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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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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규제가 불러온 변화, 리모델링·ESG 바람 거세다

건설

2021년은 건설업계가 각종 규제이슈에 따른 대안 마련을 본격화하는 기간이었다. 도시정비 분야에선 리모델링 사업 확대,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측면에선 현장 안전관리 강화가 대표적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100여개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완료했거나 조합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근로자 사망 시 최고경영자(CEO)까지 처벌받을 수 있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 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27일 시행을 예고하면서 최근 ESG 경영을 강조해온 대형 건설사들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포스코건설’ 아성에 도전…현대·DL ‘1조 클럽’ 가입 한국리모델링협회가 집계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단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0월 말 기준 총 93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중 27개 단지를 제외한 66개 아파트가 시공사를 선정한 상태다. 시공사별 리모델링 수주 현황을 보면 그동안 블루오션이었던 리모델링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던 포스코건설이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뽐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개포우성9차, 개포 대청아파트 등 강남권은 물론 ‘노다지’로 꼽히는 성남 분당과 용인 수지 등 총 26개 사업지를 수주한 상태다. 쌍용건설 역시 리모델링 사업 선구자로서 파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GS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오랫동안 리모델링 시장을 떠나 있던 정비사업 강자들이 수주전에 뛰어들며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모양새다. 우선협상대상 선정 아파트까지 이들 건설사가 수주한 단지 대부분은 최근 2~3년 내 시공사를 선정한 곳들이다. 특히 2021년 리모델링 수주로만 도급액 1조원을 채운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12월 초 잠원동아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1년간 리모델링 수주액만 1조2159억원을 달성한 상태다. 이에 앞서 DL이앤씨는 2021년 상반기에 이미 공사비 5000억원에 육박하는 산본 율곡아파트 사업을 수주하며 리모델링 수주액 1조원을 넘겼다. ━ 재건축 규제 대안…1990년대 아파트 리모델링 본격화 이 같은 성과는 2020년 말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을 시작으로 2021년 GS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연이어 리모델링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몇 년 새 도시정비시장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중층 아파트의 본격적인 노후화와 신축 아파트 인기, 그리고 2017년부터 강화된 정비사업 규제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1990년대 아파트는 점차 주차난, 상수도 녹물, 누수 등 노후화를 겪으면서도 1970~1980년대 아파트와 달리 재건축 기준을 채울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례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상 제3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300%로 1990년대 당시 규제 완화에 따라 이 상한이 넘는 용적률로 지어진 아파트는 재건축할 경우 오히려 전용면적을 줄여야 한다.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면 용적률 상한과 상관없이 전용면적의 30~40% 범위 내에서 증축이 가능하다. 안전진단 기준 역시 C이상(수직증축 시 B이상)만 충족하면 되기에 비교적 까다롭지 않다. 분당을 시작으로 일산, 산본 등 1990년대 초반 조성된 수도권 1기신도시 단지들과 서울 강남과 용산에서 재건축 연한(30년)을 넘지 않은 아파트들이 대거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2021년부터 속속 리모델링 조합이 설립되고 있는 용산구 이촌1동에서만 향후 총 4개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이 같은 성장세는 물론 공사비가 재건축과 큰 차이가 없고 인허가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고 금융비용 등 리스크가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반적인 정비사업이 그렇듯 리모델링 역시 사업성을 충족할 만큼 입지가 검증된 곳에서 주로 추진되기 때문에 최근 고급화 흐름에 따라 공사비가 3.3㎡당 500만~600만원 선으로 오르고 있다. 한편 중대 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조치 역시 빨라졌다. 중대 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에게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운명의 2022년, 건설현장 안전강화 잰걸음 2021년 1월 제정된 중대 재해처벌법은 재계 전체의 화두였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ESG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건설업계에서 안전사고는 가장 큰 리스크로 대두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선 일반 제조업보다 비교적 현장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역시 이런 위기의식에 불을 질렀다. 이에 따른 대응은 2021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우선 중앙에서 관리한다는 기존의 안전관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현장 근로자들의 자율성이 강화됐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근로자가 직접 경각심을 느끼고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위한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법상 규정된 작업중지권에 대한 선포식을 연 뒤 6개월 동안 우수제보자 상금 등으로 1억6600만원을 지급했다.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로 삼성물산은 이를 급박한 위험 외에 근로자가 판단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상황까지 확대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월 현장용 안전관리 애플리케이션인 ‘안심, 안전에 진심’을 출시했다. ‘안심’앱의 장점은 SK에코플랜트 소속뿐 아니라 협력사 근로자들까지 해당 앱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 근로자들은 해당 앱에서 그날의 안전사항을 점검하고 현장 내 위험사항을 공유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밖에 통합 안전관리 관제센터를 신설하고 10년간 수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고위험사고를 분류하고 중점관리한 결과 지난 11월엔 ‘500일 중대 무사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밖에 건설장비 도입을 통한 사고 예방 노력도 지속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갱폼’ 인양을 위한 자동화 장비(DSG, Daewoo Smart Gangform)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갱폼은 건설현장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외벽 거푸집으로 이를 타워크레인으로 인양하는 과정에서 고정볼트가 풀려 추락하거나 바람에 날려 지상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미 청라국제도시역 푸르지오 시티 현장에서부터 이런 수동인양 방식 대신 레일 기반 유압 인양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연말에 추진되는 조직개편을 맞아 안전조직을 신설하거나 확대한 건설사도 있다. 롯데건설은 기존에 대표이사 직속 조직이던 안전보건부문을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하고 산하 팀을 안전보건운영팀, 예방진단팀, 교육훈련팀 등 3개로 확대했다. 건축·주택·토목·플랜트 등 각 사업본부 내에 신설된 안전팀은 본부장 직속으로 현장 안전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무엇보다 각 사업본부와 전략, 인사 등 사내 주요 임원이 안전보건 임원협의회를 구성해 전사 차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 또한 “2022년 최우선 경영목표를 안전에 두기로 했다”면서 기존에 2개 팀이 속해있던 안전환경실을 안전환경실로 바꾸면서 7개 팀 규모로 확대했다. 특히 안전보건업무를 총괄하는 부사장급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해 독립적인 예산·인사·평가 권한을 부여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2022.01.02 14:00

5분 소요
[2021 산업계 리뷰-인터넷➀ 네이버] 미리 뿌린 상생·글로벌의 씨앗, 이젠 결실 볼까

IT 일반

2021년 인터넷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규제’다. 대형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양대 플랫폼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에 비판론이 쏠렸는데, 이중 네이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많았다. 그간 네이버가 골목상권과 밀접한 사업 영역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고, 중소상공인의 반발에 기민하게 대응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오픈마켓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의 수수료를 업계보다 낮춰 중소상인의 성장을 뒷받침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이 없더라도 누구나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스마트스토어엔 올 3분기까지 47만개 이상의 가게가 생겼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의 압박은 모빌리티와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번진 카카오의 확장에 집중됐다. 이는 주가 분위기로도 잘 드러난다. 23.7%(9월 7일 15만4000원→12월 17일 11만7500원)나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네이버의 주가 하락 폭은 13.4%에 그쳤다. 그럼에도 네이버는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플랫폼 때리기’의 수위가 어디까지 번질지도 미리 점칠 순 없는데다 조직문화를 둘러싼 노동 이슈가 연이어 터져 나왔던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였다. 규제 이슈에 하락한 주가도 여전히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오픈마켓 플랫폼 ‘마이스마트스토어’로 일본 공략 시동 네이버가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한 건 경영 쇄신의 승부수를 던진 대표적인 사례다. 최 내정자는 글로벌 사업 전문가다. 그간 네이버에서 CEO 직속으로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최 내정자와 함께 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정된 김남선 책임리더 역시 글로벌 금융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네이버가 두 경영진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간 네이버의 해외 사업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인이다. 일본을 비롯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이중 라인은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와 합작사를 세우고 현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과 경영을 통합했다. 웹툰·웹소설 등 콘텐트 사업 성과 역시 쏠쏠하다.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선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지난 5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공략 시장을 서구권으로도 넓혔다. 스페인 1위 중고거래 서비스 왈라팝에 투자해 유럽시장에도 손을 뻗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이미 2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는데, 이중 90%가 해외 유저다. 2018년 8월에 시장에 나왔는데, 지금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럼에도 현재 네이버는 매출 대부분을 내수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지만, ‘해외 매출 비중 35%’를 수년 내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지난해 매출 기준(5조3041억원)으로 따져보면 35%는 1조8564억원에 달하는 매우 큰 규모인데도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당장 ‘한국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의 공을 세운 오픈마켓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에 담긴 기술을 적용해 일본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 10월부터 ‘마이스마트스토어’란 이름으로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일본을 넘어 다양한 국가의 사업자와 협업해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외 사업의 실적이 눈으로 드러날 때 네이버의 주가도 전고점을 회복하고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12.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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