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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이야기⑬ 송무강화]수임료 ‘황금시장’ 訟務에도 눈돌린다

[로펌이야기⑬ 송무강화]수임료 ‘황금시장’ 訟務에도 눈돌린다

지난 10월 중순 주요 일간신문엔 이색적인 변호사 개업광고가 하나 실렸다. 서울지법 부장판사로 있다 법복을 벗은 김태훈 변호사(54)에 관한 것으로 로펌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새 출발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부장판사쯤 되면 전관예우(前官禮遇)가 아니더라도 단독개업하는 게 사건수임과 수입면에서 단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김변호사는 로펌행을 택한 것이다. 김변호사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엔 서울지법 북부지원의 송흥섭 부장판사(44)가 법무법인 광장의 파트너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9월엔 역시 서울지법 부장으로 있던 송동원 변호사(45)가 개업과 동시에 태평양과의 업무제휴를 선언했다. 송변호사는 “1년간 업무제휴관계로 있다 태평양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변호사의 경우 재조출신이라는 단독개업의 이점을 누린후 합류하기 위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중견법관들이 옷을 벗고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최근 들어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 이는 변호사수 증가로 단독개업의 장점이 점차 줄어든 결과로 분석되지만 로펌의 송무팀 강화라는 측면에서 변호사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 바짝 긴장 사실 법원에서의 송사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송무분야는 로펌의 주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을 법적으로 지원하며 국내 로펌업계가 태동한 연혁에서 알 수 있듯 로펌은 송사를 떠나 그때그때 기업활동에 필요한 법적 자문과 의견을 제공하는 섭외분야가 단연 으뜸이다. 지금도 ‘김&장’이나 세종·한미 등 주요 로펌의 업무분포를 보면 송무보다는 섭외에 비중이 실려 있다. 그런데 로펌이 송무팀을 꾸준히 강화하며 일반 소송사건 등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 판·검사를 상대로 집요한 영입노력을 계속하는가 하면 대형소송사건을 따내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로펌엔 웬만한 법원이나 검찰청을 구성할 정도의 판·검사출신이 적지 않게 포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재조출신의 로펌행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장’의 경우 이재후·장수길 변호사를 필두로 윤병철·신필종·이지수·서정걸·이현철·박은영·김도영·전명호·김철만·조영길 변호사 등 판사출신만 12명에 이르며 오성환 전 대법관과 이종남 전 장관이 이끄는 세종은 허리에 해당하는 김태훈 변호사와 검사출신의 조춘·오재원, 판사출신의 우라옥 변호사 등이 포진하고 있다. 서울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인섭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태평양엔 배명인 전 장관·강원일 전 검사장 외에도 이정훈·유광현·김도형 변호사 등 검사출신이 돋보인다. 부장판사 출신의 유경희 변호사가 팀장으로 있는 한미는 설립자인 이태희 변호사 외에도 이문성 변호사와 올 초 합류한 정은영 변호사가 판사출신이며 검사출신으로는 방현 변호사가 있다. 광장은 박우동 전 대법관-서정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송흥섭 변호사로 이어지는 트리오를 자랑한다. 삼정엔 김세권 전 고등검사장·김학세 전 서울고법부장판사가, 충정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황주명 변호사와 고검장출신의 서정신 변호사가 있다. 이들 외에도 로펌엔 연수원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이 송무팀을 구성, 세를 넓혀 가고 있음은 잘 알려진 일. 송무팀은 어느 로펌에서나 질과 양에 있어 막강한 맨파워로 구성돼 있다. 그러면 이처럼 로펌마다 송무팀을 강화하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법정서 판가름”수요급증 무엇보다도 수요급증을 들 수 있다.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변호사 시장에서 차지하는 송무의 중요성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는 것. 또 섭외사건도 종국에는 법원에 가서 소송이나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종결되는 게 적지 않는 등 송무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순수한 섭외사건이란 일부의 특정분야에 국한되고 대개의 경우 섭외로 시작해 송무로 끝나는 양상으로 사건의 성격이 변해가고 있다. 세종의 김태훈 변호사는 “섭외쪽 일을 하다 보면 송무와 연계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며 “아직은 송무를 변호사업무의 본령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M&A사건만 보더라도 ‘사모CB(전환사채) 신주의 의결권금지 가처분신청’으로 맞붙은 한화종금사건처럼 거의 대부분 법정에 가서 결판나는 게 보통이다. 로펌의 핵심분야로 떠오른 화의·법정관리분야도 법정을 중심으로 전개돼 일반 송무 못지 않은 법정노하우를 필요로 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가처분사건은 최근 들어 로펌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송무분야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이틀내에 방대한 양의 신청서 준비를 마쳐야 할 만큼 워낙 급박하고 복잡한 경우가 많지만 사건이 빨리 떨어지고 수임료는 비싸게 받을 수 있어 로펌으로선 놓칠 수 없는 알짜배기 사건이다. 가처분사건이 아니더라도 송무는 섭외사건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게 일반적이어서 로펌으로 하여금 수입 측면에서도 외면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섭외사건의 경우 시간급을 기준으로 변호사의 총근무시간을 뽑아 수임료를 청구하는 게 고작이나 송무사건은 사건의 경중에 따라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별도로 약정, 꽤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데 로펌변호사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배경으로 좀 큰 소송이다 싶으면 대개 어느 한쪽 당사자 이상은 로펌이 관여하고 있을 만큼 로펌의 송무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 금융·증권·지적재산권·국제거래·조세·보험·해상소송 등 기업이 관련된 규모가 큰 종합분쟁은 거의 대부분 로펌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일반사건의 경우도 개인변호사보다는 점차 로펌으로 몰리고 있다고 로펌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의뢰인측에서도 소송사건의 내용이 점점 복잡해져 여러 명의 전문변호사가 분업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로펌이 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로펌의 한 변호사는 “매년 신규변호사를 영입, 거의 모든 기수별로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다 보니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배당되더라도 재판부와의 동기변호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관할별로 ‘분사무소’ 두고 송무지원 로펌의 송무팀이 강화되면서 일부 로펌에선 분사무소를 설치하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분사무소란 일반 기업에 비유하면 일종의 지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송무사건은 사건수임이나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관할별로 분사무소를 운영하는 게 유리하다.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곳은 광장으로 지난 7월 서울북부지원 부장판사출신의 송흥섭 변호사를 영입하면서 북부지원 앞에 분사무소〈사진〉를 냈다. 송변호사 외에 4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 이곳에선 주로 송변호사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건들을 광장의 이름으로 수임, 서초동 본사에 있는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공동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분사무소장에 해당하는 송변호사는 서초동에도 사무실을 두고 두 곳을 오가며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분사무소에서의 수입이 전액 광장으로 들어가고 송변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보수가 광장에서 직접 지급됨은 물론이다. 지난해 초 서초동 서울지법 정문 앞에 문을 연 태평양기업법률연구소도 분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진 않았지만 법원과 검찰에 관련된 사건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서소문에 있는 태평양 본사로부터 나와있는 현지사무소의 성격이 강하다. 태평양의 한 변호사는 “서소문과 서초동이 같은 관할이라 분사무소를 낼 수 없어 분사무소란 간판을 달지 않았다”며 “또 변호사들이 법정출석을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휴식을 취하는 정도로 활용할 뿐 일반 변호사 사무실처럼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이곳에 본사와의 근거리통신망(LAN)을 깔아 변호사들이 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무 불편없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구비해 놓았으며 법원이나 검찰에 볼 일이 있는 변호사들은 직접 이곳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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