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총순위'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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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 LED(발광다이오드) 제품 제조업체 서울반도체는 ‘빛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는 ‘LED(발광다이오드) 제품’으로 성장을 거듭해서다. 서울반도체의 고휘도(high-intensity) LED 제품 매출액은 당시 약 2000억원(세계 6위)에 달했고, 국내시장 점유율은 30%가 넘었다.2008년 10월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도 서울반도체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회사 매출은 2008년 2841억원에서 2010년 8390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2010년 사상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2009년 8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이 회사는 1년여 동안 수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국내 LED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반도체야말로 소리 없는 강자였다”고 회상했다.코스닥 시총순위 4위로 밀려이런 서울반도체가 최근 위기다. 2009년 말 2조6779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올 3월 15일 현재 1조4984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시총순위는 1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 중반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바이오 제약업체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현재 4조원이 넘는다.‘소리 없는 강자’ 서울반도체의 위기는 외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중순 국내 인크루트 업계에선 뜻밖의 얘기가 나돌았다. ‘서울반도체가 IR(기업설명) 전문인력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서울반도체는 그때까지 전문적인 IR조직이 없었다. LED 업계 관계자들은 반신반의했다. 한 관계자의 얘기다. “서울반도체는 지금껏 기술력과 제품의 품질로 승부를 걸었고, 그게 통했다. 굳이 IR 전문인력을 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반도체가 IR 인력을 수소문한다는 얘기를 흘려 들었다.”소문은 사실이었다. 서울반도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한 인사는 “주가 하락 때문에 IR 전문인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고심 끝에 (영입제안을)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한때 4만원을 넘었던 서울반도체의 주가는 당시 2만원대로 내려앉은 상태였다. 거절이유에 대해 그는 “LED 업계 관계자 대부분이 ‘2011년 하반기 서울반도체의 위기가 본격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이긴 힘들었다”고 말했다.업계의 전망은 빗나가지 않았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 줄어든 1579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은 100억원에 달했다. 2008년 4분기 이후 12분기 만의 적자였다.LED 칩을 제조하는 자회사 서울옵토디바이스(이하 서울옵토)의 적자폭도 컸다. 서울옵토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비 35% 감소한 335억원, 영업손실은 161억원을 기록했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은 2월 23일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에서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이번 적자는) 더 겸손하라며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연구개발(R&D)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많다. 계절적 비수기, 원자재 평가손실(81억원), 환손실(15억원) 등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외 TV시장이 위축된 것도 회사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세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외 가전업체가 신규 TV모델 출시를 미뤘고, 그 결과 서울반도체의 핵심제품인 TV용 백라이트유닛(BLU·용어설명 참조)의 판매가 저조했다는 것이다.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울반도체와 서울옵토의 실적이 나빴던 건 LED TV용 패키지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서울반도체가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영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LED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LED 수요는 아직 많지 않다”며 “서울반도체의 실적이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LED 모듈 아크리치로 부진탈출 노려일부에선 서울반도체의 위기가 업황 부진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회사 내부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서울반도체의 위기는 TV용 BLU 최대 납품처인 A사의 (TV)모델 교체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서울반도체가 최신 트렌드를 놓친 탓에 A사의 TV모델에 맞는 BLU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이 역시 서울반도체 위기가 심화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그렇다고 서울반도체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만은 아니다. 서울반도체와 서울옵토는 매출액의 10~20%를 R&D에 쓴다. 이를 통해 국내외 LED 시장에서 통할만한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그 결정판이 LED 모듈 ‘아크리치’다. 아크리치는 전략변환기 없이 고전압 교류전원에서 직접 구동되는 제품이다. 전력변환기의 수명(약 2만 시간)이 다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기존 LED 조명의 한계를 극복했다. 최근엔 기존 LED 전구보다 수명은 2배로 늘리고 전력소모량은 절반으로 줄인 ‘아크리치2’를 출시했다. 서울반도체는 “아크리치2는 미국의 국제공인 안전규격 UL과 캐나다의 공인안전규격 cUL을 동시에 획득했다”고 밝혔다.서울반도체가 최근 벌어진 대부분의 LED 특허소송에서 승리한 것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원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서울반도체는 세계 1위 LED 업체 일본 니치아와의 LED 관련 특허소송에서 승리해 크로스라이센스(특허상호공유) 계약을 맺었다”며 “이에 따라 서울반도체는 국내외 LED 시장에서 마음놓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LED 업체 가운데 서울반도체만큼 특허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서울반도체가 이르면 올 1분기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운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봄은 계절적 비수기지만 서울반도체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8.5%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TV용 BLU와 조명 관련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이윤찬 이코노미스트 기자 chan4877@joongang.co.kr
2012.03.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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