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B'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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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Doc, Minimize It 배리 굿맨(46)은 척추 지압사, 요가 강사이며 서핑·카약·수영·사이클을 즐긴다. 네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신체 균형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힘써 왔다. 불행하게도 그의 집안엔 심각한 심장질환 가족력이 있다. 뉴욕주 롱비치에 사는 굿맨은 10년 전 몽롱함과 어지럼증을 겪기 시작해 결국 발작성 심방세동(心房細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심방세동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고 빨라지는 일이 반복되며 심장 쇠약과 심지어 뇌졸중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요가할 때 가장 건강 상태가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호흡과 집중이 잘 됐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려 들면 몸이 늘어지고 피곤했다.” 그는 1999년 처음 병원에 입원했고 그 후에도 부정맥이 발생해 9개월 동안 지속되는 등 심각한 증상이 몇 차례 더 반복된 뒤 수술받기로 결정했다. 알고 보니 굿맨이 스스로 그 문제에 대처하려 애쓰던 몇 년 동안 절개를 최소화하는 몇몇 새로운 심방세동 수술법이 미국 전역에서 개발됐다. 굿맨은 지난 5월 뉴욕에 있는 레녹스 힐 병원에서 그런 수술을 받았다. 로봇의 도움을 받는 수술 도중 다이디어 룰메트 박사는 극초단파를 이용해 굿맨의 심장에서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전기 통로(전도계)를 차단했다. “1인치짜리 작은 흉터가 네 개 남았다”는 굿맨은 수술 후 부정맥이 한번도 없었으며 나날이 건강이 좋아진다. “내 몸을 크게 절개할 필요가 없었으며 부러진 곳도 전혀 없다. 이들 의료진과 로봇을 이용한 그들의 수술이 나를 살렸다고 믿는다.” 전통적인 개심술(開心術)만큼 절개부위가 큰 수술은 없다. 전형적인 수술에서는 흉강(胸腔)을 칼과 톱으로 잘라 열어젖히고, 인공심폐기를 통해 피의 순환을 담당하게 하고, 대동맥을 집게로 물어 심장 활동을 중단시킨 뒤 의사들이 신체의 가장 중요한 그 근육을 자르고 꿰매며 보수한다. 일반인의 눈에는 그런 끔찍한 해부를 당한 뒤 건강이 좋아지기는 고사하고 살아남는다는 일조차 신통한 일이다. 물론 매년 미국인 수십만 명이 개심술의 혜택을 받아 가장 보편적 수술인 심장동맥우회이식술(CABG)의 사망률은 1%에 못 미친다. 그러나 개심술이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표준적 치료법이기는 하지만 신체 손상이 훨씬 작은 새로운 대안들을 심장병 환자들에게 제시하는 의사와 병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심방세동 치료 외에 이처럼 절개를 최소화하는 수술들은 심장동맥 질환, 판막 질환, 가슴 대동맥류, 심지어 심부전 치료에도 사용된다. 절개 최소화 심장수술의 일차적인 목표는 간단하다. 고통 감소다. “수술이 고통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환자들은 주로 고통을 우려한다”고 절개 최소화 심흉(心胸)수술국제학회(ISMICS) 회장인 랜달 울프 박사는 말했다. “따라서 절개 부위를 줄이면 그런 불편을 줄이거나 없애리라는 바람이다.” 경제적 요인도 있다. 대부분 개심술 후 심장 자체는 퇴원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환자는 수술의 정신적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병원에 남는다. 절개 최소화 수술로 회복이 빨라지고 입원 기간이 단축되면 환자 자신뿐 아니라 병원의 수익성에도 잠재적으로 득이 된다(훈련·기술, 수술 시간 연장의 추가 비용이 일단 흡수될 경우). 절개 최소화 심장수술에 관한 한 발라바누르 수브라마니안 박사는 어느 의사보다 정열이 넘친다. 레녹스 힐 병원의 심흉 수술 책임자이며 ISMICS의 창설 멤버(1997년)이자 회장을 역임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 주제에 관해 거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며 몇 가지 놀라운 내용도 전한다. 가령 “이 수술로 우리는 외래환자 심장우회술을 위한 초석을 마련 중”이라는 얘기다. 그가 언급하는 수술은 그의 전문 분야다. 로봇의 도움으로 절개를 최소화하는 직접 심장동맥 우회 수술, 일명 로봇 MIDCAB다. 1~4개의 심장동맥을 우회하고 로봇(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 시스템)을 이용해 5㎝ 절개부 한 곳과 작은 구멍 두 개를 통해 수술하는 방법이다. 늑골을 벌리거나 심장을 멈추지 않고 이뤄진다. MIDCAB(로봇 유무와 무관하게)는 매년 미국에서 실시되는 30만 건 이상의 우회 수술 중 극히 일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보통 한두 개의 동맥만을 대상으로 한다(수브라마니안은 경험이 풍부해 더 많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술법이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에 의사들과 일반 대중 모두로부터 호응을 얻으리라고 그는 확신한다. 수브라마니안은 수술 후 불과 14시간 만에 환자들을 귀가시켰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은 직접 차를 몰고 갔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공심폐기를 사용하지 않는 심장동맥우회술’(OPCAB)이라는 또 다른 수술법은 전체 우회술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가슴을 절개하지만 심장 박동을 멈추지 않은 채 수술하고 인공심폐기를 환자에게 연결시키지 않기 때문에 외적 개입이 적은 방법으로 간주된다. 무엇보다 이 방법은 뇌졸중의 위험을 줄이고 회복 시간을 단축시킨다. 울프는 MIDCAB와 OPCAB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우회술이 절개 최소화 수술의 현재 인기와 장래성을 측정하는 올바른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성을 따질 때 우회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것을 많이 강조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우회술과 관련 없으면서도 커다란 잠재력을 가진 흥미로운 기술이 많다.” 미국의 심방세동 환자는 220만 명으로 추산되며 해마다 30만 명 정도가 새로 진단받는다. 그들 모두 수술 후보자는 아니지만 그 비율이 3분의 1만이라도 된다면 수십만 명이 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혜택을 받게 된다고 울프는 지적한다(심방세동 단일 질환에는 개심술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울프는 미니-메이즈(Mini-Maze)라는 독자적인 심방세동 수술법을 개발했다. 그는 가슴 양쪽에 하나씩 두 개의 작은 절개부를 만들어 그것을 통해 수술한다. 각 절개부에 집게를 넣어 심장에 양극성 무선 주파수를 전달, 병변(病變)을 만들어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불규칙한 흥분파를 차단한다. 집게가 심장에 닿는 시간은 불과 8초다. “8초면 헤파린(혈액응고방지제)을 사용하거나 심장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고 신시내티 대학 수술혁신연구소의 울프 소장은 말했다. 개심술 환자라고 누구나 절개 최소화 수술을 받기에 적합하지는 않다. 그것은 개인의 신체 구조와 몸 상태에 좌우된다. 의사들이 모두 그 방법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 해도 절개 최소화 기법은 심방세동과 우회술에 사용되는 외에 현재 심장 내부의 승모판막을 교체·보수하고, 심실을 재구성해 심부전을 치료하는 데 응용된다. 두 수술 모두 절개는 최소화하지만 인공 심폐기를 사용한다. 아울러 가슴 대동맥류의 절개 최소화 치료도 발전해 나간다. 가슴 대동맥류는 심장 상부의 큰 혈관이 약화돼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질병이다. 그리고 ISMICS는 레지던트들에게 이 수술법을 교육하기 위한 운동에 착수했다. 절개 최소화 심장수술이 널리 받아들여지려면 혈관 성형술 같은 기존 수술법들과 그런 새 기법들을 비교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여러 연구소에서 실시해야만 한다. 지금까지는 연구 규모가 작았다.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방식과 기술 때문에 때로는 발표가 될 때는 이미 구식이 되기도 한다. “5년의 연구 끝에 데이터를 얻으면 사람들은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 장치들이 모두 바뀌었는데요’라고 말한다”고 제임스 폰저 박사는 말했다. 내년 여름 ISMICS 회장직을 맡게 되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새로운 분야는 개발 후 처음 10년 동안에는 아주 역동적으로 변한다. 발전이 아주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에 움직이는 표적과 같다.” 그리고 배리 굿맨 같은 환자들에게는 하늘이 내려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차진우 jincha@joongang.co.kr
2005.10.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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