 글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향후 3년이라는 전제하에, 경영·기술·산업 생태계의 세 가지 관점에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AI 반도체 기술 수요의 승부처가 향후 3년 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OpenAI를 비롯한 인프라 기반의 AI 기술 투자의 방향성은 2027년 말에 결정된다. 이러면 엣지 컴퓨팅·온디바이스 AI의 어떤 제품군이 주류로 자리 잡을지 윤곽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다양한 기술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과점 형태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둘째, 향후 3년이 삼성전자 중심의 파운드리 산업이 좌초할지, 혹은 TSMC와 겨룰만한 기업으로 성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셋째,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준으로 약 2.5년에서 3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추격해 올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가 향후 3년이기 때문이다. 그 격차를 유지하거나 다시 벌려야만 한국의 메모리 주도권이 유지될 수 있다. 반도체 승부수, 세 가지 관점을 보라이처럼 골든타임인 향후 3년 안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승부를 보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반도체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변경이다. 국내 반도체는 1960년대의 미국이나 1970년대의 일본보다 늦어진 약 20년 후에나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1974년 1월 26일 삼성에 인수된 한국반도체의 사업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1983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도쿄선언’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이 회장은 일본이 미국에게 이긴 유일한 산업이 반도체임을 알고 있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이후 용인시 기흥구에 반도체 생산단지 1라인 조기 착공에 돌입했다. 1987년 초 전자산업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사업 자체의 위기감이 고조됐던 시기에도 이 회장은 생산단지 3라인 투자를 지시했고 결국 이는 결실을 맺었다. 이와 같은 주문들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공을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후 10년 만인 1993년, 국내 반도체는 디램(DRAM)분야 세계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메모리 분야 1등을 지키고 있다. 보통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삼성과 인텔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에서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를 표방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기업 내부에서 모두 운영하는 것은 내부 기술 협력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다른 회사들은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품군이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AI까지 확대되는 시점에서 한 회사가 모든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각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인텔은 삼성전자와 달리 모바일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당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에는 문외한인 사람이었다. 결국 CEO의 의사결정 실패로 위기에 몰린 셈이다.종합 반도체 회사에서 설계와 생산을 나누는 방식을 창안한 곳은 TSMC다. 특히 TSMC에는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몰렸다. TSMC가 반도체 설계 특화 회사로 올라선 배경이다. 자연스레 TSMC는 반도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에서 보듯 설계 분야에 있어 삼성전자의 성과는 요원하다. TSMC와 삼성이 애플 아이폰 생산으로 경쟁하던 지난 2014년, 삼성은 설계 분야의 핵심 기술 기업인 ARM의 기술까지 내재화하려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결국 아이폰 생산 수주를 TSMC에 내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설계의 핵심을 알아내고자, 퀄컴의 기술을 삼성 모바일폰 설계에 활용했다. 그리고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부품인 코어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몽구스 프로젝트’를 극비에 운영했지만 2019년 결국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두 번째 관점은 생산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모두의 적, TSMC는 모두의 친구’라는 일갈을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는 설계 회사의 기술 보안을 위해 생산 라인을 따로 지정하고,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마저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고객이 요청하는 정보에 대한 문서가 체계화돼 있고, 고객 대응 조직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선단 공정의 첨단 기술 문제나 수율이라는 생산성 문제에 뒤처져 있음에도 내부 기술보안 정책을 기준으로 정보 공개에 서툴거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이유로 대응이 늦은 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업의 개념에 대한 성찰이 요구됨을 보여준다.세 번째 관점은 반도체 산업 생산체계에서 상생협력의 기조를 재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로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해외에서 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었다.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수입 대체를 위한 협력사를 양성해 국산화를 달성하는 전략을 썼고 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특히 일부 산업의 경우 완전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반도체 설계도는 이미지에 불과할 뿐, 반도체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미세 공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방해하기 위해 글로벌 장비사의 수출 금지를 전략으로 세웠듯이, 장비가 없다면 유려한 설계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에서 장비업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국내에는 소부장 업체들이 생겨났으며 국산화 비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산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장비 국산화는 22%, 소재 국산화는 34%에 그친다.또한 반도체 장비 기업은 ‘슈퍼을’의 위치에 있다. 국내 장비회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때로는 글로벌 장비사와 특허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며, 장비의 단가를 낮추는 전략적 도구로 오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결국 전략적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1등 기업들과 함께 과점의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SK하이닉스는 소재 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수출 규제 항목이었던 극자외선용 감광액(PR, Photo resist)을 SK머티리얼즈에서 국산화에 성공했고, HBM의 핵심소재 EMC(Epoxy Molding Compound·반도체 방습·발열을 하는 탄소 물질) 관련 일본회사와 독점적 계약을 맺고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또한 대만의 사례도 눈에 띈다. 대만은 산업 정책상 반도체 장비 기업을 양성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회사의 장비 구매 방식을 활용했다. 구매 이후 품질 보증기간이 끝난 뒤 장비 유지보수와 개조개선 회사를 자국 내에서 양성해 ‘장비사 수입대체’ 방식을 피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인재와 기본기최근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모든 기업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술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업의 의사결정 방향이나, 세부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재무 담당자에게 기술인력이 허락을 받는 의사결정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스탭 조직과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기술부서의 의사결정 구조 및 권한 배분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결국 기술에 대한 면밀한 존중이 필요하다. 또 기술 인력을 중시해야 한다. 故이병철 회장은 1976년 상공회의소 기고문에서 ‘인재 확보와 양성을 못하는 것은 부실 경영만큼 기업인의 범죄’라고 강조했다.수율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현재’가 무너진다. 수율은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良品)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어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 수익성 및 업체의 성과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반도체 수율은 특정 연구개발 조건을 바꾼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소에 천여개에 달하는 공정 조건을 만들면, 제조센터에서 수많은 장비로 동일한 공정 결과를 구현해야 수율 확보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수천대의 장비가 똑같이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의 모든 반도체 기업들은 90% 이상 동일한 글로벌 장비를 쓰고 있다. 왜 같은 장비를 쓰는데 수율에서 차이가 있을까?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 제작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TSMC 추격에 실패하기도 했다.수율 문제는 단품 중심 경영에서는 이익 창출의 문제겠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연결되는 핵심 사항이다. 이 문제는 천재급 인재를 데려와도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TSMC는 어떻게 수율을 확보한 신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는 결국 기술의 기본기를 강조하고 존중했다는 데 있다. 최근 반도체 칩을 이어 붙이는 ‘패키지 공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HBM의 성공과 실패에는 패키지 공정 개발을 단시간에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품 개발 중심 기술 임원들의 오판이 작용했다.TSMC가 삼성전자에게서 애플 수주를 빼앗아 올 때도 패키지 공정의 진일보가 있었다. 이후 TSMC는 패키지 공정마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설계 회사들은 고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TSMC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SK하이닉스 또한 상대적으로 전략적 움직임보다는 기술 인재들을 존중했고, 설계와 제품 중심이 아니라, 공정과 장비기술 및 웨이퍼 공정과 패키지 공정의 수평적 위계를 통해서 미세공정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반도체, 안정된 생태계 확보돼야최근 대기업에서는 시니어 인력들을 ‘뒷방 늙은이’라고 힐난하면서 그들의 숙련을 고임금의 저성과자로 간주하며 쫓아내기 바쁘다. 생태계 확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모욕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대기업은 인력 순환의 정점이 돼 산업 인력 양성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들어간 인재들은 대기업이라는 온실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국내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기술 유출의 혐의를 받으며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생긴다. 반면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절반이 중고신입으로 1년 만에 퇴사하는 등 인력난을 겪는다. 중견기업의 신입 직원들은 1년 전후로 다닌 경력을 없애더라도 취업시즌이 되면 대기업 신입 채용에 눈길을 돌린다. 대기업이 최종 종착지가 돼버린 지금, 산업 생태계 확보 및 중견기업 이하 처우 개선은 국가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협회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은 약 3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양성되는 방식으로는 약 7만7000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특히 대기업들은 ‘계약학과’ 방식으로 우수 인력들을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수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학과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반도체 장비는 정밀한 ‘기계 설계’와 ‘가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필요한 분야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화학 반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유관된 전공에서 관련 지식체계를 습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기술인재 양성 대학인 폴리텍 대학은 최근 반도체 전공을 강화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에서도 반도체 학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숙련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 정부가 인력 양성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또한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기업들에게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수율의 핵심적인 기능은 아주 작은 볼트·너트의 품질에 달려 있다. 체결과 구동의 미묘한 품질 변화가 곧 기술력이다.그렇지만 볼트·너트 등 값싼 소모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매우 영세하다. 국가 단위에서 반도체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원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정밀 기계 공업, 소재의 순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밀 화학 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회사를 위한 기술 인프라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향후 반도체 미래 3년에 가장 단단한 뿌리며 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기술 인재의 존중과 중요 기술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히 요구된다. 또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은 몇몇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두텁게 쌓아가야 한다. 한국 반도체의 명운이 걸린 앞으로의 3년을 위해 이제 하루에 한 걸음씩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다.

2025.04.19 10:00

9분 소요
슈퍼캣, 신규 비전 ‘슈퍼캣 2.0' 선포…투명한 조직문화 기반 개발 역량 고도화

IT 일반

슈퍼캣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비전 '슈퍼캣 2.0'을 18일 선포했다. 슈퍼캣은 지난 3월 창업자인 김원배 최고사업개발책임자(CBDO)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슈퍼캣 2.0’ 비전 선포를 예고한 바 있다.슈퍼캣의 새로운 비전인 ‘슈퍼캣 2.0’의 핵심은 조직 내 신뢰 강화와 투명한 기업문화 구축에 있다. 공정한 업무 환경을 바탕으로 도트 아트 분야와 IP(지식재산권) 해석 영역에서 실력을 입증해온 슈퍼캣의 게임 개발 역량을 한층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먼저 슈퍼캣은 구성원 모두가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인사 제도와 성과급 제도를 정비하고, 근태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또 자율 출근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시간외 근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한다. 구성원 소통 강화를 위해 사내 플랫폼인 슈퍼위키에 익명 건의 게시판도 신설한다.특히 인사 고과 및 연봉 테이블을 투명화하고, C레벨 평가 제도를 신설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경영진도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2016년 설립된 게임 개발사 슈퍼캣은 대표작인 모바일 MMORPG '바람의나라: 연'을 필두로 '돌키우기 온라인', '그래니의 저택'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였다. 네이버제트와 합작해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을 설립 및 운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종합 게임 플랫폼 ‘펑크랜드’를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넥슨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바람의나라2'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04.18 19:05

1분 소요
‘145% 관세’ 놓고 물러선 트럼프…“더 올리면 아무도 안 산다”

국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최대 145%, 125%에 달하는 고율의 상호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는 과도한 인상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관세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Oval Office)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시 주석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측 고위 당국자들이 여러 차례 접촉해 왔다”고 밝혔다.그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직접적 연락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피하면서도, “중국이 연락했다면 시 주석도 알고 있는 일”이라며 “그는 모든 것을 매우 단단하고, 영리하게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 무역 관세에 대해 “어느 수준 이상으로 가면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오히려 관세를 낮추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더 이상 관세를 올리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틱톡(TikTok) 미국 사업부 매각 문제에 대해서는 “딜은 있다. 다만 중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게 해결될 때까지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거래는 중국에도 좋은 딜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들과 성사된 계약”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과 관련한 중국의 동의 여부가 무역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이 틱톡 딜을 승인하면 관세도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앞서 미국 정부는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가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하지 않으면 해당 서비스를 미국 내에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025.04.18 18:30

2분 소요
일가족 5명 살해 이씨, '임대 협동조합' 분양사기 주요 피의자였다

부동산 일반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이모씨가 광주 협동조합형 아파트 분양사기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드러났다.18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민간임대주택 용역사 대표 이씨와 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장 A씨, 분양대행사 대표 B씨 등을 사기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다량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 중이다.대표 이씨는 지난 14일 오후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자택에서 80대 부모와 50대 아내, 10~20대 두 딸 등 가족 5명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지난 17일 구속됐다.그는 가족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잠든 사이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범행 후 이씨는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기고 지난 15일 새벽 승용차를 이용해 광주광역시 소재 빌라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검거됐다.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이씨는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던 중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빚을 지고 민사 소송까지 당하는 처지에 몰렸다"고 진술했다.또 "가족들에게 채무를 떠안게 할 수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씨가 분양한 해당 주택은 광주 동구 산수동에 343세대가 들어서는 10년 민간임대 아파트로, 이씨 등은 2023년부터 입주자를 모집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협동조합형 민간 임대주택은 추진위원회를 꾸려 발기인 5명 이상을 모집하고 부지 80% 이상의 사용 동의서를 확보하면 협동조합을 세울 수 있다.그러나 협동조합 설립 요건에 충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기인으로 돈을 지불한 계약자들은 명확한 반환 규정이 없어 계약을 해지해도 투자금을 돌려받기 어렵다.고소인들은 용역사, 창립준비위원회, 분양대행사 측에서 임대계약금으로 1인당 3000만원을 받은 뒤 환불 요구에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고소인들은 협동조합이 정식으로 설립되지 않았고, 건설부지 매입 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을 진행한 점을 들어 사기를 주장하고 있다.현재까지 피해를 본 계약자는 6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이씨와 A, B씨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2025.04.18 14:34

2분 소요
LCC 체질 개선 본격화…공통된 선택은 ‘B737-8’

항공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젊어지고 있다. 노후 항공기를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며 기단 현대화에 속도를 내면서다. 보잉 737-8 기종을 필두로한 LCC의 앞다툰 기단 현대화는 ▲연료 효율성 향상 ▲운항 안정성 강화 ▲탄소 배출 저감 등 지속 가능한 항공 운항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젊어지는 LCC17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B737-8 항공기 2대를 시작으로, 2027년 말까지 총 2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B737-800NG 기종을 대체하고, 중장거리 노선 확장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26년에는 A330-900 네오(neo) 5대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아울러 티웨이항공은 최근 보잉 737-8 항공기 예비 엔진인 ‘LEAP-1B27’을 추가로 도입하면서, 운항 안정성과 기체 가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LEAP-1B27 엔진은 미국 GE(General Electric)와 프랑스 사프란(Safran)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이 제작한 보잉 737-8 전용 터보팬 엔진이다. 이 엔진은 고효율·저소음·저탄소 배출 특성을 갖춰 차세대 항공기 운영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아울러 항공사 입장에서 예비 엔진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정비 이슈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정비나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별도의 리스 대기 없이 즉시 엔진을 교체할 수 있어 운항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이 보잉 737-8을 2027년까지 총 20대 규모로 확대 도입할 계획을 세운 만큼, 이번 예비 엔진 확보는 장기적인 기단 운영 계획에 있어 핵심적인 투자로 풀이된다. 신형 항공기의 도입뿐 아니라, 사후 유지·정비 체계까지 사전에 마련해 둠으로써, 운항 품질과 안전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제주항공은 공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 보잉과 B737-8 항공기 50대(확정 40대·옵션 10대) 구매 계약을 기반으로 기단 현대화에 나섰다. 현재 보유 중인 기령 20년 이상의 항공기를 교체하여 2030년까지 전체 항공기의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제주항공의 2030년까지 평균 기령을 5년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은 국내 LCC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로 평가된다. 특히 대규모 구매 계약을 통해 확보한 옵션 10대는 향후 수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기단을 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할 전망이다.기령이 낮은 항공기를 운영하는 것은 항공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최신 기체는 정비 주기가 길고, 예기치 못한 고장 확률도 적어 운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또국제 항공시장에서 강화되고 있는 탄소 배출 규제와 친환경 운항 기준을 만족시키는 데도 유리하다는 평가다.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0월 보잉 B737-8 항공기 12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7대, 2026년에 5대를 도입해 총 27대의 기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 중인 15대 항공기에 추가 도입을 통해 정시성 향상, 운항 안정성 강화, 고객 서비스 품질 제고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왜 ‘B737-8’일까탈바꿈 중인 LCC의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B737-8 기종이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까지 이들 LCC는 모두 B737-8 기종 도입을 통해 평균 기령을 낮추고 있다. 이들이 B737-8 기종을 도입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효율성과 운항능력 두 가지가 지목됐다.보잉737-8은 보잉이 차세대 주력기로 개발한 모델로, 기존 737NG(Next Generation) 대비 월등한 연료 절감 성능과 친환경 설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탑재된 LEAP-1B 엔진은 연비와 출력 효율을 모두 개선한 최신형이다. 여기에 연료 저항을 줄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윙렛’까지 더해져 운항 시 연료 소비를 최대 15%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좌석당 운항비용은 약 12% 절감할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기종이다환경 부담도 줄였다. 탄소배출량은 NG 시리즈보다 13% 가량 적으며, 최신 소음 저감 기술도 적용돼 국제 환경규제를 준수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러한 성능 향상은 LCC 업계가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질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안전성 또한 대폭 강화됐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은 구조적으로 보완됐다. 기존 단일 센서 기반에서 이중 센서 방식으로 변경돼, 비정상적인 받음각(AOA) 변화 시에도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교차 점검 후 작동하게끔 개선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자동 제어보다 조종사의 판단을 우선하도록 설정되면서, 조작 오류나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을 대폭 낮췄다.여기에 더해 보잉은 미 연방항공청(FAA)의 철저한 감독 아래 비행 제어 컴퓨터 전반에 걸쳐 기능을 개선했다. 극히 드문 예외상황까지 시뮬레이션에 포함해 신뢰도를 높였으며, 교차점검 기능을 통해 센서 오류 시 경고 신호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다수 탑재했다.이러한 개량을 거쳐 현재 B737-8은 세계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운항 승인을 받았으며, 유나이티드항공·아메리칸항공·싱가포르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 36곳이 해당 기종을 운용 중이다. 누적 비행시간은 89만 시간을 넘었으며, 정비 결함 등 기체 자체의 문제로 인한 출발 지연이 거의 없는 99.38%의 정시 출발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는 항공기 운영 안정성을 입증하는 대표 지표로, 국제 항공업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항공업계 관계자는 “737-8은 단순히 새 기체를 들여오는 차원을 넘어, 항공사의 체질을 개선하는 수단”이라며 “운항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고객 신뢰 회복과 장기적 수익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4.18 09:00

4분 소요
맥도날드 넘어섰다...日 정복한 맘스터치

유통

토종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K-외식 프랜차이즈의 미개척지로 평가받는 콧대 높은 일본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17일 맘스터치앤컴퍼니에 따르면 전날(16일) 오픈 1주년을 맞은 도쿄 1호 직영점 ‘시부야 맘스터치’가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 매장은 지난해 4월 일본 맥도날드가 39년 간 영업한 자리에 들어선 바 있다.시부야 맘스터치 매장 누적 방문객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7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년간 ‘시부야 맘스터치’를 이용한 고객의 수는 일본 K-팝 성지인 ‘도쿄돔’(수용인원 4만5600명 규모)을 15개 이상 채우고도 남는다.같은 기간 시부야 맘스터치 매장이 달성한 누적 매출 규모는 약 5억1000만엔(한화 약 50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지 1위 버거 프랜차이즈 사업자인 일본 맥도날드의 매장 연평균 매출의 약 2배, 로컬 브랜드 모스버거의 약 7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성과다.이같은 성공은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최고의 QSR경험을 제공한다’(Best price, Best quality)는 맘스터치 특유의 브랜드 가치가 일본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영향으로 풀이된다.실제 현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버거인 ‘치즈싸이버거’(단품 570엔, 세트 900엔)는 매장이 위치한 시부야 중심가의 평균 점심값(1000~1500엔)보다 약 10~30% 저렴하다. 그러면서도 압도적인 맛과 푸짐한 양을 갖춰 가성비를 중시하는 일본의 ‘코스파’(Cost+Performance) 트렌드를 저격했다.4차 한류 열풍이라 불릴 만큼 뜨거운 한류 인기에 맛있고 건강한 K-푸드 메시지를 강조한 신제품 출시 및 마케팅 전략도 한 몫 했다. 현지화 메뉴인 ‘치즈불고기버거’, ‘허니갈릭싸이버거’는 한식을 제대로 경험한 적 없는 일본인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인기 메뉴다. 한국식 양념치킨인 ‘맘스양념싸이순살’은 현지 치킨 메뉴 라인업 중 판매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지난 2월 시부야 매장 내 숍인숍 형태로 입점한 ‘맘스피자’도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론칭 초기임에도 하루 평균 50판 정도 꾸준히 판매되는 상황이다. 지난 3월 기준 시부야 맘스터치 매출의 10%를 담당하는 등 올해 신규 소비자 유입 및 매출 동력으로 일조할 것이 기대된다. 지난해 7월에 출시돼 국내에서도 ‘맘스피자’ 열풍을 견인한 ‘싸이피자’와 한국식 ‘불고기피자’는 일본 현지에서 피자 판매량 중 부동의 1, 2위를 기록 중이다.맘스터치는 ‘시부야 맘스터치’의 성공적인 운영 경험을 토대로 상반기에 직영 2호점인 ‘하라주쿠 맘스터치’를 브랜드 최대 규모인 약 300석, 550㎡ 규모로 오픈할 계획이다. 현재 신주쿠, 이케부쿠로와 같은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추가 출점할 직영점 부지도 물색하고 있다.직영점 뿐 아니라 현지 가맹사업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일본 법인 ‘맘스터치 도쿄’는 올해 초 일본 현지 기업과 첫 법인 가맹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연말까지 총 30개 가맹 계약을 목표로 하는 등 일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초에는 도쿄 내 유명 관광지인 오다이바 복합쇼핑몰에 가맹점 오픈을 확정했다.맘스터치 관계자는 “국내 버거 시장 내 후발주자로 시작해 가맹점을 빠르게 확장한 경험과 해외 시장 첫 직영점인 시부야 맘스터치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일본 외식 시장에 직영점과 가맹점을 동시에 출점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하며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지난 한 해 일본 고객에게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은 맘스터치는 이제 도쿄를 구심점 삼아 일본 전역으로 매장 출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일본 소비자들의 니즈와 취향에 맞춘 메뉴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등 고객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K-푸드 대표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5.04.17 18:00

3분 소요
한양증권 매각 안갯 속...KCGI,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

증권 일반

KCGI의 한양증권 인수 작업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국세청이 KCGI에 특별(비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6일 오후 2시 정례회의를 열고 KCGI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을 의결했다. KCGI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서 심사 중단 사유가 발생한 때문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금융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검찰 등의 조사나 검사가 진행 중이고 그 내용이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심사를 중단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KCGI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KCGI가 지난 1월 22일 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한 지 약 3개월 만에 절차에 제동이 걸렸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된다. 다만 심사가 전면 백지화된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중단된 심사에 대해 6개월마다 재개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하고 요건을 충족하면 심사를 재개한다. 해당 시점까지 국세청 제재 절차가 이뤄지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 심사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 절차가 길게는 1년 반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통상적인 세무조사 기간을 고려해 7월 전 무혐의 결론이 나고, 곧바로 KCGI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통과하더라도 3개월 이상 매각이 지연된다. KCGI 대신 새 주인을 찾게 된다면 절차가 더 지연될 공산이 크다. 심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한양학원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한양학원은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한양대학교병원도 의료 파업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으며 자금난에 시달리자 알짜 계열사인 한양증권 지분 매각을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왔다. 이후 KCGI는 지난해 9월 한양학원과 한양증권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지난 1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KCGI는 한양학원 등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29.59%(376만6973주)를 약 2204억원에 인수했다. KCGI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오는 6월까지 유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면 사실상 매각 절차가 전면 중단된다는 뜻"이라며 "이번 세무조사 이슈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매각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양증권 매각 지연이 이미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다올투자증권 대표로 내정됐던 임재택 현 한양증권 대표가 돌연 전격 잔류를 선택하면서 KCGI의 한양증권 인수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임 대표는 직접 입장문을 통해 "한양증권은 현재 뜻하지 않은 변수의 등장으로 인수‧합병(M&A)의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라며 "여러 변수와 현직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과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5.04.17 13:41

2분 소요
미중 통상 전쟁 불똥 K-배터리에도…中 기업과 합작 지연·취소 이어져

산업 일반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의 영향이 K-배터리에도 미치고 있다. 한국이 배터리 기업들이 추진하던 중국 기업과의 협업이 중단되거나 미뤄지고 있다. 2023년 8월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저장성 화유코발트 본사에서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 계약 체결식’을 열었다. 이후 중국 장쑤성 난징시, 저장성 취저우시에 각각 전처리 공장과 후처리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JV의 공장 건설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장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 내 사업은 순항 중이다. 미국 내 최초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인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은 절반 이상 완료됐고, 내년 중순에 시제품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CNGR이 함께 추진했던 이차전지 소재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2023년 6월 양사는 한국 포항에 황산니켈 및 전구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을 확보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손을 잡았다. 지난 2월 전기차 시장의 변화 및 배터리 소재 수요 둔화 등의 이유로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지난 2월 1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자회사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을 통해 CNGR과 추진하는 전구체 합작법인의 지분 취득도 1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중국의 GEM이 2023년에 추진했던 합작법인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 설립도 중단됐다. GEM은 배터리, 전자 폐기물 등 다양한 재료를 재활용해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2022년 11월 서울 종로구 SK서린 빌딩에서 인도네이사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2024년까지 새만금 국가사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중단 이유는 여러 변수로 인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LG화학이 중국의 화유그룹 산하 기업 유산과 매년 5만t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을 모로코에 건설하고 양산하기로 했던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K-배터리 업계가 중국과 손잡고 진행했던 대형 프로젝트가 연달아 중단 혹은 연기되는 이유가 있다. 2023년 12월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외국 우려 실체’(FEOC)에 대한 규칙을 발표한 바 있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FEOC가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의 생산·가공·재활용에 관여하면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FEOC는 중국·러시아·이란 등의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지난 3월에는 미국 하원이 국토안보부의 중국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배터리 조달을 금지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에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K-배터리 기업이 중국과 손잡고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트럼프 발 관세 정책과 더불어 미중 통상 갈등이 K-배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배터리 소재산업 분야인 핵심 광물 자원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24년 11월 산업연구원이 펴낸 ‘전략경쟁시대 중국 신산업정책의 시사점’ 연구보고서에서 이차전지 산업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해 “이차전지 소재산업 분야인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 마련이 중요하며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2025.04.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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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테이지, ‘AI로 여는 일의 미래’ 전략 발표…“글로벌 AI 업무 표준 주도할 것”

스타트업

인공지능(AI)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16일 업무용 인공지능을 통해 글로벌 AI 업무 표준을 주도할 것이라고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미디어 데이’에는 김성훈 대표,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 권순일 사업총괄 부사장, 최홍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부사장, 마츠시타 히로유키 일본 법인장 등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2025년은 AI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하는 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산업 전반의 업무 방식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은 사람이 하고 있다”면서 “국내 약 2900만 경제활동인구의 업무생산성이 단 1%만 향상돼도 연간 약 14조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산업계의 AI 자동화 도입은 생산성 향상과 산업 및 국가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는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업스테이지는 이를 위한 핵심전략으로 ▲AI 기반 광학문자인식(OCR) 문서 처리 기술 ‘다큐먼트 파스(DP)’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통해 각 산업별 AI 전환을 가속화하여 업무 프로세스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 업스테이지가 문서 처리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비정형화 되어 있는 문서 데이터를 사전 처리하지 못하면 결과물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문서 처리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테이블 안에 테이블이 있는 문서를 LLM이 해석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다큐먼트 파스인 셈이다. 서류 문서 해석의 정확성이 필수인 금융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 대표는 “OCR부터 LLM까지 풀스택 AI 모델을 모두 자체 개발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업스테이지는 어떤 형태의 문서도 AI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는 DP와 자체 사전학습을 통해 개발한 솔라를 앞세워 국내 AI 업무 표준을 정립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업스테이지는 범용 모델이 아닌 산업별 특화 소형언어모델(SLM)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가트너는 ‘2027년이면 SLM 사용량이 LLM보다 3배가 넘는다’고 발표했다. 업스테이직 특화 소형언어모델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화 소형언어모델은 모바일이나 IoT 기기 등 리소스가 제한된 환경에서도 고성능 AI 모델을 적용 가능할 수 있게 한다. 업스테이지가 16일 공개한 ‘솔라 프로 1.3’ 버전은 국내 개발 모델 중 벤치마크 성능이 가장 높다. 또한 6월에는 ▲기존 220억(22B) 매개변수에서 330억 사이즈로 확장한 ‘솔라 프로 1.5’ 버전과 ▲오픈AI ‘o 시리즈’, 딥시크 R1에 필적하는 ‘생각 사슬(CoT)’을 구현한 첫 추론 모델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업스테이지는 이날 멀티 모달 개발 계획도 발표했다. OCR와 LLM을 통합하는 것이다. 6월 공개 예정인 ‘Solar DocVLLM’은 ‘비전언어모델’(VLM)은 DP와 솔라를 결합하게 된다. 정보 요약·질의응답·보고서 작성 등 문서 기반의 다양한 LLM 작업을 단일 모델로 실행해준다. 업스테이지 측에 따르면 테스트 결과 메타의 ‘라마 4 스카우트’,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보다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 적용 사례도 이어 소개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솔라 로앤컴퍼니 등과 협업해 관련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250여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한, 한국에서 쌓은 AI 업무 표준을 글로벌로 확산하기 위한 해외 진출 전략도 발표했다. 최근 업스테이지는 KT와 함께 태국 IT 전문 기업 자스민 테크놀로지 솔루션(JTS)에 태국어 특화 LLM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최초의 성과로 작업을 하는 데 8개월 정도 걸렸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로 해외 소버린 AI 사업 사례를 남겼다. 글로벌 시장에서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동남아 AI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아울러, 지난해 미국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일본 법인을 추가 설립하고 현지 기업과 합작해 일본어 특화 LLM을 개발하는 등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츠시타 히로유키 일본 법인장은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은 일본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일본 AI 솔루션 시장은 2030년 1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업스테이지의 문서 처리 기술과 소형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마지막으로 생태계 확장을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최근 AWS와 함께 ‘AI 이니셔티브’를 출범해 공익적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초·중·고 및 대학교 그리고 대학병원 등에 업스테이지의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국내외 유수 대학들과 해커톤 개최 및 공동 연구를 통해 AI 인재 양성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김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더 나은 ‘일의 미래’를 만드는 기술”이라며, “한국에서 검증된 AI 업무 표준을 글로벌 시장에 확산하고, AI가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04.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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