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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싱가포르도 위태위태…

홍콩·싱가포르도 위태위태…

지난 1월12일 홍콩의 항셍 주가지수는 하루 사이에 8.7%나 폭락한 8천1백21.6까지 떨어졌다. 현지 자본으로는 홍콩의 최대 금융기관이었던 페레그린증권 파산에 영향을 받은 이날 주가의 폭락은 홍콩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했다. 같은 날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스 주가지수도 무려 8.8%나 떨어진 1천73.47포인트를 기록하며 90년대 들어 최저치로 물러앉았다. 싱가포르의 주가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비록 주가는 이후 약간 회복됐지만 여전히 시장은 불안한 상황이다. 이들 주식시장의 불안은 동아시아 전역을 강타하고 있는 경제위기로부터 이 두 도시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홍콩의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3%에서 2%로 하향조정했으며 싱가포르 개발은행도 4%였던 성장 예상치를 3%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지난 89∼94년보다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싱가포르도 올해가 지난 8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해가 될 전망이다. 당장에는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줄어 수출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지만 사실 근본 문제는 싱가포르 금융구조의 건전성 여부와 홍콩의 美 달러화 페그제의 유지여부다. 홍콩이 지난 14년간 유지해 온 페그제가 무너질 경우 홍콩 금융부문은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우려로 최근 홍콩의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금융부문의 불투명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자르딘 플레밍사의 금융분석가 로버트 질린스키는 “싱가포르 금융기관의 투명도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 동안 동남아 지역 진출을 적극 진행해 온 싱가포르의 입장에서는 태국·인도네시아 등 이웃 나라 위기의 타격이 적지 않다. 홍콩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의 경기후퇴 조짐이다. 중국의 불황은 홍콩의 투자·수출감소로 즉각 이어진다. 이미 지난 1월 초 중국 투자연구소는 올해 GDP성장률을 정부 예측보다 2%포인트나 낮은 6%로 전망한 바 있다. 올 홍콩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유일한 분야는 정부의 인프라 사업에 힘입을 건설부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홍콩 정부 재정흑자 감소에 따라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두 도시는 모두 법인세율 인하 등을 통해 투자를 촉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개인에 대한 세액 공제확대 등 혜택도 넓힐 생각이다. 그러나 높은 금리수준은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부동산·주식시장도 위축시켜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게 큰 문제다. 싱가포르는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큰 고민이다. 지난 96년 중반 정부가 투기와 과열을 막기 위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평균 20%나 하락했다. 최근 경제위기에 따라 인도네시아 기업이 싱가포르내 부동산 매각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도 부동산 경기는 10∼15%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홍콩은 비교적 부동산의 침체가 적겠지만 그래도 지난해 여름에 비해 15% 정도 하락이 전망된다. 다만 그 정도면 부동산 시세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게 안심되는 점이다. 두 도시 모두 위축된 소비가 고민거리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경우 올 민간소비가 겨우 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고작 0.5%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더욱이 두 도시 소득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관광산업도 아시아 관광객의 급감으로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계속될 것인가. 대부분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홍콩·싱가포르는 결국 다시 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당분간은 아시아 경제위기와 함께 이들의 경제도 침체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변국들이 성장하면 우리도 성장하겠지만 주변국들이 감기에 걸리면 우리도 컨디션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싱가포르 고촉통(吳作東) 총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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