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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 술 한 잔 어때요?”…‘술 권하는 광고’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산업 일반

최근 수제맥주업체 카브루가 출시한 ‘천하장사 에너지 비어’가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주류업체들의 주류광고 기준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법을 어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주류광고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시정 요청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업체들이 많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SNS서만 609건 적발…‘음주 권장’ 위반 사례 많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민건강증진법상 주류광고 기준 위반 건수는 총 636건으로 집계됐다. 매체별로는 통신매체(SNS)에서 위반 사례가 609건이 나와 가장 많았다. 위반사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내역은 ‘광고물 내 음주를 권장 또는 유도하는 표현 사용’으로, SNS에서만 총 289건이 적발됐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 2월 4일 주류업체 ‘나라셀라’가 자체 SNS 계정에 올린 와인 제품 홍보 글 중 몇몇 문구가 법 조항을 위반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해당 업체에 문구 삭제를 요청했다. 문제가 됐던 문구는 ‘한 주의 고단함을 해소해줄 영롱한 샴페인 한 잔 어때요?’와 ‘긴 연휴 끝에 찾아온 달콤한 주말엔 앙리오 블랑 드 블랑과 함께 하세요’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음주를 권장하는 표현이 들어가 국민건강증진법 제2항 제2호(음주 권장 또는 권유 표현)에 위반된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많았던 위반 내역은 ‘과음경고문구 표기’로, SNS에서 180건이 적발됐다. 뒤이어 ‘경품 및 금품 제공 표현’(88건), ‘건강 도움 표현’(38건) 순으로 많았다. 최근 수제맥주업체 카브루가 출시한 ‘천하장사 에너지 맥주’에 들어간 홍보 문구는 ‘건강 도움 표현’ 조항에 위반되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카브루는 지난 2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요청에 따라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문제가 됐던 문구는 카브루 측이 자체 SNS 채널에 게재한 천하장사 에너지 비어 광고 내용 중 ‘지치고 힘든 모든 순간 함께 할 에너지 비어의 출현’이란 문구였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에 따르면 이는 국민건강증진법 제8조의2 제2항 제5호(건강도움표현)에 위반된다. 음주가 체력 또는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거나 질병의 치료 또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등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주류광고에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8일에는 롯데칠성음료가 SNS에 올린 소주 ‘청하’ 광고 내용 중 ‘코로롱 끝나면 청하를 사줘야 하는 이유’와 ‘코로롱블루 치유를 위해’라는 문구가 동일한 조항을 위반해 시정 요청을 받았다. 여기서 ‘코로롱’은 온라인상에서 ‘코로나’를 유머러스하게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이 문구는 주류를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치유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음주를 유도하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어 문제가 된다. 지난 2020년에도 SNS에서만 383건의 위반 사례가 나와 전체 위반 건수의 81.2%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SNS 중에서도 ‘경품 및 금품 제공 금지 조항 위반’ 사례가 362건이나 나와 당해 전체 위반내역 중 가장 많았다. 주류업체들이 자체 SNS 계정을 통해 ‘SNS 응모 시 수백만원 상당의 주류 구매가 가능한 금품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넣는 식이다. ━ 위드코로나에 ‘보복 음주’ 수요 폭발…공격 마케팅 활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지난해 6월 30일부터 적용되고 있음에도 주류업체들의 주류광고 준수사항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위드코로나’ 국면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미뤘던 회식과 모임의 활성화로 ‘보복 음주’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주류업계가 내수시장 및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주류광고는 주류의 품명·주종 및 특징을 알리는 정도의 내용만 담아야 하고 음주를 조장하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업계에서 이런 점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광고를 위반했을 경우 업체에 가해지는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현행법상 주류광고가 준수사항 기준을 위반할 경우 국민건강증진법 제8조의2 제3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광고 내용의 변경 등 시정을 요구하거나 금지를 명할 수 있다. 광고 내용의 변경 등의 명령이나 광고 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민건강증진법 제31조의2 제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다만 한 차례만 과태료 등을 납부하면 같은 행위는 처벌 받지 않아 처벌이 다소 가볍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세연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장은 “2020년 12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주류광고에 쓰지 않도록 주류광고 규제를 강화했다”며 “개정 법이 시행된 지 1년 정도 지났으나, 여전히 이를 위반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국민건강증진과 음주폐해예방을 위해 주류업계의 마케팅 과정에서 주류광고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전문위원회를 통한 주류광고 규제 내용의 세부 판단기준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6.25 09:00

4분 소요
[단독] “스테미너 증강 효과 ‘에너지 맥주’”?…천하장사 맥주, 건강증진법 위반

산업 일반

수제맥주기업 카브루가 진주햄의 대표 브랜드 ‘천하장사’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한 ‘에너지 비어’가 국민건강증진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류광고에 ‘에너지’라는 표현을 넣고, 스테미너 증강과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고 오인할 수 있는 홍보 활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 “지칠 때 함께 할 ‘에너지 비어’”…건강 증진 효과 오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카브루 자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채널에 게재된 천하장사 에너지 비어 광고에 위법한 홍보 문구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 지난 16일 카브루 측에 시정조치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천하장사 에너지 비어 광고 내용 중 ‘지치고 힘든 모든 순간 함께 할 에너지 비어의 출현’이라는 문구다. 지난 9일 출시된 ‘천하장사 맥주’는 ‘세상과 씨름하는 모든 이들에게 힘과 에너지를 채워주는 어른들의 에너지 비어’를 지향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음주폐해예방팀은 “이러한 이미지와 표현을 제품 패키지 및 광고·홍보 게시물 등에 반복 노출해, 해당 맥주가 에너지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오인할 수 있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판단에서 시정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음주폐해예방팀은 음주 조장 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미디어나 주류 마케팅에서 위법한 상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곳이다. ━ ‘페루 인삼’ 넣어 체력 증진 효과?…“식약처서 문제 없다 답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카브루의 이 같은 홍보 문구 사용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8조의2 제2항 제5호(건강도움표현)에 위반된다. 음주가 체력 또는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거나 질병의 치료 또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등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주류광고에 표시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대해 카브루 측은 “천하장사가 아이들도 먹는 간식인 소시지의 상징이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에너지 비어’라는 별칭을 선정한 것”이라며 “제품을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천하장사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부재료인 ‘마카’를 넣었음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과정에서 카브루 측은 식약처에 ‘맥주의 부재료로 마카 분말’을 사용할 수 있는지와 ‘에너지’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도 했다고 설명했다. 카브루 측에 따르면 식약처는 “현재 허용된 맥주 첨가재료 중 식물이 있어 마카 분말을 사용할 수 있으며, 마카에 대한 객관적인 논문 자료 등이 있다면 ‘에너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해당 맥주에 부재료로 들어간 마카는 슈퍼푸드의 일종으로, 해발 4000m 이상 안데스 산맥의 척박한 환경을 견뎌 ‘페루의 인삼’으로도 불린다. 잉카 시대 때부터 약용으로 쓰였을 만큼 영양성분이 풍부하다고 전해진다. 마카를 맥주의 부재료로 첨가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광고에 해당 맥주를 마시면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오해할 수 있는 홍보 문구를 넣어 구매를 조장해선 안 된다는 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설명이다. ━ 시정조치 안 따를 경우…보건복지부서 시정 명령 홍보 문구 삭제 또는 수정 요구를 받은 카브루 측은 아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카브루 측에 21일까지 문제가 되는 문구를 수정하거나 게시글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으며 카브루 측이 지속해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시정 명령이 내려질 예정이다. 나세연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음주폐해예방팀장은 “2020년 12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음주가 체력 향상, 질병치료 또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표현 등 국민의 건강과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주류광고에 쓰지 않도록 주류광고 규제를 강화했지만, 개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이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브루 측은 “해당 제품을 홍보함에 있어 제품 자체가 효용이 있다고 알리거나 강조할 의도는 없었다”며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주류광고 모니터링 기준이 엄격한 부분이 있으나 최대한 가이드라인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6.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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