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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바, 에피스 지분인수로 바이오젠과 중재 정지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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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는 미국 파트너사인 바이오젠테라퓨틱스와 1년여간 진행해왔던 ‘중재’의 합의 결과였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바이오젠과의) 중재는 모든 변론절차를 마친 후 최종 판정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당사와 바이오젠과의 지분매입 거래가 진행되면서 쌍방 합의로 정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관련기사삼바-바이오젠 중재 절차 마무리…에피스 지분거래는 합의 조건?JV청산 나선 삼바…지분은 싸게 샀지만, '혈맹' 종료는 걱정삼바,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매입한다…“유증해 3조원 마련”바이오젠 인수 '부인’한 삼바…‘바이오시밀러 외도’ 결론은 미지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12월 17일부터 ICC에서 바이오젠 공동 설립 회사인 바이오젠과 중재를 벌여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과 당사가 체결한 합작계약에는 쌍방의 독자적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막기 위한 경쟁금지 조항이 설정돼 있었는데, 바이오젠이 이 조항의 적용을 벗어날 수 있는 예외조건이 충족됐음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중재신청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체결한 합작 협약(Joint venture agreement)에는 ‘비경쟁(Non Competition)’ 항목이 존재하는데, 해당 항목에는 두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 제조, 상용화, 유통,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오젠은 해당 중재를 신청한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다른 회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바이오젠은 지난 4월 중국 바이오기업인 ‘바이오테라 솔루션’으로부터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다른 파트너사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전개한 것. 바이오젠이 제기한 중재는 지난해 12월 본격적인 변론 절차에 돌입했다. 변론 절차가 마무리된 시점인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인수한다고 밝혔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지분 인수가 사실상 ‘합의’ 수순이라는 것을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의 중재는 별도의 판정이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시장의 예상보다 싼 가격에 인수한 점을 감안할 때 중재에서 사실상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승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인 ‘50%-1주’(1034만1852주)를 총 23억 달러(약 2조7700억원)에 매입키로 했는데, 이는 통상 대규모 지분 거래에 따르는 프리미엄 등이 제외된 가격이다. 특히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가치 등을 감안한 기업가치 평가(10조원 이상)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의 가격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뚜렷이 공개되지 않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의 동기가 밝혀지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됐던 ‘바이오젠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성에 대한 의심을 갖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염가에 팔았다’는 명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지분 인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이뤄졌지만 이번 딜로 인해 발생하는 리스크도 상존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최종적으로 취득함으로써 바이오젠과의 합작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바이오젠은 독자적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며 “이로 인해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2.02.16 16:22

2분 소요
JV청산 나선 삼바…지분은 싸게 샀지만, '혈맹' 종료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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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바이오젠테라퓨틱스(이하 바이오젠)로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인수에 나서는 가운데, 이번 딜의 배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손익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장에서 바라본 가격보다 싸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확보했다. 딜만 놓고 보면 '이득'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젠의 ‘혈맹’이 끝났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34만1852주를 23억 달러(약 2조7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바이오젠은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 15%의 지분을 투자했으며, 2018년 6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에피스 전체 주식의 절반(50%-1주)을 보유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는 지분은 바이오젠이 가지고있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다. 딜이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00% 지분을 갖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거래금액이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는데, 현재 장부에 반영하고 있는 기업가치를 토대로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3분기 말 장부가격으로 반영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의 가치는 2조6620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와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 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5조~10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약 10~20조원으로 본 셈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번 거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리한 입장에서 딜이 진행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딜에 따른 인수금액 납부 방식도 이를 방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 인수금액을 올해부터 2024년까지 나눠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대규모 거래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인수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 측의 요청으로 이번 딜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의 필요 때문에 이번 거래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바이오젠이 얻는 이익도 크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초기지분투자와 2018년 콜옵션 행사에 약 8000억원을 들였고,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약 2조원의 차익을 얻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영상 결정권을 모두 갖게 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규 파이프라인 개발, 오픈이노베이션, 신약 개발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독자적으로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장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두 회사가 지분을 거의 절반씩 가진 상황에서 IPO는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지배주주가 단일화되면서 IPO 동력은 훨씬 커진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리스크도 있다. 이번 거래는 바이오젠과의 ‘혈맹’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바이오젠은 우군에서 잠재적인 경쟁자가 된다. 양사는 조인트벤처 형태가 아니더라도 긴밀한 협력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양사는 지분 매매 계약체결 완료 후에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고, 바이오젠은 “두 회사는 현재 포트폴리오의 상업화를 포함한 독점 계약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지속키로 했지만 ‘혈맹’이 아닌 이상 협력관계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실제 바이오젠은 이미 지난해 4월 중국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상업화에 나서는 등 바이오시밀러 영역에서 별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악템라는 글로벌 빅파마인 로슈가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글로벌 피크 연 매출이 3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이 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진 않은 상태지만, 향후 개발에 나설 경우 바이오젠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대상이 되는 의약품의 규모는 매우 좁다”며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들이 상호 간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고 일축했다. 관련기사삼바,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량 매입한다…“유증해 3조원 마련”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매출 1조5680억원, 전년比 34.6%↑바이오젠 인수 '부인’한 삼바…‘바이오시밀러 외도’ 결론은 미지수로최윤신 기자

2022.01.30 13:00

3분 소요
바이오젠 인수 '부인’한 삼바…‘바이오시밀러 외도’ 결론은 미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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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 테라퓨틱스(바이오젠)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30일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인수합병(M&A)으로 해결될 것으로 여겨졌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의 갈등 해결 방안은 미지수로 남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 계약과 관련해 미국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중재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진 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다. 분쟁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의 그간 공시내용을 미뤄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협약 내용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고, 바이오젠은 이에 대해 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항명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 계약 내용 중 일부 조항 해석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중재를 신청했다”며 “바이오젠은 당사(삼성바이오로직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오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1분기 보고서(10-Q)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법인 협약 위반 등 반소를 주장하고 선언적 구제 및 불특정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며 “발생가능한 손실이나 손실 범위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오젠은 이어 3분기 보고서에서 해당 중재에 대해 “4분기 중 청문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밀 유지에 방점이 찍힌 중재 재판의 특성상 이번 중재가 어떤 연유에서 이뤄졌는지 명확히 알려지진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도 공시된 내용을 제외하곤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중재 재판의 발생 시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 갈등이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외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양 사가 2011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며 체결한 합작 협약(Joint venture agreement)에는 ‘비경쟁(Non Competition)’ 항목이 존재한다. 해당 항목에는 두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 제조, 상용화, 유통, 판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협약에 이런 내용이 담겼음에도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다른 회사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했다. 바이오젠은 지난 4월 중국 바이오기업인 ‘바이오테라 솔루션’으로부터 ‘악템라’ 바이오시밀러를 기술도입한다고 밝혔다. 악템라는 글로벌 빅파마인 로슈가 개발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글로벌 피크 연매출이 3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주자인 셀트리온도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돌입해 최근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반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악템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이 진행하고 있는 중재 재판이 해당 내용과 관련이 된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외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대해 별도의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공시된 내용 외에는 알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젠 인수는 양사의 갈등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 추진을 부인하며 양사의 갈등 해결 방안은 다시 예측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우선 양사의 중재 재판은 지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사태가 커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기업공개(IPO)를 하기 위해선 합작구조를 정리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1주, 바이오젠이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신 기자

2021.12.30 17:28

3분 소요
[증시 맥짚기] 중소형주 쏠림 현상 이어질 듯

재테크

대형주로 매수세 옮겨가기 어려워...미국은 초대형주에 무게중심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구글 5개사의 시가총액이 3조4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한때 독일의 국민총생산(GDP) 3조7000억 달러 수준에 육박한 적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까지 올라온 건데,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온라인 광고시장의 60%를 구글과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시가총액 규모가 너무 크다. 만약 이들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국을 넘어 세계 주식시장에서 상당한 문젯거리가 될 것이다.선진국 헬스케어 업종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7배 수준이다. 연간 발생하는 순이익을 17년 간 모으면 비슷할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나라 바이오 업종의 해당 수치는 80배다. 우리 바이오 기업이 선진국 비슷한 회사의 5배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바이오산업의 전망이 밝은 건 사실이다. 고령화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된 만큼 그에 따른 혜택을 많이 볼 가능성이 있어서다. 과거 한국 경제가 발전해왔던 패턴에 비춰볼 때 해당 산업이 우리와 잘 맞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세계에서 최초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선진국이 개발한 기술이 제품화되는 단계에 빠르게 따라 잡아 돈을 버는 전략을 써왔다. 지금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이에 유사한 형태여서 다른 어떤 신약보다 발전 가능성이 크다. ━ 국내 바이오 기업 고평가 논란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우리 바이오 기업이 선진국 기업과 비교해 5배 수준의 높은 평가를 받는 게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금 우리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가가 크게 상승한 후 특정 종목이나 업종으로 매수가 몰리는 현상이 빚어낸 결과다.이렇게 쏠림 현상이 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대안이 될 수 있는 종목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바이오 주식이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이 이들 밖에 없어서인데, 기업 내용을 신뢰하지 못하더라도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바이오 종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이오 업종 내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셀트리온 등 기업 내용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올랐지만, 3월 이후에는 현재 이익보다 앞으로 회사가 어떤 형태로 변할 것인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신약 개발 가능성이나 기술 개발 수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는데, 성장성의 역할이 커지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그만큼 주가와 기업 실적 간에 간격이 커져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는 기업이 속출하게 됐다.미국 주식시장의 쏠림 현상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정반대다. 2020년에 구글·아마존 등 핵심 5개사의 순이익이 1700억 달러(약 180조원)까지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전망이 타당성이 있는 게 온라인의 특성상 새로 공장을 짓거나 시설투자를 하지 않고도 영업 공간을 늘릴 수 있어 5개사의 지배력이 점점 세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에서 이들만큼 이익이 늘어날 걸로 기대되는 종목이 없다 보니 이들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경제 측면에서 주가 모멘텀이 약한 것도 시장보다 종목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4월에 한국은행은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이 각각 3.0%, 2.9%를 기록할 걸로 예상했다. 지난 1월의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표면적인 수치는 변화가 없지만 내용은 좋지 않다. 3월에도 고용지표가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현재의 고용 부진이 조만간 해소될 걸로 보고 있지만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건 부인할 없다. 물가도 비슷하다. 당초 올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제품 가격이 올라 기업 이익이 늘어날 걸로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올해 물가 전망치가 1.6%로 하향 조정된 데 이어, 내년에도 2%에 도달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2분기 물가상승률 역시 1.3%로 1분기와 유사할 걸로 전망되는데, 인플레이션 기대를 유발할 만큼 높은 숫자가 아니다. 국내 상황만 놓고 볼 때 당분간 거시지표가 주식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무역분쟁으로 기대했던 수출이 벽에 부딪친 데다, 하반기 경기 모멘텀이 될 걸로 기대됐던 내수 역시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1분기 기업 실적의 역할이 줄어든 것도 주식시장을 중소형주 중심으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다. 1분기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3%가 늘어난 51조 6000억원을 기록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 지난 분기에도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해외도 비슷하다. 미국 기업의 1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와 17.5%가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대단히 양호한 결과이지만 아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기대를 뛰어넘는 획기적 숫자를 원하고 있기 때문인데 주가가 오르면서 기대가 같이 커진 결과다.실적 자체의 약점도 있다. 우리의 경우 이익 증가가 상당 부분 반도체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쏠림 현상 때문이라는 인식이 많다. 미국은 지난해 말 법인세 인하가 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높은 이익 증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해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판단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리·유동성 등 기존 재료의 영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시장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다.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온 기업 실적까지 역할을 못할 경우 시장의 조정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당분간 코스닥과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쏠림 현상의 수혜주이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이 10% 넘게 상승했다. 세계 주요 시장 중 이 정도 상승률을 기록한 나라는 베트남과 브라질이 유일하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 하락한 걸 감안하면 코스닥으로 쏠림 현상이 얼마나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중소형주는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한 번 정리되고 난 후에 상승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낮은 가격이 중소형주의 상승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되는데, 대세 상승 기간 중 대형주에 비해 소외돼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국면이 지나면 2~3년 후 수익을, 마지막에는 실체가 없는 미래 성장성까지 반영하는 상승이 나타나게 된다. 지난해 10월부터 미래 성장성을 반영하는 주가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바이오가 위치해 있다. ━ 바이오 그 후는 4차 산업 관련주? 바이오를 중심으로 짜인 매매패턴이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더라도 그 대상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1분기에 삼성전자가 1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앞으로 이익의 절대 수치가 1분기보다 높아지더라도 증가분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대형주의 최대 이익 모멘텀이 발생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했다는 걸 감안할 때 다른 대형주로 매수가 이전되기는 더 힘들 전망이다. 시장이 성장성으로 굳어진 만큼 비슷한 개념의 주식으로 이전을 예상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중소형 IT 기업이나 4차 산업 관련주가 그런 부류에 속할 텐데 바이오가 쉬는 와중에 대체 종목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2018.04.2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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