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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경영인으로 대상(舊 미원)그룹 사령탑에 오른 고두모 신임회장

전문경영인으로 대상(舊 미원)그룹 사령탑에 오른 고두모 신임회장

고두모 대상(舊 미원)그룹 신임회장
대상그룹 고두모(高斗模) 신임회장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전문경영인 회장으로서, 두산그룹 정수창 전회장이나 대림그룹 김병진 회장과는 취임상황이 또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상그룹 출범이전 단행된 구(舊)미원그룹의 구조조정에 깊숙이 관여했고, 임창욱 명예회장의 일선후퇴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이 분분한 상황에서 재계랭킹 29위(96년) 기업군의 대권을 한 손에 쥐게 된 고회장을, 새 출범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는 서울 신설동 그룹 본사에서 만났다. ─무척 소탈해 보이십니다. 부하 직원들에게 친근감을 주실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전문경영인 아니오. 전문경영인이니까 그럴 거요. 하하하!” ─취임 1백일이 지났는데 요즘 가장 힘을 쏟고 계신 분야는. “중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내년도 계획을 짜느라 바빴습니다.” ─그룹출범식에서 구조조정은 완료됐다고 밝혔는데 더 이상 매각, 합병 등의 구조조정은 없다는 뜻입니까. “아녜요. 계열군의 대폭정리와 같은 것은 없겠지만 필요에 따라 내부적인 구조조정은 계속될 겁니다.” ─‘미원’을 전혀 새로운 이름인‘대상’으로 바꾼 것은 럭키금성이 ‘LG’로 바꾸는 등 다른 그룹의 예와는 차이가 납니다. 아직도 대상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소비재를 다루는 입장에서 기업이미지 구축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는 않는지요. 임창욱 명예회장과는 밖에서 자주 만나 “미원그룹 하면 밖에선 그래도 발효·소재·식품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알아주는데 일반인들은 그저 조미료만 연상하고 있습니다. 조미료 이름이며 회사·그룹명인 미원이 이젠 네거티브(부정적)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게 된 것이죠. 새 이름은 조미료 미원이 주는 좁은 그룹이미지에서 탈피해 체질을 혁신하고 세계적인 발효·소재·식품회사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세계 3대 발효공학 그룹을 지향한다며 뚜렷한 전문화 방침을 천명했는데요. 앞으로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이 전문화라는 의미입니까. “그렇습니다. 아무리 큰 그룹이라도 일본그룹처럼 라면에 로케트까지 다 다룬다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아무리 커도 전문화된 미국기업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비교우위에 있는 발효·식품·전분당을 3대 주력사업, 즉 항공모함으로 해서 무역·유통·건설·정보·제약 등 계열기업군의 사업가치를 극대화 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원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한계를 예상하지는 않습니까. “원료수입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료가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30% 이하입니다. 핵산이나 아스파탐은 10∼20%에 불과합니다. 또 식품사업은 전자나 자동차만 못해도 분명한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입니다. 특히 소득이 높아지고 복지국가로 다가 갈수록 고급식품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은 더할 겁니다. 의약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고급식품의 부가가치는 일반식품의 5∼10배에 달합니다.” ─대상의 해외 본거지인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은 계속 강화할 방침입니까. “그래요. 인도네시아는 시장·원료·인건비·에너지·금리·생산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골고루 갖춰진 좋은 해외 생산기지입니다. 게다가 아세안 10개국의 중심지이며 인구 5억명·총 면적 5백만㎢ 규모인 아세안시장 진출의 발판입니다. 아세안은 중국 못지 않은 중요한 시장입니다.” ─임창욱 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뒤 한 번도 출근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연락은 자주 주고 받습니까. “출근은 안 하시지만 1주일에 2∼3번씩 외부에서 만납니다. 중요한 결정을 상의하면 알아서 하라는 당부를 하곤 합니다.”

미국식 사외이사제 도입 고려중 ─두산그룹의 정수창 전회장은 페놀사건으로 인한 과도정부의 임시 내각수반 같았고, 대림그룹은 이준용 전 회장의 두 아들이 아직 20대라는 점에서 양쪽 다 순수한 의미의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대상은 두 그룹과도 또 다른 것 같습니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요. “사실 그것 때문에 명예회장님과 지난 여름에 몇 주 동안 싸움도 많이 했습니다. ‘회장생활 10년이면 알만큼 다 아는데다 젊고(49세) 의욕도 왕성하시니 지금이야말로 더할 때가 아니냐’며 말입니다. 하지만 명예회장께선 ‘안 그렇다. 그게 바로 고정관념이다. 외국을 봐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세계적인 조류다. 한국이라고 전문경영인 회장체제를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막무가내셨습니다. 그러다 지난 8월 이사회에서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회장으로 발표됐습니다.” ─명예회장께서 물러날 때 ‘10년만 회장으로 있겠다는 약속을 지킨다’고 했는데, 지킬 약속이 따로 있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또 항간에는 언젠가 임성욱 전 부회장에게 결국 경영권이 가게 될 것이란 얘기도 많습니다. “물론 한국에선 아직도 오너경영체제에 익숙합니다. 장점도 많구요. 그러나 한 번 두고 보세요. 저도 회장직을 오래할 생각은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기본 방향은 있습니다. 다음 회장은 임성욱 부회장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음 회장도 분명히 오너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을 겁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임명예회장님의 원칙과 결심이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명예회장께선 앞으로 ‘경영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그룹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영자문위원회’는 어떤 성격입니까. “명예회장께선 미국식 사외이사제도를 생각중입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사외이사들에게 그룹정책에 대한 자문을 받는다는 뜻인데 몇년 안으로 도입할 방침입니다.” ─창업주 가족들이 ‘경영자문위원회’를 통해 경영에 직접 관여하게 되면 그건 순수한 의미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아니고 ‘공동경영’형태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노(老)회장(임대홍 창업회장)께선 세계적 발효전문가인 만큼 식품개발 기술진에게 자문하는 정도이고 저에게 관여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임성욱 부회장도 마찬가지구요. 명예회장께서 미래사업이나 중요한 일에 대해서만 자문을 해 주시고 있습니다.” ─그룹의 미래사업인 삼풍부지 개발, 방학동 테마파크 건설 등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5만평 규모의 방학동 부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개발해 아파트와 쇼핑센터 등을 건립할 계획입니다. 위치가 좋아 공동개발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삼풍 부지는 2천억원의 매입자금 때문에 자금부담 요인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불경기에도 불구, 목이 좋고 가치있는 땅이라서 2~3개 업체에서 공동개발이나 혹은 아예 땅을 팔라는 제의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서 전문가 양산계획 ─인재육성을 유난히 강조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육성을 할 계획입니까. “연구개발·판매·마케팅·일반경영 등 모든 분야에서 채용·교육·훈련을 통해 전문가를 양산할 생각입니다. 발효공학 연구의 경우에는 오래전부터 일본과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있는데 지금까지 누적 인원이 수백 명이 됩니다.” ─신입사원을 작년에 안 뽑았는데 올해 인재들이 많이 왔습니까. 또 직원들 처우가 다른 그룹에 비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재를 뽑기 위해 개선할 필요는 안 느끼시는지요. “직원 처우가 현대·삼성보다는 좀 떨어지지만 중견기업 중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올해는 50명을 뽑는데 수천 명이 지원할 만큼 인재들이 몰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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