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급안'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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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진단②] ‘선별→보편→선별’…소모 논쟁 ‘도돌이표’](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8/06/ecne14fde4f-17ff-4f09-af5a-1fc78623b0a8.353x220.0.jpg)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일명 재난지원금의 대상과 범위가 정해졌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최대 쟁점이었던 재난지원금은 6000억원 증액돼 총 11조원(국비 8조6000억원, 지방비 2조4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가 주장했던 하위 80%는 유지하면서 사각지대 논란이 일었던 맞벌이·1인 가구 선정 기준을 완화해 178만 가구가 추가 확대됐다. 재난지원금 수혜 대상 가구 수는 총 2034만 가구다. ━ 국회 논쟁 청와대 회동 거치면 '전 국민 지원'으로 바뀌어 지난 6월 2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추경안 당정 협의를 통해 예산안을 편성했다. 이 자리에서 5차 재난지원금에 해당하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을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이 요구했던 전 국민 지급안에서 일부 후퇴했지만, 가구당 대신 개인별로 지급하자는 당의 제안이 수용된 것이다. 7월 2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했다. 이후 상황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7월 7일 열린 여당 정책 의원총회에서 찬반 토론에 나선 12명 의원 중 다수 의원이 전 국민 지급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전 국민 지급을 압박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었다. 7월 11일 당·정·청 협의를 거쳐 이틀 후인 13일,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여전히 소득 기준 하위 80%에게 주자는 방안을 고수했다. 청와대는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며 당정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가 한발 물러서 있었지만 ‘전 국민 지급’에 명확한 반대 의사는 없었다. 지난 2월 문 대통령은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던 터다.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전 국민 지급 반대에) 분명한 시그널이 있었다면 민주당이 그토록 강하게 정부를 압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정 당국의 저항이 거세자 민주당 내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결국 추경안 본회의 상정 직전에서야 국민 하위 88%로 절충점을 찾게 됐다. 이 같은 논란은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2차 추경 당시 소득 하위 70% 이하 1478만 가구에 40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당정 협의를 거친 사안이었다. 하지만 국회로 넘어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전원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전 국민 지급’ 입장을 밝힌 것이다. 거칠게 몰아붙인 여당은 결국 100% 지급을 끌어냈다. 지난 2월에도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병행 지급을 놓고도 당정은 충돌했다. 재정 당국이 반기를 들자 이낙연 당시 당 대표자가 홍 부총리에게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려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차례 추경을 진행했다. 올해만 벌써 2번째다. 올 하반기에 또다시 추경을 추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 국민 지급’과 ‘선별 지급’이라는 소모적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 아동수당 지급에 통신비 지원까지…선 긋기 논란 재현 ‘지급대상 선 긋기’는 매년 되풀이되는 논란이다. 대표적인 것이 연령별 차별 논란을 일으킨 ‘통신비 2만원 지원’이었다. 지난해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 당시 정부는 35~49세를 제외하고 17~34세와 50세 이상에게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다. 예산은 약 930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만 13세 이상 통신비 2만원 일괄 지원을 직접 건의해 대상을 확대했다. 문 대통령도 “정부의 방역 조치에 협력해 다수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를 일률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며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인당 고작 2만원 지원을 위해 1조원 가까운 돈을 쓰는 것이 합당하냐는 여론의 비판에 재원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야당의 반대로 지원 범위를 만 16~34세 및 만 65세 이상으로 축소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당시 들어간 예산만 5206억원이었다. ‘아동수당’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아동수당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 중 하나였다. 당초 정부는 부모 소득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2017년 국회는 경제적 수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90% 이하에만 지급하는 ‘선별수당’으로 바꿔 아동수당법을 제정했다.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770억원에서 115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 재난지원금 선별지원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약 4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인건비로만 약 17억원이다. 민원상담 인력과 이들의 임금과 수당(11억1600만원), 4대 보험금(1억2100만원), 사무기기 임대(9800만원), 사전교육·인력 채용비(3억7200만원) 등이다. 건보료 조회를 위한 전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도 약 25억원이다. 건보공단의 보험료 조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버를 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88% 재난지원금’ 지급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불거진 코로나19 예방 접종 사전 예약시스템 먹통 논란에 비춰보면 2034만 가구가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 장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소모적 논쟁 막으려면 소득·자산 파악 인프라 구축해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차례 추경을 진행했다. 올해에만 벌써 2번째다. 올 하반기에 또다시 추경을 추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 국민 지급’과 ‘선별 지급’이라는 소모적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선별지급은 사회적 갈등에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고, 보편지원은 국가재정의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소득구간에 따라 지급액에 차등을 두는 절충적인 방식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재난지원금의 경우 연 소득7만5000만(부부합산 15만) 달러 이하인 개인에게는 1인당 1200달러씩 지급했으나, 연 소득 7만5000달러 초과 시 초과소득 100달러당 지급액을 5달러씩 차감하여 연 소득 9만9000달러(부부합산 19만8000달러) 이상부터는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소득·자산 구간설정 기준과 이에 따른 소득·자산 파악 인프라 완비에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차 추경안을 분석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급 대상)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은 정부가 맞춤형 복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득·자산 구간설정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 및 이에 따른 소득·자산 파악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프라 미비로 인해 반복적으로 지원 대상 설계에 대한 합리성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프라 정비 없이는 소모적 논쟁 속에 국민의 피로감만 가중될 전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8.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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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19일 소상공인 피해지원 규모 확대에 의견을 맞댔다. 개인 당 희망회복자금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이는 당초 정부 측이 제시했던 900만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피해 지원을 위한 희망회복자금 전체 대상자 약 113만명 중 80%인 90만명가량이 8월 17일부터 1차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고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희망회복자금의 지원단가를 역대 재난지원금 중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고 전했다. 희망회복자금 1차 지원 대상인 약 90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약 23만명은 8월 말까지 지급이 완료될 계획이다. 개인 당 희망회복자금 지급 수준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시 방안인 최대 3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는 최대 지원금에 900만원을 제시했었다. 당정은 또 손실보상과 관련해선 법 시행일인 10월 8일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열어 보상금 지급까지의 소요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방역 단계 격상을 반영해 이번 추가경정예산은 물론 내년 예산 등으로 맞춤형 보상을 추진키로 했다. 희망회복자금(2조9300억원)과 손실보상액(6200억원)을 각각 증액해 이를 합치면 전체 증액 규모는 3조5500억원이 될 것으로 국회는 추정했다. 구체적인 예산 증액 규모에 대해선 고 수석 대변인은 "예결위 심사에서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추경 규모와 부문별 금액은 더 논의해야겠지만, 더 늘어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가 금번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여야 할 것 없이 소상공인과 자영업 지원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희망회복자금은 지급 단가를 상향하고 경영위기업종 구간을 세분화하는 등 더욱 두터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정 간 이견이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논의는 이날 진행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여부와 맞물린 '신용카드 캐시백', 국채 상환 여부 문제도 협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정부는 소득 하위 80% 가구 지급안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전 국민 지원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소상공인 지원 예산 증액과 함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추진될 경우 현재 약 33조원 규모의 추경안에 추가 증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 수석대변인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현재 방식대로 한다면 약 1000만명의 국민이 제외되는데 소득 수준 분리에 따른 행정 비용, 지급 공정성 문제 등 여러 기회 비용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07.19 11:25
2분 소요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의 견해차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소득 하위 70% 가구 지급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기재부는 신용카드 캐시백 지원을 절충안 카드로 꺼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종일관 보편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터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 ‘지난해처럼 후퇴는 없다’ 지원 대상 역제안한 정부 지난 20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민생과 경제회복의 방점이 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구체적인 안을 6월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내수 진작과 경기부양을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가 해외 유사 사례보다 1.8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경기 부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재부는 고소득자를 제외하는 안을 강하게 밀고 있다. 재정 건전성을 위한 마지노선을 지키려는 의도다. 정부는 2차 추경과 관련해 여당에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 지급 ▶전 국민 대상 신용카드 캐시백 제공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지원금은 보편이 아닌 선별 지급하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신용카드 캐시백 혜택은 모두에게 제공하자는 구상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검토 중인 소득 하위 70% 이하는 중위 소득 150% 이하와 소득 분포상 일치한다. 우리나라 전체 2100만 가구 중 1400만 가구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정한 2021년 기준 중위 소득은 ▶1인 가구 월 182만원 ▶2인 가구 월 308만원 ▶3인 가구 월 398만원 ▶4인 가구 월 487만원 등이다. 이를 토대로 한 중위 소득 150%는 ▶1인 가구 월 274만원 ▶2인 가구 463만원 ▶3인 가구 598만원 ▶4인 가구 731만원 ▶5인 가구 864만원 ▶6인 가구 994만원이다. 가구 소득이 이보다 적어야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 2분기 신용카드 평균 사용액을 기준으로 3분기에 카드를 더 쓰면 약 10%를 신용카드 포인트로 돌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의견 차이가 있다. 여당은 캐시백 한도를 1인당 최대 50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정부는 ‘1인당 최대 30만원’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소비 여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용카드 캐시백은 소득 상위 30%에 더 혜택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에 혜택이 쏠리지 않도록 캐시백 한도를 설정하자는 데엔 당·정 간 이견이 없지만 한도를 높여 지원 효과를 키울지, 보다 낮춰 재정여건을 챙길지 등을 두고 입장차가 생기고 있다. ━ 쉽지 않은 고액자산가 선별 작업 정부의 선별 지급 안이 관철되더라도 지급 대상을 구분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중위 소득 150%’ 기준은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기재부가 전 국민 지급을 반대하며 꺼냈던 카드다. 하지만 중위 소득 역시 보유 재산을 모두 다루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중위 소득은 경상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경상소득은 용돈·복권 당첨금같이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비경상소득을 제외한 모든 소득이다. 국세청에 신고하는 종합소득에서 기타소득을 제외한 개념과 유사하다. 경상소득에 부동산 임대수익은 포함되지만, 재산인 부동산 자체는 담아내지 못한다. 지난해 4월 1차 재난지원금 논의 당시 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를 지원한다며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더라도, 고액의 자산을 보유한 경우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 9억원 이상,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 금융소득 2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지급 대상에서 빼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재산세 과표 금액 9억원은 공시가 약 15억원, 시세 20억~22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며 보편 지급을 압박하자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금 ‘기부’를 독려하는 선에서 전 국민 지급으로 선회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소득 하위 70%’와 ‘고소득자’ 선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위 소득 150% 이하와 고액자산가를 구분한다고 해도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1원 차이로 소득 하위 70%에 포함되지 않는 가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금 더 내는 상위 소득자도 국민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70%로 제한하면 그보다 10원 더 버는 70.01% 해당자는 배제돼 소득 역진이 발생하고, 옆집보다 10원 더 번다고 지원배제를 쉽게 수용할 국민은 없다”고 전 국민 지급을 다시 강조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 “적선하거나 하늘에서 떨어진 돈 나누는 것이라면 하위소득자 선별지원이 맞겠지만, 상위소득자가 더 많이 낸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인데 세금 더 낸 사람 배제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이중차별”이라며 “특히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우리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서는 합리적 이유 없는 국민차별은 극히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기 고려해 ‘전 국민 지급’ 후퇴 가능성 당내에서는 전 국민 지급 의견이 우세하지만 당 지도부는 기재부가 완강히 반대하는 만큼 ‘플랜B’ 차원에서 고소득층 일부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70% 지급안’을 거부하되 지원금 제외 대상을 소득 최상위층 10~20%까지만 묶는 방안이다. 일단 민주당은 오늘 22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상임위 차원의 추경 논의에 들어간다. 이날 회의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참석한다. 민주당은 상임위 논의를 거친 뒤 당정 협의 단계에서 정부를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1.06.22 07:00
4분 소요![[美·英에서 신자유주의 기조 저무나] 힐러리·메이, 온정적 보수주의 내세워](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2949993309_7wsDilCV_01.353x220.0.jpg)
미국과 영국에서 신자유주의가 저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소외받은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면서다. 영국과 미국은 세계화와 규제 완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영국은 수치상으로는 유럽 경제의 모범국가였으며, 미국은 최근 들어 뚜렷한 경기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상의 호황과는 무관하게 그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부작용을 직접 겪고 있는 노동자 계층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이 표출되면서 국가가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메이 영국 총리 “모두를 위한 영국”: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간단히 부결될 줄 알았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소외층의 열렬한 투표 참가로 가결돼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대세로 여겨졌던 힐러리 클린턴이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시종 고전하다가 막판에 신승을 거뒀다. 막말을 일삼으며 이민 반대를 부르짖던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정치권이 기층 민중의 저항에 맥을 추지 못한 셈이다.지난 7월13일 영국 총리에 취임한 테리사 메이의 취임 일성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메이는 총리로 확정된 직후 “특혜받는 소수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영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메이 정권의 국정목표다.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을 봉합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국민의 뜻을 받들면서도 EU와의 결별 협상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끌어야 하는 임무보다 분열된 나라를 봉합하고 통합하는 게 국정 지도자로서 더 큰 임무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영국 집권당인 보수당 대표이기도 한 메이 총리는 “보수당은 완전히, 전적으로 노동자들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득권층을 대변한다고 여겨졌던 보수당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나 다름없다. 그는 이어서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와 소비자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원 보수 지급안에 대한 주주의 표결에 구속력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을 위하겠다’ ‘노동자 편에 서겠다’는 대중정당이면 이념과 무관하게 레토릭으로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와 소비자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대기업 임원 급여까지 거론한 것은 대사건이다.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한 셈이다. 보수당이 ‘좌클릭’을 하겠다며 만천하에 약속한 셈이다.“소외계층 챙기자” 21세기 자본주의의 대선회: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가 30여 년 전 같은 보수당 소속으로 영국의 첫 여성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가 깃발을 세운 신자유주의에 급제동을 건 모양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를 풍미한 이데올로기다. 당시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총리가 된 대처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다. 신자유주의는 작은 정부와 민영화, 탈(脫)규제와 긴축, 부자 감세 등 경쟁을 자극하는 개방적 자유주의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었다. 신자유주의는 개방과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활성화했으며 성장과 빈곤 탈출을 이루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빈부격차를 가속화해 양극화 시대로 이르게 했다는 비판도 따른다. 승자독식의 경쟁 논리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미국 대선 경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의 부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지지한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이를 우려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국경 없는 시대의 무한경쟁에서 낙오한 저학력,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투표를 통해 소외감과 사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삶에 대한 좌절감을 표출한다.미국도 영국 못지 않게 신자유주의의 퇴조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유력 대선주자인 클린턴이 ‘포용적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점은 클린턴이 경쟁자였던 샌더스의 ‘극단적인’ 공약을 80% 가까이 대거 흡수했다는 사실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연방 최저임금을 점차 15달러로 올린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공립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 등이다. 클린터의 ‘좌클릭’이다. 클린턴이 좌향좌 행보를 하자 샌더스는 클린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양대 본산이었던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중요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소외계층을 챙기는 방향으로 자본주의의 길을 선회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인 ‘한 나라 보수주의’의 재등장: 영국의 메이 총리는 이른바 ‘보수당 민주주의(Tory democracy)’를 신봉하는 정치인으로 통한다. 보수당 민주주의는 ‘한 나라 보수주의(Onenation conservatism)’라고도 부른다. 영국 보수당의 한 축을 형성하는 분파로 온정적이고 유연하며 실용과 소통, 통합을 중시한다. 정치·철학적으로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 따라서 모든 계층이 고르게 잘 살아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운다. 당연히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크다. 국민 통합에도 적극적이다.‘한 나라 보수주의’라는 말은 19세기 말 영국 보수당의 유명 정치인이자 작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991)가 고안했다. 보수당의 입인 대변인을 하다가 총리에까지 오른 인물로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는 1867년 노동자와 농민에게도 선거권을 주는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다. 이듬해 총리에 오른 후 1880년 물러날 때까지 가난한 도시 지역의 공중위생과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힘썼다. 이런 디즈레일리는 사회 분열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노동자 계층의 마음을 사기 위해 ‘한 나라 보수주의’라는 용어를 개발했다. 이 용어는 100년이 넘게 영국 정계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한 나라 보수주의’는 사회가 유기적으로 존재하고 발전해 나간다고 여긴다. 이에 따라 사회의 구성원들은 서로 다른 사람을 챙길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상류층이 그 아래 계층 사람들을 온정주의 입장에서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정치인은 가난하고 힘들어 하며 고통 받는 사람들을 모른 척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부자들의 기부, 영국은 정부 정책으로 이를 추진해왔다.전시 아닌 평화 시엔 국민통합이 국정 핵심: ‘한 나라 보수주의’는 영국 역사에서 쇠퇴했다가 부활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과 보수당은 디즈레일리 이후 19세기 말부터 다시 자유무역 선호로 돌아섰다. 유럽 대륙에서 후발 산업국가들이 도전해왔다는 시대적 흐름이 이유였다. 1871년 통일을 이룬 독일이 대표적이었다. 독일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산업과 국력, 군사력의 지표인 철강 생산량에서 영국을 추월했다. 당시 영국 외교부는 독일에서 성장해 정세 판단에 능하다는 외교관 아이어 크로(1864~1925)에게 대륙 정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크로는 ‘프랑스와 독일과의 관계에 대한 현황 메모’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독일은 국력을 계속 키워 대영제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해올 것’이라는 내용의 이 보고서는 ‘크로 메모’라는 이름으로 외교사에 기록된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영국은 독일과 대결 국면을 지속했으며 이는 결국 제1차 세계대전 발발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영국은 자유무역과 사회적 경쟁을 강화하게 됐다. 이 시기 영국과 보수당은 온정주의와도 거리가 멀어졌다. 경쟁과 경제적 효율만 강조했다. 이 때문에 노동자 계층의 불만이 고조돼 상당수가 보수당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인 극단주의 세력이 독버섯처럼 자라기 시작했다. 이를 우려한 영국과 보수당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기에 새롭게 ‘한 나라 보수주의’의 기치를 내걸었다.이런 기조는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계속됐다. 영국 보수당은 윈스턴 처칠 총리가 전시연합 내각을 이끌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종전일인 1945년 5월8일에서 불과 두 달 후인 7월5일 벌어진 총선에서 충격적인 대패를 했다. 총선 전 의석은 보수당이 47.8%인 386석, 노동당이 38%인 154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총선 결과 노동당은 239석이 늘어난 393석을, 보수당은 190석이 줄어든 197석을 각각 차지했다. 득표 수에서도 노동당은 47.7%인 1196만77576표를, 보수당은 36.2%인 871만6211표를 각각 득표했다. 독일 포츠담에서 승전국인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과 전후 처리 방안을 논의하던 처칠은 비행기로 도착한 신임 애틀리 총리에게 회담 대표 자리를 내주고 황망히 귀국해야 했다. 노동당 대표 애틀리는 대일본전에서 승리할 때까지 전시연합 내각을 구성하자는 처칠의 제안을 뿌리쳤다. 좌클릭의 시대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후에 대한 합의(Post-war consensus)’라는 시대정신이 작용했다. 전쟁은 수많은 국민을 위험한 전쟁터와 고된 군수공장으로 몰았다. 국민은 국가와 정부, 정권으로부터 전후 사회는 전전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는 일종의 약속을 받았다.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의 장점을 합친 일종의 혼합경제, 케인즈주의, 확대된 복지국가모델이 그것이다. 여기에 비록 풍족하진 않았지만 정부가 대부분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통제하면서 국민에게 배급해준 ‘전시 배급제’의 경험도 국민에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2차 대전 중 국민 고무시킨 베버리지 보고서: 이 중 확대된 복지모델은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12월 발간된 베버리지위원회가 제출한 ‘베버리지 보고서’가 바탕이 됐다. 여야가 손잡고 전시연합 내각을 구성해온 나라가 전쟁에 전력투구하던 전시에 ‘보다 나은, 그리고 모두가 잘 사는 전후 영국’을 구상하는 작업에 힘을 쏟은 것이다. 이를 통해 전쟁터와 군수공장에서 고생하던 국민에게 전쟁 승리를 넘어선 미래에 대한,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베버리지위원회는 1941년 6월에 구성돼 실업 보험 전문가인 윌리엄 베버리지가 위원장을 맡은 ‘사회보험 및 관련 사업에 관한 각 부처의 연락위원회’를 가리킨다. 베버리지 보고서는 바로 이 위원회 활동의 최종 결과물로 포괄적인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위원회는 사회보장 전문가인 베버리지가 위원장을 맡았지만 전시연합 내각의 고위 관료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힘이 실렸다.베버리지 보고서는 영국이 복지국가로 향하는 신호탄 역할을 했다. 적용 시기는 종전 이후로 잡혔다. 원래 베버리지위원회는 영국노동조합총연맹(TCU)의 건의에 따라 구성됐다. 전쟁 기간 중 전시연립정부에서 전후 사회재건 구상을 맡고 있던 아서 그린우드 무임소장관에게 전쟁 중 군인들과 시민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기존 국민보험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베버리지 보고서는 정부가 복지국가로 가면서 당파적 이해관계에 매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국가 재건을 위해 결핍·질병·무지·불결·나태의 5대 악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보장보험에서 개인은 국가가 보장하는 최저 수준 이상을 자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사회보장은 이러한 자발적 활동의 여지를 남겨두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와 개인의 역할분담 등을 강조한 것으로 오늘날에도 유효하다.재정지출 늘리는 케인즈 경제학 적용: 영국의 전후 온정주의적인 사회 구상에는 케인즈 경제학이 기본적으로 적용됐다. 이는 20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혼합경제를 추구한다. 케인즈 경제학은 시장과 민간 부문이 국가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고 주장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케인즈 경제학이 각광받은 이유는 지나친 방임주의의 실패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이 새롭게 온정주의를 걸고 나온 지금 새롭게 주목받는 경제 이론이다. 원래 케인즈는 1930년대의 높은 실업률과 디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정부가 정부의 지출을 늘리는 등 정책적으로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 많은 돈을 풀어 시민들의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면 경제가 정상 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케인즈의 주장이다. 이를 소비 측면 경제학으로 부른다. 기존의 공급 측면 경제학에 반대되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케인즈는 재정정책을 선호해 통화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통화주의자들과 차이를 보인다.신자유주의 궤도수정, 모두가 잘 사는 나라로: 대서양 양안의 영어 사용 국가인 영국과 미국에서 이뤄지는 이른 극적인 변화는 앞으로 전 세계 경제와 사회정책의 흐름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해고와 감원을 자유롭게 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 자유방임경제, 작은 정부, 자유시장경제의 중시, 규제 완화, 자유무역협정(FTA) 중시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이 두 나라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한국도 여러모로 준비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부작용이 한국에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혁신에 나설 미국과 영국 못지 않게 한국의 경제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2012년 기준으로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17.9%)과 영국(12.7%)에 이어 한국(12.2%)이 3위에 올랐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45%(2013년)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청년실업으로 젊은층의 사회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국민을 통합하고 하나로 가기 위한 한국판 ‘한 나라 민주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도도한 글로벌 흐름이기도 하다.
2016.07.17 16:59
9분 소요▶1948년 生·대전고·연세대 수학과·삼성화재 상무·서울보증보험 사장·LG카드 사장(2004년 3월~) 서울보증보험에 이어 LG카드를 보란듯이 되살려낸 박해춘 사장. 그는 자신에게 운이 따랐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도 실력이 있어야 잡는 것”이 아닐까. 비자인터내셔널은 금융회사들을 회원으로 한 협회 형태의 비영리법인이다. 박해춘(58) LG카드 사장은 지난 6월 한국인으로는 처음 비자인터내셔널 이사에 선임됐다. 비자인터내셔널 이사회는 전 세계 약 2만1,000개 회원사 CEO 가운데 22명만으로 구성된다. 박 사장은 “영어를 잘 못한다며 고사했지만, 비자인터내셔널 측에서 ‘막대한 부실을 단기간에 걷어내고 정상화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요청해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이사 선임은 그의 개인적인 영예이자 LG카드로서는 국제적인 위상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LG카드는 누구도 자신있게 희망을 걸지 못하던 위기의 금융회사였다.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떠올리던 박 사장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채권단과 주주·고객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외로웠다”고 말했다. 2004년은 LG카드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한 해였다. 그 해 1월 6일 범금융회사 신년하례회가 열린 서울 명동 은행회관.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LG카드와 관련해 “눈 앞의 자기 몫에 집착하지 말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하례회에 참석한 박 사장은 “누가 부총리고 누가 행장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고 그날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런 갈등이 빚어질 정도로 LG카드의 미래에 대해 다들 비관적이었다”며 “내 생각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며칠 뒤 박 사장은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에게서 LG카드 사장 자리를 제안받는다. 다른 채권 은행장들과 함께 여러 사람을 검토한 결과 박 사장이 LG카드를 회생시킬 적임자라는 것이었다. 파산상태였던 서울보증보험을 살려낸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달라는 것이었다. 박 사장은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LG카드가 어렵겠다고 봤기 때문에 완강하게 버텼다”고 털어놓았다. 거듭 고사하던 박 사장은 이헌재 부총리의 설득에 결국 3월에 LG카드를 맡게 된다. LG카드는 직전 회계연도에 5조5,988억원의 손실을 입은 데다 연체율은 무려 33%에 이르렀다. 다른 카드회사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도 채무 만기연장이 여의치 않았다. 가맹점 300만 개 중에 약 1만7,000곳이 떨어져 나갔다. ‘여기서 실패하면 서울보증보험을 회생시킨 지난 5년여간의 성과도 함께 무너진다.’ 박 사장은 이런 마음으로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서울보증보험 때보다 더 긴장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노심초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박 사장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7시 출근’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토요일 격주휴무를 반납하고 근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절실했다. 그는 취임 직후 노조 간부들을 만나 자신의 자리를 걸고 담판을 지었다. LG카드 황원섭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어려운 시기에 취임한 박 사장을 환영했고, 위기를 타개하려면 경영진과의 합심단결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고 들려줬다. 하루가 다르게 손실이 불어나고 있었다. 부실의 원인을 파악해 재빨리 처방을 내리고 적용해야 했다. 그는 “업무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보고받는 즉시 결정을 내렸다. 요즘도 그의 집무실 책상에는 결재 서류가 하나도 없다. 박 사장은 부실의 원인을 파악해 하나하나 메워나갔다. 부실을 막은 조치 중 하나가 실시간 현금융통 검색 시스템을 2004년 4월부터 본격 가동한 것이다. 속칭 ‘카드깡’이라고 불리는 현금융통은 대부분 부실로 연결된다. 이 시스템을 통해 LG카드는 2004년에 3,012억원의 부실을 막았다. 2005년엔 1,775억원의 부실을 예방했다. LG카드는 박 사장 취임 6개월 만인 9월에 17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선순환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박 사장은 신용카드업을 두고 “덩어리돈을 싸게 빌려서 잘게 쪼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흑자전환 후 덩어리돈을 조달하는 비용이 줄어들었다. 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이면서 연체율도 점점 떨어졌다. 2005년 들어서 매달 순이익 규모가 커졌고, 3월에는 1,200억원을 거뒀다. 그러자 LG카드를 보는 눈들이 달라졌다. 채권단은 이자를 깎아줬고, 다른 은행들도 서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나섰다. 부실을 걷어내는 데만 치중해서는 흑자전환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익을 키울 수는 없다는 게 박 사장의 판단이었다. LG카드는 동시에 더 편리한 서비스와 큰 부가가치를 제공하며 우량 고객을 늘려나가는 데도 힘썼다. 지난해 초 24일이었던 카드 발급기간을 점차 단축해 지난해 말 7일로 줄였다. 콜센터 서비스를 향상해 지난 8월 한국능률협회에서 카드회사 중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박 사장 취임 당시 1,320명이던 플래티늄카드 회원 수는 약 78만 명으로 불어났다. 공공카드란 새로운 시장도 개척했다. 지난해 2월 숙명여대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구비카드 발급 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제주시에 보조금집행 전용카드를 발급했고, 대한적십자사와도 제휴했다. 박 사장은 “LG카드가 공공카드 시장의 98%를 석권했다”고 밝혔다. ‘천만인의 카드’란 LG카드 광고 문구는 박 사장의 아이디어다. 박 사장은 “다른 회사는 회원 수가 감소하는데 우리만 늘어서 1,000만 명이 넘었다”며 “많이 쓰는 카드는 뭔가 좋은 점이 있다는 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광고”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LG카드는 다른 업체들을 압도하는 실적을 과시했다. 2조7,297억원의 영업수익(매출)과 1조3,6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성적표가 좋다. 3분기까지 매출 2조447억원, 순이익은 9,492억원이었다. 자연히 ‘몸값’이 뛰었다. 2004년 말 1만5,85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해 말 5만500원으로, 지난 9월 말에는 6만200원으로 상승했다. 2004년 말 마이너스 5,697억원이었던 순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1조8,000억원으로, 지난 9월 말에는 2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8월 16일 LG카드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신한금융지주는 11월 초 실사를 마치고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과 최종 인수가격을 협상 중이다. 14개 채권 금융회사들이 출자전환한 금액은 약 4조원. 신한금융지주가 인수가로 제시한 주당 6만8,000원대를 기준으로 할 때 채권단은 주당 3만2,000원, 모두 3조2,000억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경영 정상화에 이은 뛰어난 실적의 요인으로 박 사장은 “정부의 위기 대응, 채권단의 출자전환, 한 덩어리가 된 CEO와 임직원의 노력”을 들었다.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은 “박 사장이 부도위기에 처한 금융회사의 ‘구원투수’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유 회장은 “박 사장에겐 강력한 추진력으로 조직을 분발하게 하면서 동시에 구성원들을 챙기는 리더십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돈을 빌려 매입한 우리사주가 휴지조각이 되면서 LG카드 직원의 98%가 손실을 입게 됐는데 이를 보전해준다는 취지였다.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이 반대했지만 그는 자신의 연봉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특별상여금 지급안을 관철했다. 박 사장은 한국개인신용(KCB) 출범을 또 하나의 보람으로 꼽았다. “신용카드 부실은 길거리 발급이라는 현상적인 원인 탓이 아니라 개인의 신용정보가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인 신용정보를 제공하는 크레딧 뷰로(CB)를 만들어야만 문제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는 취임한 지 한 달 뒤부터 CB 설립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금융계에서는 “당장 LG카드 손실을 막는 게 중요하지 무슨…”이라며 쑥덕거렸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LG카드 등 19개 금융회사와 한국기업평가가 출자해 지난해 2월에 설립한 KCB는 올해 2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LG카드가 신한은행에 인수된 뒤의 거취에 대해 그는 “요즘 마무리를 잘 짓기 위해 이전보다 더 긴장해서 일한다”며 “내 거취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되돌아보면 자신에게 “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 금융회사를 살린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구조조정과 위기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운도 실력이 있어야 잡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2006.12.13 14:59
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