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0실 오피스텔'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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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인사이트] 거짓말 또 거짓말…‘양치기 소년’된 신세계](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8/30/ecnfc8281d5-9c9e-4862-a17d-e1401f8dfe76.353x220.0.jpg)
벌써 8년째. 신세계가 말을 번복하고 있다. 2013년에 백화점을 짓겠다며 사들인 울산혁신도시 부지를 두고서다. 신세계는 당시 이 땅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하면서 울산시로부터 1200%에 달하는 용적률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울산판 센텀시티’가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탓일까. 신세계의 계속된 '희망 고문'을 철썩같이 믿어오던 주민들의 배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민뿐 아니라 백화점 호재만 보고 형성된 인근 상권의 반발도 거세다. 울산 주민들 사이에선 이제 ‘오피스텔 카드’까지 나온 이상 더 이상의 희망 고문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 백화점? 쇼핑몰? 호텔?…8년간 변경 또 변경 ━ 처음 약속은 백화점이다. 신세계는 부지 매입 이듬해인 2014년 신세계 센텀시티형 복합쇼핑몰(2015년 착공, 2018년 완공)을 짓겠다고 밝혔다. 2년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자 2016년 울산중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2017년 착공을 한번 더 약속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한 대표이사와 임원들은 “신세계가 백화점을 짓겠다고 했다가 철회한 적이 없다”면서 계획 이행을 못 박았다. 하지만 역시 지켜지지 못했다. 이후로도 수년간 울산 부지 개발은 삽 한번 뜨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신세계 측에서 사업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울산중구 주민을 중심으로 여론이 들끓자 한동안 묵묵부답이던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변경된 계획안을 내놨다. 스타필드형 복합쇼핑몰(2023년 착공, 2025년 완공)이다. 상업시설, 레지던스, 별마당도서관 등이 포함된 쇼핑몰. 그때까지만 해도 주민들 사이에선 한번만 더 믿어보자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지난 6월말 1440실의 오피스텔 계획안이 나오면서 8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 사이 50층 레지던스호텔이 유력하게 검토됐다는 말도 나온다. 7~10층의 상업시설과 주민편의시설 위로 레지던스호텔이 들어설 계획이었으나 신세계 측에서 코로나19로 호텔업황이 어렵고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아 진행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 ‘탈 울산’ 행렬 가속에 ‘현대 파워’도 신경 물론 신세계가 울산을 놓고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울산은 지리적 특성상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부산·경남에 묻혀 도시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조선업·중공업을 기반으로 과거 산업도시 축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경기침체로 근로자들이 울산을 떠나는 ‘탈 울산’ 행렬이 수년간 지속돼오고 있다. 2015년 120만명에 이르던 울산시 인구는 최근 113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주변 상가와 오피스텔 등의 공실률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혁신도시 부지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우정동 혁신도시는 도심 근처가 아닌 구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애초에 ‘혁신’을 붙일만한 땅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이곳은 한때 울산의 중심지였지만 남구 신시가지로 상권이 넘어간 뒤 상권이 완전 침체됐다. 대중교통 수단도 부족했고 접근성도 취약해 단점이 많은 지역으로 꼽혔다. 또 다른 특징은 '현대 파워'다. 현대백화점이 울산점과 울산동구점 두 곳에 진출해 있다. 울산지역 내 백화점 실적은 2016년 조선업 불황 시작과 함께 꾸준히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명맥유지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현대 계열의 복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5개 점포 중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했다. 파워가 있어도 장사하긴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된 셈이다.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 설립은 신세계가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둬들이기엔 매우 불안한 모델이었던 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대부분 자차로 동부산까지 가서 쇼핑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신세계가 들어온다면 그냥 장사 안 되는 동네 백화점이 될 게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정신적‧재산적 피해 늘어…“약속 이행하라” ━ 울산 주민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약속 이행이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땅을 매입하면서 백화점을 짓겠다고 한 지 벌써 8년이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는 각종 이득도 챙겼다. 백화점이 아니라면 상황에 맞춰 적절한 형태의 상업시설을 조속히 지어달라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세계가 착공을 미루면서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입점 소식을 듣고 이곳에 이사 온 주민들과 인근에 점포를 연 자영업자들이 대표적이다. 당시 신세계는 울산혁신도시 계획 단계부터 대형 마트 등과 같은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주변 상가가 입점하거나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신세계백화점이 한 것은 ‘사업 검토’뿐이다. 울산 중구청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신세계가 표류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관련 주민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별다른 대책은 없다. 이번 역시 오피스텔을 기반으로한 복합상업시설 계획 발표에 대해 중구청장은 “주민 합의 없는 개발에 투쟁을 불사하겠다”면서 “오는 9월 30일까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입장을 밝혀달라”는 독촉만 반복할 뿐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영이념은 ‘고객, 불만, 기회’다. 고객의 불만을 인지하고 대응하며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것. 그런데 울산에서 벌이는 행태는 이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신들의 미래 고객이 될 울산 중구 주민들의 목소리(시민 편익)는 듣지 않고 오로지 사업성(수익)을 이유로 8년째 착공을 미루고만 있다. 이게 과연 신세계의 경영이념에 맞는 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울산 내부에선 말 바꾸기만 하는 신세계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부 일각에선 백화점 입점으로 ‘집값’, ‘땅값’ 상승을 노리려는 이해집단과 장사꾼 근성의 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기도 한다. 정답이 무엇이든 신세계는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더 이상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30 08:25
4분 소요
# 2013년 5월. 신세계는 울산 중구 울산혁신신도시 내 상업용지(우정동 490번지) 2만4000㎡(7260평)를 사들였다. 매입 금액은 555억원. 당시 시세보다 낮은 3.3㎡(평)당 750만원 수준이다. 신세계는 이곳에 울산 시민들을 위한 ‘울산판 센텀시티’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 대가로 저렴한 분양가는 물론 1200%에 달하는 용적률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3년간 진척 없던 사업은 2016년 2월 신세계와 울산 중구가 업무협약으로 가속도를 내는 듯 했다. 총 5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한 울산 최대 규모의 백화점 건립이 목표였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다양한 기능을 목표로 2017년 착공에 들어가 2019년 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 2021년 8월. 울산의 랜드마크 백화점이 세워져야 할 이곳은 여전히 빈 공터로 남아있다. 상업부지 중심이 덩그러니 버려진 모습이다. 신세계가 경기침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착공을 미룬 탓이다. 그 사이 백화점을 짓겠다던 계획은 ‘스타필드형 복합쇼핑몰’로 변경됐다. 49층 규모의 쇼핑센터, 완공 목표일은 다시 2025년으로 밀렸다. 하지만 이 역시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지난 6월 말 신세계가 다시 내놓은 계획은 백화점도 복합쇼핑몰 건립도 아니다. ‘복합상업시설’이란 이름의 ‘1440실 오피스텔 건립이다. 울산 혁신도시가 시끄럽다. 신세계가 당초 백화점을 짓겠다며 사들인 부지에 오피스텔을 짓겠다고 나서면서다. 울산중구청과 주민들은 물론 백화점 건립을 보고 주변 상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을 중심으로 ‘신세계 부지 오피스텔 건립 반대’ 서명 운동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목표치인 2만명은 이미 달성했다. 울산중구 측과 주민들은 신세계가 8년 전 부지를 싸게 매입하면서 체결한 협약을 무시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는 “우선순위를 정해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오피스텔 건립은)사업성을 놓고 벌인 용역 컨설팅 결과라는 입장이다. ━ ‘복합상업시설’ 짓는다더니…부동산 사업 비난 논란의 핵심은 ‘오피스텔 개발’이다. 지난 6월 28일 신세계가 비공개로 내놓은 복합상업시설(상업+주거) 개발 방안이 사실상 분양 잇속을 챙기려는 ‘부동산사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실제 신세계가 내놓은 조감도는 복합상업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판매시설 면적이 49층 중 3개층(지하 1층~지상 2층) 뿐이다. 들어서는 쇼핑시설도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키즈도서관 등이 거론된다. 이는 전체 연면적(33만6600㎡) 중 10%(3만3000㎡)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피스텔 1440실이 나머지 90% 연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울산혁신지구 발전연합회 관계자는 “신세계 부산센텀에 버금가는 복합쇼핑센터 말도 나왔던 부지였는데 현실은 오피스텔이냐”면서 “신세계의 사탕발림에 여기까지 왔는데 이익 추구를 위한 오피스텔을 짓겠다니 이는 명백한 주민 우롱”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구 측도 “신세계가 온갖 핑계로 개발 계획을 미루더니 결국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게 웬 말이냐”며 “큰 인심을 베풀 듯 새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거절하면 토지를 매각하고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는 어조로 일관하고 있는데 당초에 약속한 시설 입점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합상업시설이란 이름의 오피스텔 자체가 당초 취지와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 소유 부지는 기존 시가지 상권과 차별화된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땅이다. 그런 땅에 상업시설이 10%에 불과한 건물을 세우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특히 현행법상 중심상업지역에는 공동주택 허가가 불가능하다. 상업과 업무기능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지역으로, 대놓고 상업활동을 하라고 내어준 땅이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계획대로 이곳에 준주택인 오피스텔 중심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선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는 인허가 논란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시가 특별계획 구역 지정목적과 개발방향 부합 여부,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창출,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종합적인 사항을 검토한 후 입안 여부를 결정하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뤄진다. 일단 시는 주민 반발이 심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심의가 통과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이 지역주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본업이 아닌 부동산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신세계는 백화점 건립을 위해 부지를 싸게 사들이고 각종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신세계건설의 빌리브 오피스텔?…또 바뀔 수 있어 업계에선 신세계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땅장사를 통한 잇속 챙기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신세계 입장에서 오피스텔은 최적의 카드라는 것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용적률이 1200%에 달하고 층수제한도 따로 없다. 이런 땅에 부동산 가치가 높은 고효율 초고층의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신세계 오피스텔이 지어질 경우 업계에선 신세계건설의 대표 브랜드 ‘빌리브’가 세워질 공산이 크다고 보고있다. 이 경우 수익금 모두 신세계 몫으로 남는다는 관측이다. 이미 땅값도 많이 오른 상황이다. 555억원에 매입했지만, 현재 시가는 2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확정된 뒤 건설사가 정해지는 부분이라 신세계건설의 빌리브는 확실치 않다”면서 “(신세계가 얻은 이익에 대해선) 우리도 8년 동안 세금 내고, 관리하는 비용 등 유지비가 많이 들었고 사업 구상하는 컨설팅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 모든 걸 고려하면 차액이 크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순위에 따른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은 많이 벌어야 연간 2000억원 정도를 버는데 한 점포를 출점하기 위해선 6000억~7000억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든다”며 “착공하는 데도 4~5년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하면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건립에 대해선 향후 계획이 또다시 수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사업성을 놓고 어떤 콘텐트가 들어가는 게 적합한지 전반적으로 컨설팅을 받는다”면서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향후 계획은 또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울산에선 향후 계획이 변경되더라도 백화점이 들어설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지방백화점 자체 사업성이 낮고 울산이 주는 메리트가 크게 없어서다. 신세계도 이런 이유로 울산 개발을 차일피일 미뤄온 것으로 전해진다. ━ 대전에는 들어서는데…울산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하지만 최근 신세계가 대전에 중부권 최대 규모의 신세계엑스포점을 오픈하면서 뒷말이 더욱 무성해졌다. 대전 엑스포에는 당초 울산 주민들이 꿈꿨던 호텔과 테마파크, 아쿠아리움, 영화관, 전망대 등 등 쇼핑·문화시설이 포함됐다. 지하 5층~지상 43층의 대규모다. 울산 주민들 사이에선 ‘지역 역차별’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전은 시 차원의 공모사업으로 오픈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면서 “내부적으로 후보군 중 순위를 정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전은 30년 후 건물을 기부채납해야 하고 울산은 자기 소유라는 데서 오는 차이도 있지 않겠냐”면서 “대전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투자개념으로 들어가고, 울산점은 자가이기 때문에 최대한 수익성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8.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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